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무대, 주인공은 달라졌어도 여전히 재밌다 '고스트 오브 요테이'

아트와 액션, 서사까지 명작이 가져야 할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게임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2020년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고스트 오브 쓰시마'. 그 정식 후속작 '고스트 오브 요테이'가 긴 기다림 끝에 2025년 10월 2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고스트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이지만, 게임 시스템을 제외하면 '고스트 오브 요테이'는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무대는 전작에서 300여 년이 흐른 뒤, 당시 에조치(蝦夷地)로 불렸던 홋카이도다. 아직 개척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야생 그대로의 광활한 땅에서, 어린 시절 '요테이 육인방'에게 가족을 잃은 아츠가 원수들을 찾아 나서는 복수의 여정이 펼쳐진다.

후속작이 전작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하지만 모든 게임이 이를 달성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전작을 답습하면 뻔한 재탕에 그칠 수 있고, 성급한 변화는 오히려 원작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혹평을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고스트 오브 요테이'는 '계승과 발전'이라는 까다로운 과제를 훌륭하게 해결해 냈다. 모든 면에서 전작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보여준 것이다.

※ 본 리뷰는 PS5 퍼포먼스 모드로 진행되었습니다 ※ 본 리뷰에서는 스토리에 대한 부분은 최대한 배제했습니다

게임명: 고스트 오브 요테이
장르명: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5.10.02.
리뷰판: 사전 리뷰 빌드
개발사: 서커 펀치 프로덕션
서비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PS5
플레이: PS5
눈과 귀, 그리고 손이 즐겁다극한의 미장센, 듀얼센스가 선사하는 손맛과 듣는 맛
▲ 퍼포먼스 모드에서 그냥 아무렇게나 찍어도 이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준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좋은 그래픽은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장점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고스트 오브 요테이'의 그래픽은 분명한 장점 중 하나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비주얼은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플레이어를 게임 속으로 푹 빠뜨린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비주얼은 단순히 일반적인 게임에서 그래픽이 좋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스트 오브 요테이'의 비주얼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로는 전작부터 이어져 온, 극한으로 다듬은 미장센을 들 수 있다.

고스트 시리즈의 그래픽은 다른 액션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지극히 현실적이다. 다른 액션 게임이라면 거침없이 사용했을 파티클의 경우, 칼끼리 맞부딪혔을 때 약간의 불똥이 튀는 정도에 불과하고 액션과 애니메이션 역시 현실적인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불똥이 휘날리는 화려한 연출과 눈이 돌아갈 정도의 액션을 선보이는 여타 액션 게임과 비교하면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단백하고 단조로운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게이머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던 요소들의 게임적 허용치를 게임이라는 형태에 맞게 최대한 절제했다고 볼 수 있다.

▲ 극한으로 갈고닦은 미장센으로 인해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화려한 연출을 줄이는 대신 고스트 시리즈는 그 빈자리를 미장센으로 채웠다. 이는 '고스트 오브 요테이' 역시 마찬가지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극명한 색채의 대비를 통해 단순히 그래픽이 좋게 보이는 것을 넘어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독특한 감정을 선사한다. 이러한 색채의 대비는 '고스트 오브 요테이'의 비주얼을 독특하게 다듬는 동시에 감정을 드러내는 요소이자 각 지역의 특색을 드러내는 장치로서 활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요소로 은행잎과 단풍잎을 들 수 있다. 은행잎은 아츠의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로서 그립고도 따스한 감정을 표현하는 장치로 활용되고, 가을의 풍류를 나타내는 단풍잎은 게임 내에서 짙은 핏빛으로 물들어 운치 있기보다는 어떤 면에서는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를 반영하듯 게임 내에서는 야외 온천을 나타내는 요소인 동시에 사무라이가 생사결을 펼치는 장소로도 쓰인다. 이러한 다양한 장치를 통해 게임은 각각의 장소가 대략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플레이어에게 알려준다.

