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비판 언론 ‘고발사주’ 했나…전 행정관 “다 내가 한 것”
김대남 전 행정관-기자 ‘5시간 녹취록’에서
“시민단체에서 고발한 몇개, 다 내가…용산에 있을 때
백은종이도, 여사 난리쳤던 놈들도 내가 몇군데 고발”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대통령실에서 시민사회 의견 청취·소통 업무를 맡고 있던 시민소통비서관실 주요 인사가 보수 시민단체를 동원해 비판 언론을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주장이 담긴 녹음파일이 나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하는 언론사를 겨냥해 신생 우파 단체의 고발과 항의 집회가 잇따르고 있는데, 그 뒷배가 대통령실일 수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제시된 것이다.
김대남 전 행정관 ‘비판언론 고발 사주’ 증언
언론장악 공동취재단이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를 통해 확보한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선임행정관)와 이 매체 소속 기자의 전화통화 녹음파일을 들으면, 김 전 행정관은 “니네 백은종(서울의소리 대표)이 하고, 서울의소리 고발하고 막 이런 거 있잖아. 국힘(국민의힘)에서 한 것보다도 여기 시민단체에서 한 게 몇개 있어”라며 “그거 다 내가 한 거야”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의소리는 지난 23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총 5시간30분 분량의 녹음파일 내용 중 일부인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부분을 공개했다. 김 전 행정관 본인이 보수 시민단체를 부추겨 언론사인 서울의소리 등을 고발하도록 했다고 밝힌 대목은 당시 다뤄지지 않았다. 이는 22대 총선 직전인 지난 4월3일 30분간 이뤄진 통화 녹취의 일부다.
또 김 전 행정관은 “내가 용산에 있을 때 우리 새민연이라고 진짜 솔직히 우리 보수 우파 플랫폼인데 신문에도 광고도 많이 나가고, 그렇게 그 난리를 치면서 고발도 해주고 백은종이도 고발해야지 그다음에 또 여사 난리 쳤던 놈들도 내가 몇군데를 고발을 해줬는데”라고 털어놨다. 그가 통화에서 언급한 새민연이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꾸려진 보수 성향 시민단체 ‘새로운민심 새민연’을 가리킨다. 이 단체는 2022년 7월9일 발기인 총회를 거쳐 9월22일 행정안전부의 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다.
김 전 행정관은 2022년 5월부터 9월6일까지 시민단체와 소통을 담당하는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했으며, 2022년 9월7일부터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를 맡다가 지난해 10월20일 총선 출마를 위해 퇴직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경기도 용인 갑 선거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올해 2월 국민의힘이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을 전략 공천하자 지지 선언을 하고 물러났다. 현재는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김 전 행정관이 스스로 “그거 다 내가 (새민연을 통해) 한 거야”라고 밝힌 ‘비판 언론 고발 사주’ 의혹을 직·간접적으로 뒷받침하는 정황은 여럿이다. 먼저 새민연은 문화방송(MBC)의 ‘바이든-날리면’ 보도와 관련해 2022년 9월26일 박성제 당시 사장 등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바 있다. 이 단체는 고발 당일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허위, 조작, 가짜뉴스를 일삼는 엠비시는 해체하라. 대통령의 사적인 대화를 방송에 내보내 국가 망신을 시킨 기자들을 퇴출하라”고 주장했다.
고발 대상 언론사로 직접 지목된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도 “새민연으로부터 고발당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으나, 실제 고발 여부와 시기 등 구체적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의소리 쪽은 “고발 건이 많고 고발인도 가려져 있어 구체적 날짜와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새민연, 문화방송 겨냥 ‘관제 시위’ 의혹도
김 전 행정관의 “(새민연이) 그 난리를 치면서 고발도 해주고” 발언과 관련해선 그와 새민연을 연결 고리로 한 ‘관제 시위’ 의혹도 함께 제기된다. 특히 새민연은 바이든-날리면 보도와 관련해 문화방송을 고발하기 3일 전, 다른 시민단체와 함께 서울 문화방송 본사 앞을 찾아가 규탄대회를 열었다. 고발 이후부턴 한달가량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통령실 매국 엠비시 기자를 즉각 퇴출하라’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릴레이 1인 시위도 벌였다.
대통령실에서 시민단체와 소통하던 김 전 행정관한테 보수 단체 새민연은 주요 관리 대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현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2022년 11월17일 이 단체의 창립대회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 전 수석은 여기서 “새민연이 진정한 정권 교체 완성의 죽비 역할을 해달라”는 내용의 축사를 맡았고, 윤석열 대통령은 화환을 보냈다. 김 전 행정관이 속한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실은 시민사회수석실 산하다.
이어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2월9일 이 단체의 전국대회 축사를 맡아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도와주시길 바란다. 저도 대통령실에서 열심히 돕겠다”고 발언했다. 같은 해 7월 이 단체의 인천지부 창립대회에선 “제가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캠프) 조직국장을 하면서 새민연 탄생을 같이했다. 지금은 우리 대통령을 가장 지지해주는 보수·우파 지지단체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사회자는 “김대남 비서관(직무대리)은 윤 대통령 분신이니까 지금 말씀하신 게 다 대통령님 말씀이라고 이해하겠다”고 화답했다.
보수 단체를 동원한 관제 시위 의혹과 관련해선 김 전 행정관과 같은 시기에 대통령실에서 근무한 강 전 수석도 자유롭지 못하다. 강 전 수석은 바이든-날리면 보도 직후 국민의힘 관계자와 한 통화에서 문화방송을 겨냥해 시위를 벌여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녹음파일이 공개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강 전 수석은 이에 대해 “지인이 물어본 것에 대해 개인적 의견을 얘기한 것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공동취재단은 비판 언론 고발 사주 의혹 등과 관련해 김 전 행정관의 입장을 물으려고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대통령실에도 전화와 문자로 입장을 물었으나 역시 답변이 오지 않았다. 다만 김 전 행정관은 지난 23일 서울의소리 유튜브를 통해 녹음파일 내용 일부가 공개되기에 앞서 보도자료를 내고 “사적인 통화에서 넋두리를 하며 실제와 다른 과장된 표현을 했다”면서, 자신의 발언을 부인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최성진(한겨레) 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문상현(시사인) 신상호(오마이뉴스)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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