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농부다] (5) 김해 대동서 토마토 키우는 주원찬씨

서울서 잘 나가던 미용사, ‘스마트팜 토마토’로 연 8억 매출

학생 때 꾸미기 좋아해 미용 자격증 취득
보조 일부터 시작… 23살 정식 디자이너로
부·명예와 함께 쌓인 스트레스로 귀농 결심
2022년 고향 김해 돌아와 농사일 배워

현재 1만3000㎡ 규모 스마트팜 농장 운영
수경재배 기술 도입 ‘품질·생산성’ 등 향상
‘농사는 하늘에 달렸다’ 옛말… 현대화 필요
“기업형 농장으로 성장해 세계 진출할 것”

김해시 대동면의 한 토마토 농장. 입구 옆 동그란 버튼을 누르자 대형 연동하우스의 출입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안으로 들어서니 푸릇한 열매의 풋내가 코끝을 스친다. 수직으로 뻗은 가지에는 주렁주렁 토마토가 매달렸다. 그 사이사이를 날아다니며 수정 작업에 한창인 호박벌의 날갯짓과 기계 소음이 하우스 안을 가득 메운다.

지난 17일 방문한 귀농 3년 차 주원찬(34)씨의 스마트팜 농장이다. 그의 농장은 스마트팜에 더해 수경재배 기술까지 도입하면서 품질과 생산성을 극대화화고, 노동력을 절감했다. 덕분에 이곳에는 사람의 손길이 오래 머물지 않는다. 작물의 생육환경을 원격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은 토마토 수확 시기인 터라 원찬씨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그의 손에 쥔 쪽가위가 빨갛게 익은 토마토로 향한다. “싹둑싹둑”, 가감 없는 그의 손길에 바구니 안은 금세 토마토로 가득 찼다. 귀농 3년 차 치고는 ‘가위질’이 꽤나 능숙해 보이는 그에게 비결을 물었다. “17년 동안 가위질만 했는데,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죠.(웃음)”

지난 17일 오전 김해시 대동면에 위치한 스마트팜에서 청년농부 주원찬(34)씨가 직접 수확한 토마토를 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미용사에서 농부가 되기까지

원찬씨는 학창시절 별다른 꿈이 없었다. 한때 건설업자를 꿈꾸며 건설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도통 적성에 맞지 않았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무엇을 할지’가 아닌, ‘좋아하는 것’을 먼저 떠올려 보기로 한다. 그러다 생각난 게 헤어디자이너였다. 어렸을 때부터 꾸미기를 좋아하던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 이미 ‘금손’으로 유명했다. 목표를 잡고 곧바로 미용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미용에 어느 정도 소질이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19살부터 미용 보조 일을 시작한 그는 4년 만인 23살에 정식 헤어디자이너가 되었다.

“미용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이 서울 중심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저 역시도 디자이너가 된 뒤 곧바로 서울로 떠났어요. 열심히 하기도 했고, 업계에서 나름 인정받아 강남에 위치한 미용실에서 최단기간에 부원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어요. 수입이 많을 때는 월 1000만원 넘게 벌기도 했죠.”

서울 강남 소재 미용실의 부원장 그리고 높은 수입까지. 원찬씨의 디자이너 인생은 누구보다 순탄해 보였다. 하지만 부·명예와 함께 쌓이는 것은 서울살이의 고단함과 사람을 상대하는 스트레스였다. 그렇게 찾아온 고비는 귀농을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 시기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그의 계획은 탄력을 받게 된다. 사실 그의 귀농은 예정된 수순이나 다름없었다.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있는 데다 외동아들로 태어난 그는 가업을 물려받을 유일한 핏줄이었기 때문이다.

“스태프 생활을 포함하면 17년간 미용 일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버겁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만둘 때가 됐나 고민하던 찰나 코로나19로 영업까지 힘들어지면서 결국 귀농을 결심하게 됐죠. 무엇보다 제가 외동아들이라 부모님의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언젠가는 내려가야 되는 상황이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귀농은 시간문제였던 거 같기도 해요.”

