“은퇴 후 100세까지 소득…답은 ‘인출 전략’”[인터뷰]

서울에 사는 50대 직장인 김동우 씨는 최근 은퇴 이후를 구체적으로 따져보기 시작했다. 퇴직금과 퇴직연금 등을 합쳐 약 3억원. 문제는 “이 돈으로 매달 얼마를 받을 수 있느냐”였다.
처음엔 상가 투자를 떠올렸다. 매달 꼬박꼬박 월세가 들어오는 ‘현금흐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산기를 두드릴수록 고민은 깊어졌다. 보유세와 취득세 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 공실이 생기면 수입이 끊길 수 있다. 최근처럼 부동산 경기가 꺾인 상황에선 원금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안은 없을까.
이 같은 고민은 더 이상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동안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자산을 ‘모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가입자들 역시 수익률을 높이는 데 주로 관심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은퇴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자산을 얼마나 불렸는지보다 이를 매달 얼마씩 안정적으로 꺼내 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자산관리 전문가로 꼽히는 박성철 상무는 이를 두고 “연금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많은 가입자들이 여전히 적립기(자산을 쌓는 시기) 관점에서 수익률만 보고 연금을 운용하고 있지만 은퇴 이후에는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4월 중순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생명 본사에서 박 상무를 만나 퇴직연금 시장의 변화와 ‘인출 전략’에 대해 들었다. 인출 전략이란 은퇴 이후 연금 자산을 언제,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활용할지 설계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면서도 자산이 오래 지속하도록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Q. 은퇴 후 자산관리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은퇴 이후에는 돈을 어떻게 ‘버느냐’보다 어떻게 ‘꺼내 쓰느냐’가 더 중요해집니다. 이 단계에서는 몇 가지 중요한 리스크가 작용하는데 수익률 순서 리스크와 장수 리스크가 가장 치명적입니다. 수익률 순서 리스크는 은퇴 초기 시장 하락으로 수익률이 저조해 자산이 빠르게 고갈될 수 있는 경우를, 장수 리스크는 예상보다 오래 살면서 자산이 먼저 고갈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나 의료·요양 비용 증가 같은 변수들도 함께 영향을 미칩니다.
이 때문에 자산관리 측면에서는 소득 구조를 나눠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처럼 기본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안정적인 소득원을 먼저 확보하고 별도의 투자 자산으로 추가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해법입니다.”
Q. 투자전략이 있다면요.
“인출기에는 크게 세 가지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버킷 전략’입니다. 인출 시점에 따라 자산을 단기·중기·장기로 나눠 운용하는 방식인데요. 단기 자산은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자산으로 당장 필요한 생활비를 충당하고 중기는 채권혼합형이나 인컴형펀드로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합니다. 장기 자산은 주식형이나 실적배당형으로 운용해 수익률과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나누면 장수 리스크나 수익률 순서 리스크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체계적인 인출 전략입니다. 대표적으로 매월 일정 금액을 자동으로 인출하되 시장 상황에 따라 인출률을 조정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초기 인출률을 3.5~4% 수준으로 설정하면 30년 이상 자산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세 번째는 보증형 상품 활용입니다. 일정 기간 동안 최저 연금액을 보증해주는 상품을 활용하면 시장 변동과 관계없이 기본 소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Q. 어떤 상품을 활용할 수 있을까요.
“미래에셋생명의 ‘IRP 보증형 실적배당보험’이 있습니다. 이 상품의 핵심은 ‘투자’와 ‘보증’을 결합했다는 점입니다. 실적배당형으로 자산을 운용해 시장이 좋을 때는 수익을 따라가고 은퇴 이후 연금을 받을 때는 일정 기간 동안 최저 연금액을 보장해주죠. 투자 수익이 추가로 발생하면 보증기간 이후 추가적인 연금 재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에는 이런 구조의 의미가 더 커졌습니다. 퇴직연금이 단순히 개별 상품을 선택하는 것을 넘어 전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의 문제로 확장됐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디폴트옵션 상품은 위험자산인 타깃데이트펀드(TDF)와 원리금보장형 자산의 상대 비중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사이에서 보증형 실적배당보험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담당하는 축으로 활용되면서 TDF 같은 성장형 자산과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즉 단일 상품을 넘어 디폴트옵션 구조를 완성하는 ‘기초자산’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죠.