▲ 가을의 정취를 나타내는 단풍이지만, 장소와 상황에 따라서는 때때로 섬뜩한 느낌을 선사한다
전작에서 가히 완벽하다는 평가와 함께 감탄을 자아냈던 가이드 시스템인 인도하는 바람은 디렉터스 컷에서 처음 선보인 연주 기능에 힘입어 더욱 발전했다. 디렉터스 컷에서는 노래를 연주함으로써 날씨가 바뀌는 정도의 변화만 줄 수 있었지만, '고스트 오브 요테이'에서는 실용성이 더해졌다. 간단한 서브 퀘스트를 완료하면 각종 노래들이 해금되는데, 이를 통해 전투에 도움을 주는 늑대를 부르는 것부터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가까운 늑대굴, 여우굴, 성찰의 재단, 온천으로 향하는 인도하는 바람이 불도록 해서 위치를 알아낼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각 장소를 찾는 방법도 한층 다채로워졌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금빛새를 따라가는 방식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여기에 지도 상인에게서 각 지역이 표시된 지도를 구입하거나, 곳곳을 돌아다니며 NPC들과 대화를 나누어 힌트를 얻는 등 훨씬 다양한 방법이 추가됐다. 전작에서는 숨겨진 장소를 찾으려면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금빛새를 먼저 찾아 그 안내에만 의존해야 했던 아쉬움을 크게 개선한 셈이다.

▲ 주인공 아츠는 낭인인 동시에 과거 어머니로부터 샤미센을 배운 악사이기도 하다
듀얼센스가 선사하는 강렬한 손맛과 듣는 맛 역시 더욱 개선되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래도 좋았던 듀얼센스의 손맛은 고점을 스스로 경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활시위를 당길 때 적응형 트리거가 자아내는 장력도 매력적이지만, 햅틱 피드백이 선사하는 다채로운 진동은 듀얼센스를 놓을 수 없게 만들 정도다.

말을 타고 평야를 질주할 때는 마치 진짜 말을 탄 듯한 역동적인 진동을 선사하고, 전투 시에는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진동을 전달한다. 적이 방어하거나 적의 가드를 무너뜨릴 때는 둔탁한 진동을, 적의 공격을 가드 하거나 튕겨낼 때는 짧은 진동이 발생하는 식이다. 이는 전작에서도 있던 기능이지만, '고스트 오브 요테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플레이어인 아츠와 적의 위치에 따라 전후좌우 4개 방향으로부터 진동이 발생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다채로운 진동을 통해 게임은 마치 플레이어가 진짜 검을 쥔 듯한 감각을 선사하며, 몰입감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그간 수많은 컨트롤러를 통해 그토록 구축하고 싶어 했던 '찰진 손맛'이 듀얼센스를 통해 실현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 이 찰진 손맛을 한 번 맛보면 듀얼센스를 놓기 어려울 정도다
게임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사운드에 대한 부분도 놓칠 수 없다. 게임의 전체적인 BGM의 경우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훌륭하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듀얼센스 스피커에 대한 부분이다. 앞서 듀얼센스가 진동을 통해 마치 플레이어가 진짜 검을 쥐고 있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고 했는데, 듀얼센스 스피커가 활약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검끼리 맞부딪혔을 때는 쇠가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를, 화살을 쏠 때는 시위가 튕기는 둔탁한 소리를, 샤미센으로 노래를 연주할 때는 각각의 노래를 듀얼센스 스피커를 통해 들려줌으로써 한층 더 몰입감을 높인다.

눈과 귀, 그리고 손을 즐겁게 해주는 이러한 요소들은 분명 전작부터 이어져 온 부분이지만, '고스트 오브 요테이'에 이르러서는 그 모든 것들이 한 단계 더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게임은 보는 맛은 물론이고 극한의 손맛에 더해 듣는 맛까지 선사하며, 기존의 게임을 뛰어넘는 경험을 제공한다.

더욱 화려해지고 더욱 깊어진 액션네 가지 자세를 대체하는 다섯 개의 무기들
보는 맛, 손맛, 그리고 듣는 맛과 관련된 요소들이 전작의 것을 계승하고 좀 더 발전시켰다면, 액션은 계승과 동시에 대대적인 변화를 거쳤다. 액션과 관련된 가장 큰 변화로는 전작의 네 가지 자세를 대체하는 요소로 추가된 5개의 무기를 들 수 있다.