그렇게 반평생 잡았던 미용 가위를 내려놓은 원찬씨는 지난 2022년 고향인 김해로 돌아왔다. 농사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그는 토마토 수확과 잎치기 등 기본적인 단순노동부터 시작했다. 1년간의 현장실습으로 실무를 익힌 그는 지난해 밀양스마트팜 혁신밸리에 입소해 농업 관련 지식을 쌓았다. 부단한 노력 덕분이었을까. 부모님은 그에게 농장 경영권을 위임한다. 귀농 2년 차에 달성한 성과였다.

주원찬씨가 잘 익은 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농사가 하늘에 달렸다는 말은 옛말이죠”

원찬씨가 운영 중인 연동하우스 2동 안에는 소규모 하우스 20동이 자리하고 있다. 규모로는 약 1만3000㎡(4050평)로, 모두 환경제어시스템을 갖춘 스마트팜 농장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작물의 적정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를 관리하고, 영양분과 일조량 공급까지 조절할 수 있다. 여기에 수경재배 기술을 더하면서 기존 토경재배의 단점인 토양 오염으로 인한 품질 저하와 수확량 감소까지 개선했다. 농업의 현대화에 성공한 그의 농장은 외부환경 영향을 받지 않아 항상 일정한 품질의 토마토를 계획대로 생산한다. 평당 토마토 수확량은 110㎏, 연 매출이 8억원에 달한다.

“농부에게 계획대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만큼 축복은 없다고 생각해요. 이를 가능케 하는 게 바로 설비의 현대화거든요. 우리나라도 점점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고, 이상기후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만큼 농부들도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초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투자한 만큼 거둘 수 있다고 확신하거든요.”

그는 기업형 농장을 꿈꾼다. 생산 위주의 영농 방식에서 벗어나 제조업 등 사업의 범위를 확장해 세계 각지에 자신이 생산한 작물과 가공식품을 수출하는 게 목표다.

“네덜란드의 경우 경상도 면적에 불과하지만 농식품 수출 분야에서 항상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어요. 그 비결은 일찍부터 스마트팜을 도입하고, 농업의 분야를 확장해 기업형 농장으로 성장하는 데 있더라고요. 제가 농업의 현대화를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앞으로 규모와 시설은 물론 사업의 범위까지 넓혀 세계에서 네덜란드의 수많은 기업농과 경쟁하는 게 목표입니다.”

김해시 귀농귀촌 지원정책

농촌서 살아보기·영농정착금 지급
스마트 경영실습 임대농장 4곳 운영

김해시는 청년창업농 및 귀농인 육성을 위해 단계별 맞춤형 지원사업을 시행 중이다.

주요 정책으로 △농촌에서 살아보기(생림면 도요마을) △리틀포레스트 팜(상동면 대감마을, 생림면 도요마을) 운영이 있다. 이를 통해 도시민과 예비귀농인들이 농촌생활을 경험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중장기로 농촌마을에 체류하며 귀농을 준비할 수 있는 귀농인의 집 1개소를 생림면 도요마을에 신규로 조성하여 등 귀농마을을 육성하고 있다. 더불어 청년 귀농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귀농인 안정정착 지원사업 △귀농 농업 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사업을 통해 귀농 교육과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시는 이와 함께 청년 창업농 육성을 위한 정책도 추진 중이다. 청년농업인의 영농초기 소득불안 해소를 위한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과 청년농업인 취농직불제 지원사업을 통해 매월 90만원~110만원의 영농정착 지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영농기반 조성이 어려운 창업농을 위해 후계농업경영인 지원사업으로 창업자금을 최대 5억 한도로 융자 지원하고, 농지은행을 통해 농지를 임대한 경우 최대 80%까지 농지임대료를 지원하고 있다.

또 시설 농업 경험이 없는 40세 미만 청년농업인이 최대 3년 이내 경영실습을 할 수 있는 스마트 경영실습 임대농장 4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퇴직공무원 사회공헌사업과 연계하여 농업분야 퇴직공무원을 현장지원단으로 지정하여 농업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영농기술 지도 및 경영컨설팅, 농정사업 홍보와 함께 영농정착 애로사항을 상담해 주는 등 청년창업농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한다.

김해시 황희철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젊고 유능한 청년농업인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여 건실한 경영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정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 김영현 기자·사진= 이솔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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