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환경정화비’ 4000억 훌쩍…한국, 수십년째 ‘독박’

전지현·강연주 기자 2024. 10. 2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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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의원실, 국방부서 제출받은 ‘반환 현황’ 살펴보니
국방부 예산으로 집행되고 있는 반환 미군기지 정화비용에 대한 문제가 지적된 가운데 23일 서울 용산구 옛 미군기지 ‘캠프 킴’ 부지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작업 완료 21곳 3705억 지출
남은 8곳 포함, 4582억 추정
SOFA ‘미군 책임회피’ 조항
국방부 “외교부가 협상 담당”
“강제성 부여 규정 신설해야”

정부가 지금까지 반환된 미군기지 정화에 총 4582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반환받은 미군기지 정화작업에 3705억원이 들어갔는데 앞으로도 900억원가량이 더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미군기지 7곳이 추가로 반환될 예정이어서 관련 비용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군기지 정화비용은 수십년째 국방부 예산에서 집행돼왔다. 미군은 한국 정부에 정화비용을 지불한 적이 없다. 경기 동두천 캠프 케이시, 의정부 캠프 스탠리 등 미군기지 7곳이 추가 반환될 예정인데 정부가 미국과 정화비용 문제를 적극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주한미군기지 반환 현황’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지난 9월까지 정화작업이 완료된 미군기지 21곳에 3705억원이 지출됐다.

아직 실시설계가 끝나지 않은 용산 캠프 킴 등 8곳의 예상 금액까지 더하면 총비용은 4582억원에 이른다. 2020년 12월 반환된 경기 하남 성남골프장, 2022년 2월 반환된 의정부 캠프 레드클라우드 등의 소요 예산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포클레인 등 중장비가 ‘캠프 킴’에서 환경정화 작업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4조는 부지 오염자인 미군이 책임을 회피하는 근거 조항이다. ‘합중국(미국) 정부는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 합중국 군대에서 제공되었을 당시의 상태로 동 시설과 구역을 원상회복 또는 보상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 규정이 미측의 정화 의무까지 면제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미군 측으로부터 정화비용을 받아내지 못했다.

SOFA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에는 ‘인간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이 발생하면 미국 정부가 치유를 신속히 수행하도록 되어 있지만 미군기지 오염 정도가 ‘KISE’에 해당하는가를 두고 양국은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추 의원실에 “미국과의 협상 담당은 외교부이고, 협상 과정에서 확정된 내용을 국방부에 공유하는데 최근 2년간은 확정된 사안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환경부가 만든 KISE 기준에 맞춰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소극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한·미 간 정화비용 분담 논의가 교착된 동안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정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2008년 녹사평역 인근 캠프 킴 주변 지하수에서 유류 오염물질인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기준치(1.5㎎/ℓ)의 6571배(9867.4㎎/ℓ) 분량이 검출된 이후 정화작업을 해왔다. 지난 3월 이 일대 지하수질검사에서는 TPH가 147.4㎎/ℓ로 나왔다.기준치의 98배에 달한다. 서울시는 매년 정부 상대 소송을 내 정화비용을 받아내고 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오염정화 사업 비용 부담 주체’를 묻는 서면질의에 “양해각서에 따라 KISE에 해당하는 오염이 발견되면 미국이 정화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는 원론적인 답변과 함께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다”고 답했다.

추 의원은 “수십년간 미측의 환경오염 부담비용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오염이 발견되면 미측이 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적극적인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현·강연주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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