전작에서는 카타나 하나에 여러 자세를 적용함으로써 플레이어가 전략적인 전투를 펼칠 수 있도록 했다. 검을 든 적에게는 암검의 자세를, 방패를 든 적에게는 수검의 자세를, 거한에게는 월검의 자세를 사용하는 식이었다. 여기에 자세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각각의 자세마다 다른 애니메이션을 보여줌으로써 카타나 하나로 다양한 액션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등 보는 재미도 살렸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아쉬움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결국 모든 액션이 카타나라는 무기에 국한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전작을 즐긴 플레이어 중에서는 일일이 자세를 바꾸지 않고 암검의 자세나 수검의 자세 등 하나의 자세만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기승전카타나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각기 다른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고 하지만, 이 역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액션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 무기가 추가됨으로써 기존의 상성 시스템을 계승하는 동시에 연출적인 측면에서 깊이가 더해졌다
'고스트 오브 요테이'는 이러한 아쉬움을 자세를 대체하는 무기들을 추가함으로써 해결했다. 자세를 대체했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무기의 추가 자체는 딱히 새로운 요소라고 보기 어렵다. 적이 어떤 무기를 들었는지에 따라 자세를 바꿔가면서 싸우던 전작과 마찬가지로, 방패를 든 적에게는 사슬낫으로, 창을 든 적에게는 이도류로, 사슬낫을 든 적에게는 창으로 대응하는 식으로 바뀐 것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액션의 스펙트럼이 더욱 넓어진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앞서 사슬낫을 든 적은 창으로 상대하는 것이 상성 상 유리하다고 했지만, 창의 쓰임새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무기를 교체할 때 타이밍을 맞춰서 창으로 공격하면 그대로 적의 발을 걸고 넘어뜨릴 수 있으며, 대태도처럼 무상성에 가까운 무기도 있다. 모션이 크고 느리지만, 적이 어떤 무기를 쓰는지에 상관없이 많은 충격 피해를 가할 수 있다. 여기에 무기별로 파생되는 기술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 사슬낫은 암살이나 적의 방패를 부수는 데 특화된 무기다
전작에서는 일종의 필살기로 신화적 기술을 배우면 천상타를 비롯해 분노의 춤 등을 익힐 수 있었는데, '고스트 오브 요테이'에서는 무기마다 이러한 기술들이 추가됐다. 의지력을 한 칸 소모해서 적에게 큰 대미지와 충격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전작의 천상타와 쓰임새 자체는 큰 차이가 없지만, 상성에 따라 적에게 큰 대미지를 주는 동시에 보는 재미가 더해졌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전투 그 자체에도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큰 변화로는 노란색으로 빛나는 무장 해제 패턴의 추가를 들 수 있다. 명칭 그대로 무장 해제 패턴에 당하게 되면 들고 있는 무기를 떨어뜨리게 되는데, 당연히 맨손으로는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없는 만큼 다른 무기로 바꾸거나 서둘러 무기를 주워야 한다.

▲ 집중 공격(차지 강공격)으로 적의 무장 해제 패턴을 끊으면 역으로 무장을 해제시킬 수 있다
물론 제일 좋은 것은 당하지 않는 것이다. 무장 해제 패턴은 피하거나 적이 공격하기 전 약공격을 하면 취소시킬 수 있다. 여기에 스킬을 배우면 적이 무장 해제 패턴을 쓰려고 할 때 집중 공격을 날리면 역으로 적의 무장을 해제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상성에 따라 무기를 교체하는 것에 더해 적들의 패턴 등이 추가됨으로써 전투의 깊이가 더해진 것이다.

이때 바닥에 떨어뜨린 무기는 일회용 투척 무기로 쓸 수도 있다. 공격력 역시 제법 준수해서 잘만 활용한다면 무장 해제 후 바로 무기를 투척하는, 물 흐르는 듯한 연계로 한 번에 적을 처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무기에 더해 적들의 패턴까지, 액션의 스펙트럼을 더욱 확장함으로써 전투의 재미를 더한 셈이다.

▲ 늑대는 여정을 함께하는 든든한 동료라기 보다는 일종의 유대를 상징하는 존재에 가깝다
이전부터 트레일러를 통해 여러 차례 얼굴을 비춘 늑대에 대한 것도 있다. 든든한 동료처럼 비치던 늑대지만, 사실 본편에서는 그 정도의 존재감을 드러내진 않았다. 계속해서 함께하는 것도 아니고 스킬을 해금할 경우 늑대의 노래를 불러서 적 거점 진입 전 부르던가, 혹은 원령 스킬을 쓰면 일정 확률로 등장해서 전투를 도와주는 정도다. 이를 고려하면 전투를 보조하는 든든한 동료라기보다는 서사 측면에서 아츠와의 유대를 상징하는 존재에 더 가깝다고 느껴졌다.

