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아버지 제삿날마다 늦게 오길래.." 산소 앞에서 본 모습에 발길이 멈췄다

남동생은 해마다 아버지 제삿날이 되면 약속 시각보다 한두 시간씩 늦게 집안에 들어섰다.

바쁜 회사 핑계를 대며 미안한 기색 없이 자리에 앉는 동생을 보며 나는 속으로 서운함을 삼켰다.

올해는 서운함을 참지 못하고 제사 전날 동생을 꾸짖기 위해 아버지가 계신 산소로 먼저 향했다.

이른 아침 도착한 산소 어귀에서 누군가 땀을 흘리며 봉분의 잡초를 뽑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이 다가가자 익숙한 작업복을 입은 남동생이 낫을 들고 묵묵히 흙을 고르고 있었다.

동생은 제삿날 아침마다 미리 산소에 들러 주변을 정돈하고 홀로 절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깜짝 놀라 다가가자 동생은 멋쩍은 표정으로 장갑을 벗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동생은 생전에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산소 풍경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싶어 매년 혼자 와서 일했다고 털어놓았다.

바빠서 늦은 게 아니라 형에게 짐을 주지 않으려고 홀로 산일을 마치고 오느라 지체되었던 것이었다.

거친 동생의 손마디에는 흙먼지가 묻어 있었고 운동화는 이미 이슬과 흙으로 젖어 있었다.

나는 무심하게 동생의 겉모습만 보고 섭섭해했던 내 자신을 떠올리며 깊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몸소 실천하던 동생의 진심을 깨닫자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나는 동생의 어깨에 묻은 흙을 털어주며 낫을 빼앗아 들고 함께 남은 잡초를 정리했다.

산길을 내려오는 길에 동생과 어깨를 나란히 맞대고 걷다 보니 한결 가벼워진 마음이 차올랐다.

우리는 아버지가 내려다보실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올 제사에는 함께 술을 건네기로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