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라스베이거스를 꿈꾸던 미단시티, 화려한 청사진의 출발
인천 영종도, 그 중에서도 '미단시티'는 한때 동북아의 라스베이거스를 표방하며 각종 대형 개발 계획으로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2003년 경제자유구역의 중심 프로젝트로 출발한 이곳에는, 중국 푸리그룹과 미국 시저스 엔터테인먼트가 합작한 대규모 카지노 복합리조트—보카 리조트, 인스파이어—건설이 추진됐다. 전체 사업 규모는 1조5,000억~2조원에 달했다. 호텔, 워터파크, 쇼핑몰, 공연장 그리고 핵심 카지노까지 모두 들어서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새로운 한국관광 1번지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구상이었다.
이미지로만 존재했던 국제 비즈니스·관광도시의 청사진은 투자유치를 이끌면서 구체적 현실로 빠르게 진입하는 듯했으나, 실제로는 복합리조트의 초대형 철골 구조물이 뼈대만 세워진 채, 그 이상으로는 더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투자자 이탈과 자금 유동성 위기, 무너진 거대 합작의 구조
미단시티 리조트 프로젝트의 시작은 화려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2017년, 미국 시저스 엔터테인먼트가 사업 철수를 선언하면서 푸리그룹의 단독 추진 체제로 전환됐다. 그 시점부터 투자 유치는 물론 내부 자금조달에도 급격한 어려움이 시작되었다.
사업 초기, 푸리그룹은 인천도시공사로부터 대규모 부지를 저렴하게 매입해, 단기간 내 되팔아 수백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그러나 이것은 이후 본격적인 사업 진행을 위한 실질 투자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핵심 투자자의 이탈, 점점 나빠지는 중국과 한국 부동산 시장 상황, 지속되는 내외 불확실성은 리조트 프로젝트에 결정타를 날렸다.

공사 중단, 방치로 남은 ‘도망간’ 개발의 흔적들
실제 공사는 2017년 착공돼 잠시 진척을 보인 듯 했으나, 2019년 공정률 24~25%를 넘지 못하고 완전히 중단되었다. 2020년 2월부터는 아예 현장에 인력도, 기계도 남지 않았다. 시공사인 쌍용건설은 300억원이 넘는 미지급 공사비를 받지 못해 공사 유치권을 행사했고, 푸리그룹은 아예 한국 현지 법인을 청산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공사 멈춘 철골뼈대 구조물은 거대한 흉물로 남아 5년째 미단시티의 풍경을 지배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주변 상업 부지와 광장, 마을은 빈 곳으로 변했고, 한때 붐비던 홍보관과 도로엔 차량도 사람도 찾기 힘들다. 곳곳에는 “임시 임대” 현수막만 나부끼고 있다. 일부 구간은 자동차 초보 운전자들의 실습장이 되어 있으니, 개발의 상처가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도시 개발 전체가 마비, 미단시티의 잃어버린 10년
카지노 복합리조트가 좌초하면서, 미단시티 전체의 도시개발이 동시에 멈췄다. 원래 관광·레저, 상업·업무시설, 주거, 국제학교 등 자족형 도시를 표방했으나, 카지노를 핵심 기반으로 삼은 계획이 무너지자 이 모든 연쇄 개발 역시 올스톱 됐다. 일부 토지는 외부 부동산업체 등에 되팔아 수익만 남기고, 대다수 도시 기반 시설은 제대로 활용조차 되지 못했다.
특히, 사업 실패와 공사 중단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미친 악영향은 심각하다. 분양시장의 신뢰 하락, 투자자 손실, ‘유령도시’ 이미지는 인천 전체의 도시 브랜드에도 타격을 입혔다. 지역주민과 투자자는 장기 대출 이자와 투자원금 상환, 미분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며, 도시 자체에 대한 회의감마저 팽배해졌다.

카지노 포기, 도시 패러다임 전환과 국제학교 유치
지속되는 좌초와 방치 속에서 인천시는 전략적 변화를 결심했다. 카지노와 관광도시라는 기존의 구상을 버리고, 미단시티를 주거와 교육 중심의 새로운 도시로 리브랜딩하기로 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상징이 영국 명문 위컴애비(Wycombe Abbey) 국제학교의 유치다.
위컴애비 국제학교는 2026년 3월 착공, 2028년 9월 개교를 목표로 영종국제도시 내에 캠퍼스를 마련한다. 인천시는 약 1억 원을 들여 학교 건물을 건축하고 5년간 무상 임대할 계획이다. 이 학교는 영국 본교 외에 중국, 홍콩 등에서도 캠퍼스를 운영한 경험이 풍부하다. 국제학교 유치가 교육환경 개선, 외국인 투자자 유치, 인적 유동성 회복 등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제학교, 새로운 중심될 수 있을까—남은 과제와 미래
과연, 위컴애비 국제학교가 미단시티라는 거대한 골칫덩어리를 되살릴 촉매제가 될 수 있을까? 전문가·행정 당국 모두 쉽지 않은 도전임을 인정한다. 여전히 마트, 병원 등 기본 인프라가 부족하고, 미단시티 전체 활성화엔 토지 재이용 계획과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 그리고 지역공동체 회복이 필수적이다.
지역민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미단시티가 폐허 도시에서 다시 살아나기 위해선 국제학교를 넘어 다각도의 전략적 전환, 지속적인 공공·민간 협력, 그리고 대규모 기반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한때 라스베이거스를 꿈꾸며 2조원을 쏟았던 실패의 교훈이, 더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도시발전 방향을 열 수 있을지—지금도 미단시티는 답을 찾고 있다.
이상은 미단시티 카지노 리조트 좌초와 도시 전환, 그리고 국제학교 유치로 이어지는 인천 영종도의 최근까지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모든 사례와 수치는 시의 공식자료 및 주요 언론보도를 기반으로 작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