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업소·사이트 고발해도 수사는 ‘복불복’
성매매 산업은 여전히 공고하다. 2024년 9월 현재에도 서울 강남의 ‘안마’ 성매매 업소들은 2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성업하고 있다. 성매매 산업은 동시에 진화하고 있기도 하다. ‘키스방 알리미’ 같은 신종 성매매 플랫폼이 등장하는 등 매해 새로운 성매매 알선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있던 것도, 새로운 것도 잡지 못하는 사이 성매매 산업은 30조원(2016년 기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추산) 규모를 넘어섰다.
“성매매 알선이 이제 텔레그램으로 넘어가는 추세예요.” 성매매 산업을 끈질기게 감시하는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다시함께센터)는 이러한 성매매 산업의 점진적인 변화를 읽어내고 있다. 아울러 10년 가까이 온라인 모니터링, 제보, 현장 조사를 통해 수집한 성매매 업소의 주소, 영업 형태 등 정보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활동이 한겨레21의 ‘불법 성산업의 공범들’ 기획(제1528호, 제1529호) 보도의 바탕이 됐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온·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성매매 산업을 전문적으로 감시하는 기관인 다시함께센터의 권경란 감시사업팀장에게 성매매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불법 성산업을 감시하면서 중점을 두는 것은.
“새롭게 등장하는 사이트나 기존 성매매 알선 사이트, 커뮤니티 등에서 매수자들의 이야기를 읽고 산업을 이해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작더라도 문제가 될 만한 변화를 짚어내는 일을 하고 그 문제들을 발화하는 다양한 방식을 사용한다. 그게 고발과 신고일 때도 있고 카드뉴스, 토론회 같은 방식이 될 수도 있다.”
—불법 성산업 감시 사업을 하면서 경찰 등 수사 기관에 수사 의뢰나 고발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는데, 단속과 수사가 잘되는 편인가.
“어려운 점 중 하나다. 고발로 인한 단속이나 수사가 쉽지 않다. 시민들의 제보와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고발과 신고를 하지만, 결과는 복불복이다. 수사관의 의지 문제도 있고 법적인 한계도 엄연히 존재한다. 굉장히 기운이 빠진다. 또 성매매 알선죄는 단속 자체가 어려운 범죄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부분들은 법이 개선돼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기획 기사에서 불법 성산업의 공범으로 성매매 업소 건물주를 지목했는데, 건물주가 성매매 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한겨레21 보도에서 쓴) 공범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건물주를 단순히 방조자라 보는 시각도 있을 테지만, 그들이야말로 성매매를 알선하는 자 중에서도 가장 편하게 앉아서 돈을 버는 인물들이라 생각한다. 한 장소에서 오랜 기간 업소를 운영하도록 두는 것은, 업주가 알선을 안정적으로 하도록 돕는 격이 된다. 건물주는 그 장소에서 성매매가 일어나는지 몰랐다고 잡아떼기만 하면 되니 이러한 공조는 계속된다.”
—이번 기획 기사를 통해 공론화되기 시작한 키스방 알리미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키스방 알리미가 내포한 요소 중 가장 큰 문제는 성매수자들이 알선의 영역에 발을 들여놨다는 점이다. 이는 성매매 알선에 대한 협소한 경찰의 법적 해석이 안일한 문제의식을 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밤의 전쟁’(국내 최대 성매매 알선 사이트)이 사라졌지만 성매매 후기를 썼던 매수자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불법성산업을 근절 혹은 축소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성매수자와 알선자에게 처벌은커녕 잡고도 놓아주기를 반복하고 성매매 여성에게는 매섭게 법의 잣대를 들이댄다. 수사 당국에 성매매 알선자에 대한 수사 집중을 먼저 부탁하고 싶다. 알선 행위에 대해 제대로 된 처분이 내려지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
—한겨레21을 비롯한 언론에 아쉬운 점과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언론에 바라는 점은 항상 같았다. 성매매 알선자와 가해자에게 감정 이입해, 그들의 입장에서 쓰이는 성매매 기사를 더는 보고 싶지 않다는 것. 성매매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통찰력 있는 기사를 보고 싶다. 힘들었던 일이 있었음에도, 성매매 이슈에 관심을 가져준 한겨레21에 고맙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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