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가 중국을 겨냥해 휘두른 제재의 칼날이 오히려 한국에게는 거대한 기회의 문을 열었습니다.
미국이 자국산 LNG를 자국 선박으로만 수출하겠다는 초강수를 둔 순간, 한화가 누구보다 빠르게 손을 들었습니다.
50년 만에 미국에서 다시 LNG 운반선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길을 한국이 열어준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조선강국 코리아의 저력이죠.
미국의 초강수, LNG선도 자국산으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규정을 보면 2028년부터 미국산 LNG 수출 물량의 1%를 미국에서 건조한 선박으로 운송하도록 의무화하고, 2047년까지 이 비율을 15%로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한마디로 미국의 액화천연가스는 미국 선박으로만 실어 나르겠다는 것이죠.
문제는 현실입니다. 미국은 1970년대 매사추세츠에 있는 제너럴 다이내믹스 소유의 폐쇄된 조선소에서 지은 5척의 LNG 운반선만 운용 중입니다.
전 세계 LNG 운반선 중 미국 국적은 1%도 채되지 않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LNG 회사들을 대표하는 무역 단체는 이러한 조치가 장기 계약을 위험에 빠뜨리고 전 세계 구매자의 비용을 증가시키며 주요 수출국으로서의 국가 지위를 위협할 것이라며 계획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중국산 선박에는 거액의 페널티
미국의 전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오는 10월부터 중국 국영 선사가 소유·운영하거나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에 대해 미국 항만 입항 시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선사 선박이 미국 항구에 들어올 때마다 선박당 최대 100만 달러 또는 선박 용적물 무게 1톤당 최대 1000달러의 수수료가 부과됩니다.
이는 명백히 중국 조선업을 겨냥한 조치입니다.
클락슨리서치의 지난해 국가별 수주 점유율을 보면 중국이 전 세계 신규 수주 점유율 60%를 기록했습니다.
중국이 저가형 선박으로 시장을 석권해온 것에 대한 미국의 반격인 셈이죠.
한화, 기회를 놓치지 않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화가 등장합니다.
한화해운 라이언 린치 부사장은 USTR 규정에 따라 2030년까지 미국이 운영하는 미국 국적의 LNG 운반선이 5~7척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한화는 실제로 행동에 나섰습니다.
한화오션은 작년에 인수한 필리 조선소와 LNG운반선 1척 건조 계약(3466억원 규모)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는 미국 조선소로써 LNG운반선 계약을 수주한 뒤 한화오션에 하도급 형태로 건조 계약을 맺는 구조입니다.
한화의 준비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습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말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를 인수한 뒤 약 1000억 원을 들여 필리조선소의 한 해 생산 능력을 기존 1.5척에서 10척으로 늘리고, 2035년까지 한 해 매출 40억 달러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마스가 프로젝트의 본격 시동
한화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하기로 하며 한미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습니다.

트럼프의 "Make America Great Again" 슬로건을 조선업에 접목한 이름부터가 의미심장합니다.
이번 50억 달러 투자는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합의된 1500억 달러 규모 조선업 협력 투자펀드가 재원입니다. 단순한 사업 투자를 넘어 국가 간 전략적 파트너십의 결과물인 것이죠.
현재 연간 1~1.5척 수준인 조선소의 건조 능력은 20척으로 대폭 확대됩니다.
또한 한화오션이 보유한 자동화 설비와 인공지능·로봇 등을 활용하는 스마트 야드 등 첨단 기술을 조선소에 도입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LNG 운반선, 함정 블록 및 모듈 건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간다는 구상입니다.
현실적 한계와 한국의 기회
그렇다면 미국이 정말 자체적으로 LNG선을 만들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수십 년간 LNG선 건조 경험이 끊긴 미국에서 짧은 기간 안에 고부가가치 LNG선을 짓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글로벌 LNG 업계와 선주들은 미국 안에서 건조하는 비용이 외국보다 5배 이상 비싸고, 숙련된 인력이 모자라며, 기술력 차이 같은 현실 장벽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필리조선소는 LNG 운반선을 건조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건조 시설과 인력을 구성하는 데만 3~4년이 소요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결국 한국의 기술력 없이는 미국의 LNG선 꿈이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조선업계 전체의 수혜 기대
한화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8년도 인도 슬롯은 현재 기준으로 중국 조선소보다 한국 조선소가 더 여유있는 상황"이라며 "기적으로 한국 조선업체에 대형 상선 발주문의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변화의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조선·해운 전문지인 트레이드윈즈는 세계 5위 해운사인 독일 하파크로이트가 12천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6척을 중국 조선사 대신 한화오션에 발주하는 계약을 최종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SK증권은 최근 분석을 통해 북미 프로젝트에 필요한 LNG선은 국내 '빅3'가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면서 중국 조선소의 수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오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63척의 LNG선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새로운 경쟁 구도의 시작
미국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조선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입니다.
한국은 이미 2024년 기준 전 세계 LNG선 수주 점유율 62%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은 800척 넘게 건조해 압도하는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역설적으로 한국 조선업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 셈입니다.
중국산 선박에 제동을 걸겠다는 미국의 의지, 그리고 그 틈새를 가장 먼저 파고든 한화의 발빠른 대응이 만나면서 조선강국 코리아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아무나 못하는 LNG선, 그 1호 꿈을 이루고자 하는 미국의 소원성취는 한국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미 조선업 협력의 새로운 모델이 될 '마스가 프로젝트'가 과연 어떤 결실을 맺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