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인적분할] R&D로 쏠리는 무게추, 에피스 '개발본부 전열 재배치' 의미

신동훈(왼쪽), 신지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신임 본부장 / 이미지 제작 = 김나영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조직 전열을 손봤다. 개발1·2본부에서 부사장급 인력을 동시에 배치한 데 이어 법무·임상·RA·전략 등 핵심 기능조직까지 전면 재정비하며 R&D 조직의 골격을 새롭게 짰다. 신약 개발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염두에 둔 차세대 성장 전략의 밑그림이 인적분할 후 첫 임원 인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부사장 2명 모두 개발본부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R&D 조직은 개발1본부와 개발2본부로 나뉜다. 개발1본부가 전임상 단계에서 초기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공정을 다지는 역할을 맡는다면, 개발2본부는 이후 임상 전략과 허가 절차를 총괄하는 구조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부사장 승진자 2명이 모두 이 개발본부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전임상·공정개발을 담당하는 개발1본부에서 한 명, 임상·허가를 책임지는 개발2본부에서 한 명이 각각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회사가 R&D 라인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개발1본부에서는 1981년생인 신지은 부사장이 공정기술(MSAT) 팀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공정개발·기술이전(L/O)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생산공정 최적화, 신규 파트너사 발굴을 이끌어온 개발 전문가다. 회사가 L/O 역량을 본격적으로 키우려는 의지가 읽히는 인사다.

현재 개발1본부의 헤드를 맡고 있는 인물은 홍성원 부사장이다. 홍 부사장은 신설 지주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자회사인 '에피스넥스랩'의 초대 대표를 겸직한다. 그는 지난 2023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입사해 작년 말부터 개발1본부장을 역임하고 있다.

기존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사장)가 수장으로 있던 개발2본부는 신동훈 신임 부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신 부사장은 1974년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의학 박사를 취득한 의사 출신이다. 임상의학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바이오시밀러 임상 설계와 의학적 검토, 규제기관 협의, 신약 임상 전략까지 두루 담당해온 인물이다.

법무·인허가·임상까지 'R&D 고도화' 겨냥 인사

두 부사장과 함께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무급 인사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회사는 R&D 업무에 직결되는 △법무(IP) △임상 △인허가(RA) △사업전략 분야에서 상무급 인사를 두루 발탁했다. 신약 개발·L/O 중심의 조직 체계를 뒷받침할 기능 라인을 한꺼번에 재정비했다는 점에서 회사가 추진 중인 R&D 중심 운영체제가 보다 단단한 형태로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IP 부문의 손성훈 법무그룹장(상무)은 글로벌 특허·소송 대응 경험을 기반으로 L/O나 공동개발 계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임상개발과 RA 조직 승진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힌다. 안소신 임상개발그룹장(상무)은 비임상 및 초기 임상 설계를 아우르는 경험을 갖춰 신동훈 부사장이 이끄는 개발2본부와 합을 맞추는 실무 구심점이 될 전망이다. 정의한 RA3그룹장(상무)은 제품 인허가 전문가로 시판허가 국가를 확대해 매출증대 기반을 마련했고 바이오시밀러 개발일정 단축과 비용 절감에 기여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신규 파이프라인의 허가 전략을 구축하는 데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지주사 전환 전략을 설계한 이남훈 신임 사업전략그룹장(상무)도 이번 인사로 역할이 강화됐다. 그는 전략 수립과 공급망관리(SCM), 신사업 기획을 두루 경험한 인물로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핵심 조정 역할을 맡아왔다. R&D 중심으로 재편되는 조직 전략을 기업 차원에서 정교하게 다듬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성과와 역량 기반이 인사 원칙 아래 탁월한 업적을 통해 회사에 기여하고 미래 혁신을 선도할 차세대 리더를 중심으로 부사장 2명, 상무 4명 등 총 6명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면서 "성장 잠재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바탕으로 글로벌 바이오 제약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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