다만 현재는 가입 대상과 활용 범위가 제한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50세 이상 고객이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고 인출 단계 중심으로 운용 구조가 설계돼 있거든요. 적립기 단계부터 다양한 퇴직연금 계좌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향후 제도적 범위를 확대한다면 퇴직연금 자산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Q. 은퇴자 입장에서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요.
“예를 들어 은퇴 시점에 약 3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상품에 적용하면 월 125만원 수준의 연금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월 120만원 정도 더해지면 매달 약 240만원 이상의 고정 소득이 만들어집니다. 과거 소득 대비로 보면 70~80% 수준의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셈입니다.
핵심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이 소득이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투자하면서 매달 같은 금액을 인출하는 것이 가능하긴 하지만 시장이 하락하면 자산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면 이 구조는 20년은 무조건 원금 수준의 연금 지급이 보장되기 때문에 은퇴 이후 가장 큰 리스크인 ‘소득 단절’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여줍니다.
또 운용 성과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면 자산이 더 오래 유지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평균 약 4% 수준의 수익률이 꾸준히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연금 재원이 약 40년 가까이 지속되는 구조가 나옵니다.
물론 매년 4% 수준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이 수준의 수익률이 유지될 경우 이론적으로는 100세까지도 소득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셈입니다.”
Q. 수익은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고 위험은 어떻게 관리되나요.
“이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리스크 구조입니다. 일반적인 실적배당형 상품은 투자 성과에 따른 변동을 가입자가 그대로 부담하지만 이 상품은 일정 수준의 연금 지급을 보험사가 보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핵심 리스크를 보험사가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보증 수수료’입니다. 금융당국에서는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수수료를 최대한 낮추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보험사 입장에서는 시장 변동성을 감수하면서도 보증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사업성 측면에서 가장 부담이 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다만 저희는 10년 이상 축적된 MVP(변액 포트폴리오) 운용 경험을 기반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장 상황을 거치면서 운용 역량을 검증해왔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실제 수익률을 보면 상품 출시 이후 약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현재까지 약 10% 수준의 누적 성과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특정 시점의 성과이기 때문에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지만 보증 기능과 운용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Q. 왜 지금 ‘인출기 시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보십니까.
“지금 한국은 인출기의 ‘입구’에 막 들어선 단계입니다. 베이비붐 세대 약 700만 명이 본격적으로 은퇴에 진입하면서 향후 10년간 수백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자산이 인출 국면으로 전환될 예정입니다. 시장의 무게중심이 적립에서 인출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다만 미국이나 호주와 같은 선도국과 비교하면 아직 인출 인프라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해외는 이미 체계적 인출 계획, 연금 전환, 평생소득보증(GLWB) 등 다양한 상품과 제도가 정착돼 있는 반면 국내는 여전히 일시금 수령 비중이 높고 인출 방식도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앞으로의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고령화 심화와 국민연금 공백, 의료·요양 비용 증가로 인해 ‘평생 지속 가능한 소득’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확대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일정 수준 방어할 수 있는 수익성과 시장 변동과 관계없이 지급을 이어갈 수 있는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인출기 상품이 핵심이 될 것입니다.
미래에셋생명이 인출기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한 사업 기회라기보다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노령기 인출 리스크를 보험사가 일정 부분 흡수하고 보완하는 것이 자본시장에서 본래 역할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출기에서는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 만큼 이를 설계하고 관리해줄 전문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저희는 이를 ‘평생소득설계’ 영역으로 보고 인출시장을 가장 중요한 미래 전략으로 삼고 있습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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