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품 하나 허투루 선택하지 않는 RM.
티저 사진에 등장한 소품의 의미를 알면,
솔로 앨범이 더욱 기대 될 거다.

몇 주 전. SNS에 데님 사진 한 장과 함께 RM의 첫 솔로 앨범이 예고되었다. 2018년 10월 공개한 믹스테이프 <모노(MONO)> 이후 약 4년 만의 개인 작품이다. RM의 <인디고(INDIGO)>가 드디어 베일을 벗은 것. 그는 12월 2일 발매에 앞서, 본격적으로 콘셉트 사진과 트랙 리스트를 공개했다.

공개한 사진 속에서도 미술과 가구에 조예가 깊은 RM의 감각적인 취향이 돋보인다. '자신의 감정과 고민, 여러 단상이 고스란히 담긴 한 권의 일기장'이라는 설명처럼 이번 앨범은 그가 평소 좋아하는 미술과 가구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으리라.

수십 억 원어치의 미술품과 가구를 소장한 RM. 그의 작업실에도 윤형근 화백의 작품을 비롯, 스티브 잡스가 사랑하는 가구계의 거장 조지 나카시마의 코노이드 시리즈 다이닝 테이블 등 소장 가치 있는 작품이 들어서 있다.

평소 '존경하는 작가에 대한 글은 거의 전부 읽었다' 고백할 만큼, 그 작품의 심미적, 금전적 가치를 넘어 내포하고 있는 본질에 주목한다. 이런 RM이라면 분명 오브제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았을 것. 그래서 정리했다. 콘셉트 사진 속 작품의 숨은 의미 찾기. 아마 이 글을 읽고 나면 RM이 <인디고(INDIGO)>에 담고자 했던 이야기를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숨은 작품 찾기 #1
윤형근의 <청색>

평소 한국 근현대 작가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온 RM. 그중에서도 윤형근 화백의 ‘덕후’로 알려져 있다. 베니스부터 텍사스, 뉴욕 등 윤형근 화백의 작품이 있는 곳이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방문하는 것은 물론 SNS에도 그를 향한 애정을 드러내곤 한다.

사진 속 벽에 걸린 작품은 윤형근 화백을 대표하는 <청다색> 시리즈 중 하나. 표백 처리를 하지 않은 마포나 면 등의 소재 위에 물감을 스미게 해서 자연스럽게 번진 효과가 특징이다. 이쯤 되면 이해가 갈 거다. 데님을 뜻하는 솔로 앨범의 타이틀 <인디고(INDIGO)>와 <청다색>의 연결 고리. 정 중앙에 자리한 작품 덕분에 ’자연과 인간의 색에서 햇빛에 바랜 기록들이 마치 오래된 데님처럼 희미해진다‘고 표현한 앨범의 의미가 더욱 깊어진다.
숨은 작품 찾기 #2
피에르 지네레의 <피존 홀 파일 랙>

RM의 왼쪽으로 보이는 가구는 모더니즘 대표 건축가 피에르 지네레가 디자인한 책꽂이이자 책상. 이미 책이 가득 꽂힌 채로 RM의 인스타그램에도 등장한 제품이다. 이 책상의 탄생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에서 독립한 인도 정부의 초청을 받아 새로운 행정도시를 건설하는 ‘찬디가르 프로젝트’에서 공공 도서관을 위해 만들어진 것.

사용하다 보면 책의 무게로 인해 가운데가 자연스럽게 휘어지게 만들어진 게 특징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모양은 조금씩 바뀌지만, 가치는 변함없다. 빈티지 가구의 의미가 앨범 티저 영상 속 '이 앨범이 들판처럼 잔잔하게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는 RM의 바람과 맥을 같이 한다.
숨은 작품 찾기 #3
피에르 지네레의 <암체어>

RM이 기대선 암체어 역시 피에르 지네레의 가구. 은행에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의자다. 인도 지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티크나 장미나무, 대나무 줄기 등의 토속적인 재질을 사용했고, 공공 프로젝트를 위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했다.

찬디가르 체어 중에서도 RM이 선택한 PJ-SI-62-A 시리즈는 소장 가치가 높다. 이 의자는 특유의 미니멀하면서도 구조적인 디자인 덕분에 60년이 지난 지금 컨템퍼러리한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룬다. 오피스를 위해 대량 생산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작품성을 더욱 인정받은 의자. 이 의자에서 대중문화의 작품성에 대한 RM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숨은 작품 찾기 #4
샤를로트 페리앙의 <베르게르 스툴>

이번 앨범의 메인 테마라고 할 수 있는 데님. 데님이 겹겹이 쌓인 스툴은 바로 샤를로트 페리앙의 베르게르다. 샤를로트 페리앙은 남성으로 가득한 디자인 업계에서 당당하게 실력으로 인정받은 1세대 여성 건축가다.

이 제품은 1953년 그가 여름 휴가를 보내던 산에서 양치기들이 손에 잡히는 나무 조각을 마음대로 이어 만든 작은 의자에 영감받아 만들어졌다. 또한 미적인 관점을 넘어 사용할 사람을 가장 중요시하는, 다시 말해 기능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샤를로트 페리앙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제품이다.
좋은 디자인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 샤를로트 페리앙
샤를로트 페리앙은 생활 속의 좋은 디자인이 사람들의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의 일상에 행복을 주는 RM의 음악도 마찬가지 아닐까.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BTS의 리더로서 가지는 사회적 파급력, 그리고 자신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력에 대한 RM의 끊임없는 고민을 스툴 하나에서 엿볼 수 있었다.
EDITOR 박가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