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안 붙는 '강제동원 해법' 논의… 日 기시다 지지율 '추락' 때문?

노민호 기자 2022. 11. 2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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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새 각료 3명 줄사퇴… 집권당 내에서도 '코너' 위기
'단명' 가능성까지 거론… 한일관계 전반에도 '변수' 될 듯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2022.11.19/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일 정상이 최근 회담에서 양국 간 최대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의 '조속한 해결'에 공감했지만, 여전히 관련 논의에 진전이 있단 소식을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최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내각에 대한 여론 지지율이 속락하면서 강제동원 피해배상 관련 논의는 물론, 한일관계 전반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시다 내각에선 최근 한 달 사이 장관급 각료 3명이 연이어 사퇴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실언'과 '정치자금' '통일교 스캔들' 등의 이유로 하나시 야스히로(葉梨康弘) 법무상과 데라다 미노루(寺田稔) 총무상, 야마기와 다이시로(山際大志郞) 경제재생담당상이 잇달아 물러난 것이다.

이들 3명 가운데 하나시와 데라다는 일본 집권 자민당 내에서 '기시다파(派)'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대국민 사과 입장을 밝히며 고개를 숙였지만 여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최근 일본 내 주요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기시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대부분 30%대까지 떨어졌고, 일부 조사에선 20%대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선 통상 내각 지지율 30%선을 '정권 유지의 마지노선'으로 간주한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19~20일 실시한 조사 결과에선 '기시다 총리가 언제까지 총리직을 계속했으면 좋겠느냐'는 물음에 "빨리 그만뒀으면 좋겠다"는 응답자 비율이 43%로 집계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 집권 자민당 내에서조차 기시다 총리의 '단명'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기시다 총리 입장에선 강제동원 관련 문제 등 한일관계에 신경 쓸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됐단 얘기다.

이에 대해 최근 자민당 인사들과 접촉했다는 한 인사는 "앞서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에 대해 '한국이 해법을 가져오라'며 논의조차 하지 않던 일본 정부 태도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좀 바뀐 건 사실"이라며 "당내 기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 News1 DB

그러나 이 인사는 "최근 기시다 총리의 조기 사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진단했다.

기시다 총리가 국내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 등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취했다간 당내 반대파들에게도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는 만큼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단 것이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도 사퇴한 일본 각료 3명 중 기시다파가 2명임을 들어 "일본 내에선 '기시다파여서 관대했던 게 아니냐' '사퇴 시기를 놓친 게 아니냐'는 등의 얘기가 나온다"며 "상황이 더 나빠지면 자민당 내에서 기시다 총리를 끌어내리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강제동원 피해배상 등 과거사 문제 해결과 더불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기시다 내각 역시 양국관계 개선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선 공감해온 상황이다.

특히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면서 한미·한일 및 한미일 간 안보협력이 강조되고 있는 점 또한 한일 정부 당국자 등 간의 접촉이 잦아진 한 배경이 됐다.

다만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강제동원 피해배상과 관련해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특정 해법을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인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지난 7~9월 강제동원 피해자 측 등이 참가하는 민관협의회를 가동한 데 이어, 추가적인 국내 여론 수렴을 위해 공청회 등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해왔으나 이 역시도 아직 구체적인 시기·형식 등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한일 양국 정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지난 13일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와 관련 "외교당국 간에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계속 협의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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