갑옷과 호부 역시 깊이가 더해졌다. 무기와 달리 갑옷과 호부는 전작을 계승하고 좀 더 발전시킨 것에 가깝다. 전작에서도 갑옷마다 생존에 특화된 옵션부터 근접 전투 특화, 쳐내기 및 회피 특화, 원거리 공격 특화, 쿠나이 등 망령 무기 공격력 증가 등 다양한 옵션이 있었는데, 여기에 더해 스탯 형태로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좀 더 직관적으로 개선됐다. 쳐내기 위주로 할지, 원거리 위주로 할지 그것도 아니라면 쿠나이 투척 위주로 할지,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좀 더 쉽게 세팅할 수 있도록 변한 것이다.

▲ 갑옷, 호부와 관련된 요소로는 왼쪽 하단에 능력치가 표시되는 등 보다 직관적으로 개선됐다
▲ 속사(투척) 무기 특화 빌드. 호부 등을 통해 쿠나이 수를 늘리고 죽은 적으로부터 수급할 수도 있다
여섯 명의 사냥감들선택이 가미된 선형적 전개
서사와 관련된 변화로는 선형적인 구조를 따르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선택지가 주어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복수의 여정에 나선 아츠지만, 당연하게도 요테이 육인방의 행방을 처음부터 알 리가 만무하다. 그들을 쫓으면서 아츠는 착실하게 단서를 모으게 된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망원경을 이용한 조사다. 아츠는 새로운 지역에 들어서게 되면 망원경을 꺼내들고 해당 지역에 여관을 비롯해 중요 시설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은 후 본격적인 탐사에 나서게 된다.

탐사에 나선다고 해서 정해진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과정 역시 자유롭다. 길을 가다 마주친 요테이 육인방 휘하의 무법자들을 처치하거나 아츠의 목에 걸린 현상금을 노리는 낭인들을 쓰러뜨리고 그들을 협박해 단서를 모아도 되고, 혹은 NPC를 도와주는 방법도 있다. 방법과 과정은 다양하지만, 이렇게 모인 단서들은 하나로 모여서 요테이 육인방에게로 향한다.

▲ 습격하는 무법자와 낭인을 쓰러뜨리거나 NPC를 도와준 대가로 원수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단서가 모이면 이제 플레이어가 선택할 차례다. 누구를 먼저 쫓을 것인가. 선형적인 구조라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선택지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여러모로 환영할 만한 변화다. 구축해 놓은 서사를 그저 플레이어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서사를 만들어간다는 감각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가 무엇보다도 영리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누구를 먼저 처치할지 순서의 차이가 있을 뿐 큰 줄기에서 서사의 흐름을 바꾸지는 않는다는 점에 있다. 무질서한 자유는 혼돈이라는 것처럼 자유도가 높다는 것은 마냥 좋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의도한 서사의 흐름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고스트 오브 요테이'의 이러한 방식은 서사의 선형적 구조와 자유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 과거를 회상함으로써 플레이어는 아츠의 심정에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서사에 한층 몰입감을 더해주는 요소로 새롭게 추가된 회상 시스템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 자체로는 서사를 보완하는 시스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전달하는 감정선은 무릎을 칠 정도로 훌륭하다. 폐허가 된 집터나 과거 가족과의 추억이 서린 장소에 가면 회상을 통해 즉시 과거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플레이어는 이를 통해 아츠의 과거가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웠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다시 버튼을 누르면 현실로 돌아온다. 폐허가 된 집터에 아름다웠을 풍경마저도 어딘지 처연해 보인다. 아츠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의 순박했던 아이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피비린내를 풍기는 복수에 불타오르는 낭인뿐이다. 이러한 과거와 현재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게임은 자연스럽게 아츠에게 있어 이 복수의 여정이 얼마나 정당한 것인지 그리고 필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서사를 보완하는 시스템이지만, 아츠의 원동력, 그리고 플레이어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는 그 어떤 장치보다도 중요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 아츠의 목표는 요테이 육인방에게 복수하는 것으로 직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완성도 높은 서사를 보여주고 있는 '고스트 오브 요테이'지만, 아쉬움이 없던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작과 비교했을 때 직관적으로 변한 서사가 다소 호불호가 갈릴 듯한 느낌이다. 여기서 말하는 직관적으로 변한 서사라는 것은 스토리가 어설프다든가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전작과 비교했을 때 갈등이 다소 줄어드는 대신 좀 더 직관적인 복수극에 가깝게 변했다는 이야기다.

