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감학원 시굴 하루 만에 유골 발견..어린이 시신 최소 150구 추정
[앵커]
광주에서, 그리고 안산에서 오랜시간 깊고 어두운 땅속에 묻혀있던 현대사의 상처들이 하나둘 진실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먼저 일제강점기부터 군사정권 시절까지 운영된 경기도 안산 선감학원 관련 소식입니다.
부랑자를 교화한다면서 아이들을 가두고 노역까지 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암매장된 피해자가 많다는 증언들이 잇따랐습니다.
시신이 묻혔다는 증언이 이어진 장소에서 조사가 시작됐는데 하루 만에 10대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치아가 발견됐습니다.
이윤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수풀 사이로 봉분 수십 개가 솟아 있습니다.
자그마한 크기들...
어린이들이 묻힌 곳으로 추정되는, 묘비명조차 없는 무덤들입니다.
[정진각/전 선감학원사건피해자신고센터 사무국장/지난 4월 : "쌍둥이기 때문에 특이하니까. 그 당시 원생들이 많이 기억을 했어요. 그래서 죽어서 묻힐 때 묻은 사람들이 나타났어요. 자기가 쌍둥이는 묻은 기억이 있대."]
선감학원이 폐쇄된 지 40년.
진실화해위원회는 그제부터 유해 시굴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실체는 금세 드러났습니다.
하루 만에 14개 넘는 치아와 여러 개의 단추가 발견됐습니다.
모두 10대 피해자들의 것으로 추정됩니다.
[황일로/선감학원 피해자 : "부모 얼굴 한번 못 보고 다 간 형제, 친형제보다 더 가까운 사람들 아닙니까? 그러니깐 나는 마음이 참 너무 뭐라고 말할 수가 없어요."]
'형제복지원' 같은 집단 인권침해 시설 가운데, 국가가 공식적으로 유해를 찾아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훈/작가/지난 26일/시굴 행사 : "오직 사실의 바탕 위에서만 화해가 가능할 것입니다. 사실의 힘에 의해서만 화해가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곳 시굴 현장에는 적어도 150구의 시신이 매장됐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앞으로 계획된 시굴 조사는 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입니다.
주로 열 살 전후 어린이들이라 발굴도 성인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승원/한국선사문화연구원 부원장 : "(어린이는) 뼈가 완전하게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산성 토양에서는 부식이 쉽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진실화해위는, 정확한 피해를 확인하려면 '시굴'이 아닌, 정식 '유해 발굴'이 필요하다고 보고, 다음 달, 경기도 등에 이를 권고할 계획입니다.
폭행이나 굶주림 등으로 숨진 피해자 대부분은 반세기 이상 '진실 너머에' 묻혀 있었습니다.
[황일로/선감학원 피해자 : "오늘이 가장 기쁘면서도 저렇게 나온 거 보니까 내가 너무 슬퍼서 마음이 착잡합니다 아주..."]
KBS 뉴스 이윤우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영상편집:장수경/그래픽: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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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우 기자 (y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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