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3인 각자대표이사 체제를 도입하며 경영 혁신에 나섰다. 내년 1월2일부터 신임 이인기·곽정우 대표는 김선희 대표부회장과 함께 최근 발생한 세척수 혼입 사고로 실추된 소비자 의신뢰를 회복하고,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책임을 맡게 됐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이인기 운영총괄 최고운영책임자(COO)와 곽정우 사업총괄 최고커머스책임자(CCO)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대표이사 변경은 1년9개월 만이며, 김환석 전 대표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신임 대표들은 김 전 대표의 업무를 분담한다. 김 부회장은 미래 전략사업, 해외사업 육성, 조직 체질개선 등 기존의 장기적이고 혁신적인 과제에 집중할 계획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두 신임 대표의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해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글로벌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각자대표이사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내부 운영 전반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는 품질·안전과 생산·물류를 총괄하며 회사의 내부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경영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1996년 매일유업에 입사한 이 대표는 상하목장 마케팅팀장, 사업부장, 기획실장 등을 역임하며 회사의 내부조직과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
곽 대표는 마케팅과 영업에 집중해 매출과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올해 초 매일유업에 합류하기 전 CJ제일제당에서 신선사업 총괄로 일했고, 이마트 그로서리본부장과 쓱닷컴 COO를 역임하며 유통과 신선식품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했다. 외부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매일유업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척수 혼입 우유' 이미지 회복 시급
매일유업 신임 대표들은 소비자 신뢰 회복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달 12일 발생한 '매일우유 오리지널 멸균 200㎖' 제품의 세척수 혼입 사고로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문제의 제품은 특정 시간대에 멸균기 밸브가 약 1초간 열리며 세척수(수산화나트륨)가 혼입되면서 출시됐다. 사고 직후 김 부회장은 소비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3인 각자대표 체제 전환은 이러한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매일유업은 2014년 김 부회장 단독체제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3월 김 전 대표를 영입해 2인체제로 바꾼 데 이어, 1년9개월 만에 3인체제를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매일유업의 신뢰 회복과 우유 사업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신임 대표들을 선임해 리스크 관리와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경영체제에서 이 대표는 내부 시스템 점검과 생산공정 개선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분석된다. 곽 대표는 품질 사고로 손상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고 매출 및 수익성 보호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매일유업은 식약처 현장조사 이후 광주시의 후속 행정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식약처는 이달 17일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라 광주시에 영업정지 1개월과 제품 폐기 등의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소비자 신뢰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