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저평가 원인이 ‘이익 뻥튀기’라고?...중복상장 금지하는 이유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6. 5. 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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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상장을 표현한 이미지. <연합뉴스>
중동 전쟁 여파로 주춤했던 국내 주식시장이 어느새 완연한 회복세로 접어들었어요. 급락했던 주요 주가지수는 어느새 전쟁 전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어요.

정부도 우리 국민의 국내 주식 투자를 독려하는 정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어요. 투자자에게 여러 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고, 해외 투자자들을 한국에 끌어들이기 위한 제도 도입 또한 준비 중이에요.

최근 정부는 국내 주식시장 제도 개편 방안을 추가로 공개했는데요. 한국 주식시장에 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와요.

바뀌는 자회사 상장 심사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기관인 금융위원회는 한국 기업들의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최근 발표했어요. 이르면 올해 7월부터 중복상장을 예전보다 훨씬 엄격하게 심사한다는 내용이에요. 회사가 중복상장을 추진하려면, 주주들의 동의를 받으라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대요.

도대체 중복상장이 뭐기에 금지한다는 걸까요? 일단 중복상장은 이미 한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상태에서, 해당 기업이 보유한 자회사를 추가로 상장시키는 행위를 말해요.

중복상장을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아요.

① 물적 분할 자회사 상장

한 기업의 특정 사업 분야를 떼어내서 회사를 하나 더 세우고, 새로 만든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방식이에요. 회사를 새로 만들 때 생긴 주식 중 많은 지분은 원래 존재했던 회사가 보유하고, 일부는 내다 팔아서 자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이에요. 이렇게 하면 새 회사 주식을 팔아 자금을 확보하면서도, 원래 존재했던 회사는 지분을 많이 가진 모회사가 되어서 새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어요.

국내에선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 사례예요.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자, 지난 2022년 배터리 분야를 떼어내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만든 뒤 주식시장에 따로 상장했어요.

물적 분할의 특징은 기존 회사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에게 새 회사 주식을 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러면 기존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요. LG화학의 경우 유망한 분야인 배터리 사업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겪어야 했어요.

② 인적 분할 자회사 상장

인적 분할 또한 물적 분할처럼 한 기업의 특정 사업부를 떼어내 새 회사를 새로 설립하는 방식이에요. 회사를 새로 만들고 모회사-자회사 관계가 된다는 점에선 물적 분할과 똑같아요.

결정적 차이는 물적 분할과 달리 기존 주주들에게 새로 만드는 회사 주식을 공평하게 나눠준다는 거예요. 기존 회사 주식 지분을 10% 갖고 있었던 주주라면, 새 회사 주식도 10%를 받게 되는 거죠.

인적 분할을 하면, 기존 회사가 모든 주식을 가지게 되는 게 아니어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는 데에는 물적 분할보다 불리해요. 하지만, 하나의 회사에 복잡하게 얽혀 있던 여러 성격의 사업을 연관성 높은 분야끼리 분리해서 전문성을 높이는 데에 유리해요. 새 회사의 추가 상장을 통해 새로운 투자자가 모여드는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고요.

③ 설립·인수 자회사 상장

물적 분할이나 인적 분할이 아닌 중복상장 방법도 있어요. 규모가 큰 기업들은 한 회사를 굳이 따로 나누지 않아도, 이미 자회사를 보유한 곳이 많거든요. 사업을 하다가 직접 회사를 하나 더 만들어서 자회사가 생긴 경우도 있고, 유망한 기업을 통째로 인수해서 자회사가 추가된 경우도 있죠.

이런 곳들을 추가로 상장하는 것도 물적 분할이나 인적 분할처럼 중복상장이라고 볼 수 있어요. 물적 분할과 인적 분할을 통한 중복상장 외에 기존 자회사의 상장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중복상장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여요.

중복상장 금지하는 이유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에서 중복상장은 꽤 자주 일어나는 일이었어요. 경영 자금이 부족할 때 쉽게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수단이었던 거예요. 기업공개(IPO)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는 건 회사의 가치를 어느 정도 인정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일인데요. 규모가 큰 기업들의 경우 이미 가치를 인정받은 자회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상장이 수월했어요.

특히 앞서 언급했던 ‘물적 분할’을 활용해서 주주들의 반발을 산 사례가 많았어요. 대주주인 재벌들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자금을 늘리는 방법으로 여겨졌죠.

사실 물적 분할이 아닌 중복상장은 주주 반발을 덜 사긴 하지만, 모든 중복상장에 발생하는 문제도 있어요. 기업 가치가 중복으로 평가된다는 문제예요. 모회사 실적에는 자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이 포함되기 때문이에요.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율이 50%인 사례 기준. 모회사 순이익은 150억원으로 집계된다.
예를 들어 어떤 모회사가 자회사의 회사 지분을 50% 갖고 있고 자회사가 1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면, 모회사는 자회사의 순이익 50%에 해당하는 50억원을 모회사 순이익으로 계산해요. 모회사가 실제로 올린 순이익이 100억원이라면, 회계상 순이익은 자회사 덕에 150억원이 되는 거죠. 실제로 두 회사 순이익이 200억원이어도, 중복상장 때문에 두 회사의 순이익 합이 250억원으로 보이는 거예요.

이걸 ‘더블 카운팅’ 또는 회계 용어로 ‘이익 계상’이라고 불러요. 정상적인 회계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이고요. 다만 이런 회계 방식은 주식시장 전체의 이익 규모를 부풀릴 수밖에 없어요. 결국 중복상장이 많이 일어나는 곳일수록 해당 주식시장은 ‘가치 뻥튀기’ 가능성도 커져요.

중복상장 비율 높은 한국
국내 주식시장은 다른 주요국 시장과 비교하면 중복상장 비율이 높아서 ‘더블 카운팅’의 이익 뻥튀기 효과가 큰 곳이에요. 지난 2024년 한 증권사가 발행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중복상장 비율은 18.43%에 달했어요. 미국(0.35%)이나 일본(4.38%), 대만(3.18%) 같은 주요국 증시보다 훨씬 높았던 거예요. 정부는 한국의 이런 특성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주요국에 비해 저평가되는 현상)의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했어요.
자료=IBK투자증권
정부는 지난 16일 중복상장을 심사하는 구체적 기준을 발표했어요. 일단 원칙적으로 중복상장은 금지이고, 일부 예외가 허용돼요. 예외를 허용하는 이유는 ‘자회사 상장’이 성장하는 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 조달에 유용하기 때문이에요. 대기업과 재벌의 필요에 따라 인위적으로 상장시키는 게 아니라, 아주 자연스러운 성장을 거쳐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건 막을 이유가 없어요. 주식시장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요.
앞으론 깐깐하게 심사
예외 허용 기준에는 꽤 까다로운 조건들이 포함됐어요.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해 중복상장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해요.
정부가 발표한 기준을 보면 신규 상장하는 자회사의 경영과 영업이 원래부터 독립적이었어야 해요. 모회사와 사업모델이 비슷하거나 사업 연계성이 높으면, 인위적인 쪼개기로 볼 수 있다는 거죠. 또한 기존 주주들을 보호할 방안도 제시해야 해요. 일반 주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중복상장을 금지하겠다는 취지예요.

중복상장을 추진하던 기업들은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여요. CJ올리브영, HD현대로보틱스, 한화에너지, SK에코플랜트 등 여러 대기업 계열사가 상장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기업들은 모두 모회사와의 사업 연계성이 높아서 중복상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많이 나와요.

정부는 전문가와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해 6월까지 제도를 개정하고, 이르면 7월부터는 시행에 나설 예정이에요. 새로운 규제가 국내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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