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창고 가진 사장님들 웃었다…세계 첫 '굴절 무인지게차' 만든 이 기업
팔레트(화물을 쌓는 틀이나 대)에 적재된 제품들이 공장 안에 다닥다닥 줄지어 있다. 좁은 통로 사이를 오가며 지정한 화물을 가지고 오는 지게차엔 운전자가 없다. 목표한 제품 앞에 멈추더니 포크 부분이 좌측 90도로 자동 회전하고 이내 팔레트를 번쩍 들어 올려 창고 밖 대기 중인 트럭으로 옮긴다.
협소한 공간을 거침없이 누비는 '굴절 무인지게차'는 알오지스틱스가 세계 최초로 만든 것이다. 농구 기술 용어에서 이름을 딴 '피버터'(Pivoter)라 붙였다. 한 발은 바닥에 붙인 채 다른 발을 좌우로 움직이며 수비를 따돌리는 동작이다.
피버터는 1.6m 폭만 확보해도 팔레트를 운반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굴절형이 아닌 기존 일반 유인 지게차의 경우 최소 2~4m 정도로 차체 길이 이상의 주행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중견·중소기업의 물류창고 대부분이 협소해 지게차 활용도가 떨어지는 고충을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낙은 알오지스틱스 대표는 "좌우 105도로 굴절하는 관절을 지닌 무인지게차 로봇시스템은 일반적인 형태보다 주행반경이 절반으로 줄어 중견·중소기업의 비정형적인 소형 창고 환경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지정된 도착지에 도달하기 위한 최단 경로를 탐색하고 이동할 때 사람과의 충돌을 회피하는 기능도 갖췄다.
알오지스틱스는 갓 창업한 6명 남짓 회사지만 이 같은 기술력 덕에 경남 창원 소재 대표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에 선발, 범부처 창업 경진대회인 '도전 K-스타트업 2024' 통합 예선에 출전하는 등 활약상이 돋보인다.
성장 모멘텀도 다양하다. 우선 현대자동차의 밴더사로 24시간 자동화 공장으로 전환을 추진 중인 명신에 납품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도 선정돼 이달부터 이동 수레 여러 개를 레고처럼 모듈형으로 붙이고 뗄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또 포스코의 아이디어 마켓 플레이스에 선정돼 굴절 무인지게차 PoC(기술검증)를 협의중이다.
시장 전망도 밝다. 이커머스 시장의 소비자 구매형태가 '소량 다품종, 다빈도 소량' 형태로 변하면서 고객 확보와 직결된 '배송 리드타임 최소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매년 임대료와 인건비가 상승한 가운데 물류비 절감과 빠른 하역·이송처리는 기업 재무건전성과 이어진다. 전세계 물류산업이 자동화로 전환되는 추세인데다 규격화된 팔레트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무인지게차 시장이 연간 6.8%씩 성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국내 무인지게차 시장은 2028년까지 약 1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최 대표가 창업한 건 소외된 중소기업을 위한 산업용 로봇 기술을 제공해 대기업과의 디지털 자동화 격차를 줄이고 싶어서다. 그는 "아버지가 중소기업에 다니셨다. 항상 대기업에 비해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뭔가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해보고 싶었고, 로봇 공학을 통해 중소기업의 DX(디지털전환)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창업 이전 로보스타 AGV(무인운반차) 사업부 제어팀, 뉴로메카 소프트웨어(SW) 개발팀 등에서 일하며 로봇시스템 및 응용 SW 개발 능력을 쌓아왔다. 그는 "최근 한국로봇진흥협회로부터 피버터에 대한 성능 및 품질평가서를 받았다"며 "우리 기술의 혁신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은 결과가 나와 거래처 확보 및 납품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알오지스틱스의 최종 사업 목표는 산업단지 내 기업들이 손쉽게 함께 사용할 '공유형 무인지게차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최 대표는 "산단에 가보면 지게차와 운전하는 기사님을 필요할 때마다 호출해 작업을 맡기는 공장들이 많다"며 "스마트폰에서 앱 버튼만 누르면 무인 지게차가 현장으로 이동해 바로 작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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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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