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25) - 귀국 길 & 에필로그 ^^^^^^^^^
중국의 휴게소에는 상점이 있다.
주로 그 지역 특산품을 판다.
상점 주인이 한국인 남자(우리 일행이 아닌 다른 버스 관광객) 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산삼 다섯 뿌리에 65만원이란다.
한국인 남자는 산삼을 살 것 처럼 설명을 들으면서 이리저리 살펴 본다.
화장실 다녀오니 그 때까지도 살듯말듯이다.
상점 주인이 45만원까지 가격을 인하했다.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는 한국인 남자.
과연 살까..?
중국산 산삼의 효능은..?
백두산 산삼이라는데 믿을 수는 있을까..?
우리 일행들도 흥미롭게 지켜 보다가 '결국 안 사나 보다' 하고 버스로 향했다.
그러고도 한참 지났다.
모두들 버스 근처에서 몸도 풀고 서성이고 있는데 상점 주인이 그 남자를 쫓아 왔다.
결국 샀다.
남편이 궁금해서 얼마에 샀냐고 그 남자에게 물어봤다.
15만원에 샀단다.
15만원이면 인삼 다섯 뿌리래도 괜찮은 가격이다.
남편이 산삼을 좀 볼 줄 아는데 일단 외양은 좋은 거라고 한다.
뇌두도 좋고 몸체를 봐도 재배한 삼은 아니라고.
수십년은 족히 된 물건이라고.
구매자인 한국남자가 '기술자'라고. ㅎㅎㅎ
나는 미국, 호주, 유럽처럼 멀고 먼 나라는 여행했으면서도
정작 바로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 여행은 하지 않았다.
크게 보면 같은 문화권이라 이국적인 풍경이 없는 점도 기인한다.
일본 여행을 하지 않는 이유는 티비에서 본 일본의 무역 관련 행정관료의 인터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수산물 수입을 막아도 한국 관광객들이 와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다 먹어준다."
중국 여행에 대한 거부감은 '중국산 식자재는 믿을 수 없고 중국인은 시끄럽다' 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백두산 여행을 다녀 온 후감은, 여전히 '중국인은 시끄럽다' 이다.
특히 혀를 말아올린 '쓰' 발음은 정말이지 듣기 거북하다.
각 나라 관광지마다 중국인들의 몰염치와 예의 없는 모습을 본다.
중국은 전 국토가 국유지이고 농민은 경작권만 가진다.
재개발이나 도로 개설 등으로 경작권을 회수할 경우 상당한 금액의 토지보상금을 받는다.
여러 나라에서 마주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행색은 궁색하고 초라해 보이지만
10억대의 보상금을 받은 부자 농민이 많다고 한다.
중국인은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편하면 최고라는 인식때문에 가는 곳마다 마주치면 절래절래다.
암튼 이번이 중국으로 가는 첫 여행이었다.
다녀온 사람들 말로는 중국은 음식이 부실하다더니 실제 그랬다.
예전에 대만과 홍콩 여행 중에 먹었던 중국 음식도 내 입에는 맞지 않았다.
책상다리 빼 놓고는 다 먹는다는 다양한 식재료를 자랑하는 중국 음식인데
그렇게 많은 음식을 다 먹어 본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내 입맛엔 아니었다.
중국 음식하면 떠오르는 건, 기름으로 볶거나 튀기고 그 위에 걸쭉한 전분 소스를 끼얹은 요리다.
대만과 홍콩 여행 중에도 주재료만 다를 뿐 비슷비슷한 맛의 요리가 이어지는 통에 음식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
연변에서는 호텔식이거나 연변식 음식을 먹었다.
연변식은 한국 음식과 메뉴에서는 큰 차이는 없었지만 뭔가 달랐다.
현재 우리나라의 한식은 퓨전화 쪽으로 진화된 것 같다.
고급 한식일 경우에는 재료의 맛을 살리는 쪽이고 간도 예전에 비해서 달고 많이 슴슴해졌다.
연변식은 음.. 굳이 표현하자면, 오래 전에 우리가 먹던 그 음식인 듯하다.
어머니가 된장찌개를 끓인다.
오늘 먹다가 남은 된장찌개는 내일이 되면 물 더 넣고 재료 더 넣어서 다시 끓여서 먹는다.
뭐 이런 느낌이다.
주문 들어오면 바르르 끓여서 내오는 된장찌개 맛은 확실히 아니다.
5성급 호텔의 음식조차도 우리나라 중급 정도의 결혼식 뷔페 수준이었다.
역시나 내가 생각하는 중국 요리라고 할 수 있는, 기름에 볶거나 튀겨서 전분 소스를 끼얹은 웍 요리가 대부분이다.
