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추천 애니메이션

시부야에 강림한 제갈공명, 음악으로 천하통일! <파티피플 공명>
10월 31일 할로윈, 도쿄 시부야. 코스튬을 입은 젊은이들의 취기가 떠다니는 거리에 깃털 부채를 들고 신선 차림을 한 남자가 강림한다. 성은 제갈, 이름은 량, 자는 공명. 우리가 아는 <삼국지>의 그 제갈공명이 맞다. 그는 우연히 들어가게 된 ‘BB 라운지’라는 클럽에서 에이코(EIKO)라는 무명의 가수를 만나는데, 공명은 그 목소리에 홀려 에이코에게 선언한다. 이 세계에서는 유비가 아닌 에이코의 책사가 되어 에이코의 꿈을 이뤄주겠다고. 그의 선언에 에이코는 가수를 그만두려던 마음을 접고 꿈을 위해 조금 더, 달려보기로 한다.
12화로 구성된 에피소드는 <달빛천사>, <보아 인 더 월드>, <뱅드림> 등 음악을 소재로 한 음악 성장물의 전형적인 플롯을 따른다. 에이코가 가수로 성장하는 이야기기도 하지만 제갈공명이라는 이질적인 캐릭터가 이 작품만의 특별함을 만들어낸다. 공명은 <삼국지>에서 사용한 전략을 이용해 에이코의 무대를 더 멋지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완벽한 매니저 역할을 해낸다. 적을 유인하기 위해 펼친 ‘석병팔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한번 들어가면 나갈 수 없는 스테이지를 만들어 에이코의 무대로 관객들을 유인하고 발을 붙잡아두는 장면이나, 마치 적벽대전처럼 대형 기획사의 밴드와 에이코가 시부야에서 음악으로 맞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작품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공명이 돕는 건 비단 에이코만이 아니다. “음악과 사람, 적군도 아군도 없다.”라는 공명의 대사처럼, 공명은 에이코의 동료뿐만 아니라 라이벌에게도 깨달음을 준다. 동시에 이 작품은 제갈공명이 치유받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위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정글’로 비유되지만, 라이벌을 죽이고, 동료를 희생시켜야 하는 <삼국지>의 전쟁터는 아니다. 살육이 필요 없는 그 평화가 공명이 가진 과거의 상처와 후회를 보듬어준다. 더운 여름,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마스크 없이 방구석 페스티벌과 동시에 꿈을 향해 달려가는 따듯한 이야기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그러다가 조금 신이 나면 파티피플을 외치면서 오프닝의 댄스를 따라 하는 것도 좋겠다.
라프텔에서 시청 가능

아냐를 알면 일상이 재밌어질지도?<스파이 패밀리>
스파이 남편과 암살자 부인, 그리고 이 둘의 정체를 알고 있는 딸이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면? <스파이 패밀리>는 독특한 조합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때는 동서냉전 시대. 서쪽 웨스탈리스 스파이 ‘로이드 포저’는 결혼 후 아이를 만들어 명문 학교 ‘이든 칼리지’ 학부모회에 잠입해 동서평화를 위협하는 오스타니아의 국가통일당 총재 ‘도노반 데스몬드’에게 접촉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고아원에서 ‘아냐’라는 어린 여자아이를 입양해 이든 칼리지의 필기시험에 합격시키지만 기쁨도 잠시. 이번엔 엄마, 아빠, 아이가 반드시 함께 참석하라는 면접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를 위해 ‘엄마’ 역할을 구하던 중, 로이드는 ‘독신 여성은 언제라도 정치범으로 잡혀갈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 암살자 ‘요르’를 만나게 되고, 둘은 위장 부부가 된다. 이렇게 절대 정체를 들켜선 안 되는 로이드와 요르, 마음을 읽는 초능력자 아냐의 존재는 이 작품만의 특별한 호흡을 만들어낸다.
겉으로는 로이드와 요르가 가족의 평화와 동-서 평화를 위해 각자 자신에게 내려진 임무를 비밀리에 수행하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뒤에서는 “스파이, 미션, 두근두근!”을 외치며 로이드와 요르의 마음과 의도를 읽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숨겨진 흑막(?) 아냐가 있다. 문제는 아냐의 해결책이 아이의 순수한 시선에서 나온, 다소 엉뚱한 해결책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 작전이 결국은 알게 모르게 서로를 도와 테러범을 잡는 등 평화를 지켜내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유사 가족 사이에 점차 유대감이 피어오른다. 탄탄한 캐릭터를 기반으로 스파이물의 스릴감, 가족물의 감동, 착각물의 코믹 요소가 골고루 제공되는 스토리다. 오피셜히게단디즘과 호시노겐 등 걸출한 아티스트들의 오프닝과 엔딩곡까지. 2022년을 장식할 애니 중 하나다.
넷플릭스, 라프텔에서 시청 가능

출생의 비밀을 곁들인 사각 관계 러브 코미디<뻐꾸기 커플>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바뀐 이야기는 누차 많은 콘텐츠의 소재로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가족영화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과 시간으로 이어진 가족, 둘 중에 무엇이 중요한지에 관한 진중한 질문을 던졌다. <뻐꾸기 커플>도 그러한 소재를 주요한 작품의 설정으로 가져가지만, 그런 물음엔 별로 관심이 없다. 대신 사각 관계 러브 코미디를 복잡하게 하는 요소로 사용할 뿐이다.
호텔왕의 상속녀이자 미소녀 인플루언서 ‘아마노 에리카’, 가난하지만 우등생인 공부 바보 ‘우미노 나기’. 둘은 산부인과에서 바뀐 상태로 16년을 다른 부모 밑에서 살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우미노는 원래 자신이 누려야 할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 아마노를 보고 크게 나쁜 감정을 갖지 않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부모들도 서로의 진짜 자식을 내놓으라고 갈등하지 않는다. 그보다 서로의 자식들과 영원히 함께할 수 있도록, 둘을 약혼시킨다. 그렇게 부모들이 에리카와 나기를 대면시킨 순간, 당사자들은 충격을 금치 못한다. 바로 그 둘은 이 강제 약혼에 반대하기 위해 비밀리에 급동맹을 맺은 비밀 연애 상대였던 것.
이렇게 꼬여버린 운명의 실 안에 우미노가 짝사랑하던 전교 1등 ‘세가와 히로’, 더 이상 나기가 친오빠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나기의 여동생 ‘우미노 사키’가 차례차례 위험한 사각 관계의 소용돌이에 들어오면서 ‘막장 러브코미디 하렘물’을 완성한다. 하지만 때로는 불량식품이 맛있을 때도 있는 법. 출생의 비밀, 계약연애, 약혼, 동거, 유사근친 등 막장 요소는 전부 넣어놨지만, 섹슈얼함과는 거리가 먼 어리숙한 남자 주인공이 아슬아슬한 선을 지키면서 점점 사랑과 존중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누가 봐도 귀엽게 디자인된 세 명의 히로인과 그들 사이의 우정을 지켜보는 것도 매력적이다.
왓챠, 라프텔에서 시청 가능
글. 강지원 | 스틸. 라프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