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OPEC+ 탈퇴 선언… 사우디 중심 산유 질서 균열
“산유량 의무 벗어난다”… 증산·독자 노선 가능성
미·이란 협상 교착 속 호르무즈 봉쇄… 유가 100달러선 근접
사우디와 갈등 누적… 걸프 주도권 경쟁 본격화
“OPEC+ 가격 통제력 약화”… 구조적 균열 신호탄

중동의 주요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를 탈퇴하기로 하면서 국제 원유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오일 카르텔' 체제에 균열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교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까지 겹치며 국제 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선에 근접했다.
UAE 정부는 28일(현지시간) 국영 WAM 통신을 통해 다음달 1일부로 OPEC과 OPEC+에서 탈퇴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OPEC 12개 회원국 가운데 산유량 기준 세 번째 규모인 UAE의 이탈로 사우디 주도의 원유 생산 조율 체제는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됐다.
수하일 무함마드 알마즈루에이 UAE 에너지 장관은 로이터 통신에 "OPEC과 OPEC+를 탈퇴함으로써 산유량 의무에서 벗어나 유연성을 갖게 됐다"며 "사우디를 포함해 어떤 나라와도 사전 협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UAE는 탈퇴 이후 증산 가능성도 시사했다. OPEC과 OPEC+는 회원국별 산유량 할당을 통해 공급을 조절해왔는데, UAE가 생산 제한 체제에서 벗어나 독자 노선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국제 유가는 이날 오히려 상승했다. UAE 탈퇴로 장기적으로 공급 확대 가능성이 커졌지만,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교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공급 불안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 것이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2.8% 오른 배럴당 111.26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은 3.7% 오른 배럴당 99.93달러를 기록하며 다시 100달러선에 근접했다.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로이터 통신에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UAE 탈퇴는 유가 하락 요인이 됐겠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현재 상황에서는 공급량이 늘어도 시장에 원활히 공급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휴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항만 봉쇄를 해제하면 해협 통행을 재개할 수 있다는 '중간 합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 측은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이란의 제안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국제 수로를 특정 국가가 통제하는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세계 원유와 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현재 사실상 봉쇄 상태다. 하루 약 2000만 배럴 규모의 에너지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최소 1000만 배럴 이상의 공급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UAE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산유 정책 변경을 넘어 사우디와의 전략 경쟁이 본격화한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양국은 예멘과 수단, 리비아 등 중동·아프리카 지역 분쟁에서 서로 다른 세력을 지원하며 갈등을 이어왔다. 경제적으로도 사우디가 '비전 2030'을 앞세워 관광·투자 허브 육성에 나서면서 두바이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UAE와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시장에서는 UAE 탈퇴가 장기적으로 OPEC+의 가격 통제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CNBC는 "사우디 다음으로 영향력이 컸던 UAE가 이탈하면서 OPEC+의 구조적 약화가 불가피하다"며 "장기적으로는 국제 유가의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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