잠깐 전작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전작에서 주인공 사카이 진은 무사도에 입각해 명예와 전통을 유지하면서, 승리할 수 없는 전쟁을 할지 아니면 무사도를 버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망령이 되어 섬과 주민들을 보호할지 고뇌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다소 답답하게 여겨지기도 했으나, 이러한 갈등은 캐릭터성에 깊이를 더해줬으며, 서사에도 완성도를 더해줬다.

▲ 존 윅이 1편 이후 다소 평범한 킬러 액션물로 바뀐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반면, 아츠는 단순하다. 애초에 사무라이도 아닌 낭인인 만큼, 무사도라는 규율에 얽매이지도 않으며, 필요하다면 어떤 수단이든 거침없이 활용한다. 때로는 복수 때문에 외골수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하지만, 앞선 사카이 진의 사례와 비교하면 여러모로 통쾌할 정도다. 다만, 그렇기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어 보인다.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조롭게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장센 괴물들이 만든정상급 찬바라 액션
▲ 여전히 건재한 구로사와 모드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준 '고스트 오브 요테이'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로는 새로운 모드가 무려 두 가지나 추가됐다는 점이었다.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전작에서도 호평을 받았던 구로사와 모드다.

흑백 고전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모드로 사운드 역시 어딘지 고전적으로 변한다. 그의 대표작인 7인의 사무라이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으로 전작에서도 컬트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이러한 구로사와 모드지만, 호불호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흑백 모드라는 점에서 고스트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인 색감이 사라지는 만큼, 여러모로 취향을 타는 모드로 취급되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미이케 모드는 대체로 누구나 만족할 만한 모드라고 생각한다. 미이케 모드를 적용하면 전투 시 아츠와 카메라의 거리가 한층 가까워질뿐더러 혈흔과 진흙 효과 등이 더욱 강화된다.

▲ 미이케 모드로 하다 보면 일반 모드는 어딘지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다
▲ 일반 모드와 비교하면 미이케 모드와의 차이를 한눈에 알 수 있다
베이거나 적을 베면 분수처럼 피가 뿜어져 나오고, 수풀을 걷기만 해도 발치에서 진흙이 사방으로 튀는 식이다. 카메라 거리가 가까워지는 만큼 한 화면에서 포착할 수 있는 적 역시 일부에 불과하기에 전투의 난이도가 좀 더 오르기도 하지만, 과장된 연출로 인해 극한의 찬바라(チャンバラ, 칼이 맞부딪히고 피가 낭자하는 칼부림을 뜻함) 액션을 맛볼 수 있다.

한편, 사운드를 중시한다면 와타나베 모드를 적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다만, 로파이(Lo-Fi)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호불호가 꽤나 갈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미리 알아두기 바란다. 구로사와 모드가 고전 흑백 사무라이 영화의 느낌을, 미이케 모드가 극한의 찬바라 액션을 표방함으로써 어떤 식으로든 사무라이 영화적인 요소를 극대화한 반면, 와타나베 모드는 로파이 스타일의 사운드로 인해 이질감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역시 플레이어의 선택일 뿐이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3개 모드를 통해 저마다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점에서 좋으면 좋았지 나쁠 것은 없다.

▲ 구로사와 모드와 와타나베 모드는 개인적으로 2회차에서 즐기기 좋은 모드이지 않을까 싶다
정리하자면, '고스트 오브 요테이'는 거의 모든 부분에 걸쳐서 전작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래픽부터 손맛, 듣는 맛은 물론이고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투 시스템과 액션 역시 더욱 진일보했다. 전작을 계승하는 동시에 아쉬웠던 부분을 해소한 이러한 발전상은 여러모로 감탄이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도 액션의 경우 고스트 시리즈가 자랑하는 미장센 덕분인지 여느 액션 게임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것은 최근 대작들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최적화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픽 모드에서는 30프레임을 칼같이 유지할 뿐 아니라 퍼포먼스 모드에서도 60프레임(컷신에서만 30프레임)을 칼같이 유지해 시종일관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갑자기 튕기는 등의 크래시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전혀 없었던 만큼, 최적화에 대해서는 일말의 걱정도 필요 없다.

원령 아츠와 함께 돌아온 '고스트 오브 요테이'는 분명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한때 플레이스테이션 독점작으로 대작이 나올 때면 이런 표현이 떠돌곤 했다. "플레이스테이션을 훔쳐서라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는 말 말이다. 그 표현이 절로 떠올랐을 정도로 '고스트 오브 요테이'는 탁월한 게임이다. 그러니 아직 플레이스테이션이 없다면 구매를 진지하게 고려해 보길 추천한다. 이 게임에는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