(1) 호텔의 연변식 뷔페에서 담아 온 저녁 식사
(2) 호텔에서 먹은 연변식 아침 식사
아시아나 귀국 비행기다.
거의 만석인데 내 옆자리가 비었다.
옆 탑승객님께 양해를 구하고 다리 뻗고 왔다.
모로코에서 인천행 귀국 비행기도 완전 만석이었는데 내 옆자리만 비었다.
옆 탑승객님께 양해를 구하고 다리 뻗고 왔다.
나는 이상하게도 비행기 좌석 운이 좋다.
몇 년 전 미국 여행에서 귀국행 대한항공 비행기는 비즈니스로 무료 업글 받아서 편하게 왔다.
아시아나 기내식이다.
동파육이라는데 육질도 연하고 샐러드도 맛있었다.
중국에서는 돼지고기를 덩어리 채 처마에 걸어서 보관한다.
까맣게 변한 고기를 간장에 졸여서 만든 요리가 동파육이다.
식후 과일은 필수템인데 과일이 있어서 좋았다.
과일 없는 밥상은 쳐주지 않는 1인. ㅎ
인천공항 도착! 진귀한 광경을 보았다.
연변에서 오는 비행기라 그런지 마약 탐지견이 가방을 검색한다.
(1)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가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가더니 수상한 가방을 콕 찍는다.
(2) 탐지견 훈련사가 가방을 벨트에서 내린다.
(3) 탐지견이 가방 옆에 앉는다.
(4) 탐지견을 쓰다듬으면서 칭찬하고 간식을 준다.
(5) 가방에 잠금 장치가 달린 기구로 가방을 묶고 다시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 놓고 자리를 뜬다. (이 점이 갸우뚱~)
중국에서 사온 기념품이다.
(1) 백두산 잣 (4만원) : 알은 작은데 엄청 고소하다.
(2) 대추호두 과자 6봉 (1봉에 13,000원) : 왕대추를 반 갈라서 반건조한 자두(?)와 호두를 넣은 과자인데 출출할 때 간식으로 딱 좋다.
(3) 대동강 맥주 1병 (1만원) : 딸애 주려고 샀다. 딸애가 마시고 난 후기는 '밍숭맹숭하다' 였다. 북한의 밀폐 포장 기술이 부족해서일까?
백두산 여행기를 마치며 ㅡ
중국인들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주변인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무수히 목격했다.
중국 정부는 미련할 정도로 봉쇄정책으로 일관한다.
정부의 대처를 대학생들이 먼저 반발했고 인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2022년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다.
지금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코로나를 이긴 승자들'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망자가 많았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안 쓰고 돈을 모아서 집을 사자' 가 대부분의 소망이었다.
중국인들도 인도인들과 마찬가지로 '쓰고 죽자' 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중국인들 중에는 모택동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많단다.
그 때는 다 못살았지만 정이 있고 좋았다고.
어느 나라나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코로나 이후 중국의 경제 상황은 좋지 않다.
중국 정부는 건설회사의 부도를 막아주고 있다.
부도 난 회사의 아파트는 지방재정으로 공사하고 있는데 코로나 검사 비용으로 지방 재정이 바닥 났고
피해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소요 사태를 우려해 중앙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어려울 때마다 농민공(지방을 떠나 도시로 온 근로자, 서민층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IMF 때 중국도 힘들었다.
정부에서 농민공에게 가전제품을 사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번에도 중국 정부는 농민공에게 자동차를 사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요즘 중국인 대다수가 중국차 바와이디를 탄다.
3년 전까지 삼성폰과 애플폰이 피터지게 경쟁했지만 지금은 중국산으로 대체되고 있다.
거대 중국이 내수에 집중하고 있는 시점에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세계는 메이드인 차이나 없이는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내 기업 육성을 위해 메이드인 차이나를 단절한다면 무시무시한 인플레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알리는 한국 시장을 점령하기 위해 가격, 배송, 반품.. 정책에서 관대하고 호의적인 얼굴로 쳐들어 오고 있다.
마치 인해전술 같은 무지막지한 침공으로 벌써 국내의 대형 웹유통사들이 망하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의 웹유통사들은 한두 개를 제외하고 폐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 정부의 '우리 가전제품을 사 달라', '우리 폰을 사 달라', '우리 자동차를 사 달라'가 먹히는 건 사회주의라서 그런 걸까..?
우리나라에서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정부의 요청에 마치 독립운동처럼 일제히 들고 일어나는 애국주의 인민들.
한편 무섭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그 동안 백두산 여행기를 읽어 주시고 댓글로 호응해 주신 이웃님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