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할 때 반드시 사용하는 도마는 각종 식재료가 스치고 지나가는 공간인데요. 이 과정에서 도마는 다양한 세균이 옮겨 다니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생고기, 채소, 해산물 등 여러 식품이 동일한 표면을 지나가면서 교차 오염의 위험이 커집니다.
많은 사람들은 “도마는 자주 씻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하지만 재질에 따라 세균의 잔존 가능성이나 소독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기 쉽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들이 표면에 남아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철저한 위생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도마의 재질이 위생 상태에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걸까요?
플라스틱과 나무, 어떤 도마가 더 안전한 선택일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확인해보겠습니다.
도마 재질, 정말 중요할까? 실험 결과는 엇갈립니다

도마의 재질을 논할 때 가장 자주 비교되는 것은 플라스틱과 나무인데요. 일반적으로는 물 흡수가 적은 플라스틱이 더 위생적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플라스틱 도마가 나무 도마보다 위생 관리에 유리하다는 입장을 낸 바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나무 도마는 표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홈이 많아 세척 후에도 식재료 잔여물이나 세균이 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캄필로박터균이나 대장균 같은 식중독 원인균이 나무 도마에 최대 며칠간 생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반대되는 실험 결과도 적지 않습니다. 위스콘신대 연구진은 나무 도마의 항균력이 오히려 플라스틱보다 뛰어나다고 발표했는데요.
나무에서 살모넬라균과 리스테리아균이 몇 분 만에 99.9% 사멸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라크 모술대의 실험에서도 나무 도마의 세균 감소 속도가 더 빨랐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도마는 쓰는 방식이 더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재질보다는 '사용법'에 초점을 맞추라고 강조하는데요. 도마를 위생적으로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식재료별로 도마를 나눠 사용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육류, 생선, 채소, 과일 등을 각각 전용 도마에 조리함으로써 교차 오염의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양면 도마를 사용하는 가정도 많은데, 이 경우에도 한쪽은 고기용, 다른 한쪽은 채소용으로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칼질을 많이 하는 요리에는 도마 아래에 우유팩 등을 깔아 흠집 생성을 방지하면 위생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나무 도마의 경우, 칼자국이 많아질수록 세균이 잘 번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사용 후엔 반드시 뜨거운 물로 세척하고, 세제를 묻힌 수세미로 홈을 집중적으로 문질러 닦아야 하는데요.
이후엔 80℃ 이상의 물로 헹구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세워 완전히 건조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도마 소독, 이렇게 하면 더 안전합니다
단순한 세척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인 소독도 필요합니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도마 전용 살균 세제를 사용하는 것인데요.
행주에 세제를 묻혀 도마 위에 덮어두고 하룻밤 그대로 두면 강력한 살균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천연 재료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소금, 식초, 레몬즙 등은 살균과 동시에 도마의 냄새 제거 효과도 뛰어난데요.
특히 나무 도마에는 인공 세제가 스며들 수 있기 때문에 천연 재료를 활용한 방법이 더 안전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FDA는 락스 한 스푼을 4리터 물에 희석한 용액으로 도마 표면을 소독하는 방법도 권장합니다.
이 용액을 도마에 부은 후 5분 정도 기다렸다가 흐르는 물로 깨끗이 헹구면 됩니다. 이후 햇볕에 완전히 말리는 과정을 거치면 위생적으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