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 주변에도 분명 있을 것이다. 평생을 함께해도 진짜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사람 말이다. 그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온갖 힘든 일이 생겨도 스스로 해결하려 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성격이 그런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들이 마음의 문을 굳게 잠그고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순수하게 마음을 표현했던 경험이 몇 번의 상처를 거치면서 점점 조심스러워진다. 한 번 두 번 진심을 털어놨다가 뒤통수를 맞은 경험들이 쌓이면서, 이제는 되도록 마음의 빗장을 조심스럽게 닫고 있다.

1. 남이 날 판단하는 게 싫다
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타인의 판단이다. 자신의 솔직한 감정이나 생각을 드러내는 순간, 상대방의 머릿속에서 자신에 대한 평가가 시작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개인의 감정 표현보다는 사회적 기대에 맞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의 진짜 모습 대신 상대방이 원할 만한 모습, 혹은 최소한 문제가 되지 않을 모습만을 보여준다. 마음속으로는 온갖 복잡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을지라도, 겉으로는 늘 무난하고 안정적인 사람으로 남고 싶어한다. 이런 선택 뒤에는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경험들이 있다. 솔직하게 말했다가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거나, 자신의 약점이 공격의 빌미가 되었던 기억들이 그들을 더욱 조심스럽게 만든다.

2. 내 얘기가 남에게 흘러가는 게 싫다
이들에게 가장 끔찍한 상상은 자신이 털어놓은 이야기가 전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믿었던 사람이라도, 그 사람 역시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화 중에 무심코 흘린 한마디가 헛소문이 되어 돌아다니거나, 자신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비밀이 여러 사람의 화제가 되는 상황을 상상하면 견딜 수 없다. 그들에게는 사생활의 경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의 이야기가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퍼져나가는 것, 그래서 원치 않는 관심이나 동정, 혹은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그들은 아예 이야기의 소재 자체를 제공하지 않는 쪽을 택한다. 침묵이 가져다주는 안전함이 소통이 주는 위안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3. 말은 결국 와전된다
세 번째 이유는 의사소통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다. 아무리 정확하고 신중하게 말을 해도, 듣는 사람의 경험과 감정 상태, 그리고 그 순간의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전달하고자 했던 진짜 의도는 사라지고, 상대방이 이해한 내용만이 남게 되는 상황을 여러 번 겪으면서 그들은 소통에 대한 회의감을 키워왔다.

게다가 말이 사람을 거쳐 전해질수록 원래의 뜻에서 점점 멀어지고, 때로는 정반대의 의미로 변질되기도 한다. 그렇게 와전된 이야기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때의 당황스러움과 억울함을 떠올리면, 차라리 처음부터 말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들에게 침묵은 오해받을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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