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실

현관을 지나면 시멘트가 바닥에서 벽, 천장까지 이어진다. 천장에는 배관과 덕트, 조명 트랙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원래부터 높았던 층고가 더 시원하게 느껴진다. 자연광이 실내 가득 들어온다.

은은한 회색 바탕이 금속 광택과 검은 철제 라인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소파 뒷벽은 간접 조명이 비추고, 아연 도금 강판이 비스듬한 각도로 접혀 있다. 딱딱해 보이는 소재들인데 오히려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공간이 됐다.
주방과 다이닝룸

기존 U자형 주방을 아일랜드형으로 바꿨다. 청회색 주방 패널이 거실 파란 소파와 이어지며 공간을 수평으로 연결한다. 식탁은 모서리를 비스듬하게 잘라 기울어진 각도로 놓았는데, 시선이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배의 화물칸을 본뜬 샹들리에가 강렬한 분위기를 더한다.

시멘트 벽 사이로 얼룩덜룩한 붉은 벽돌이 드러난다. 의도적으로 벽을 허물어 낸 결과다. 아일랜드 식탁 가장자리에 조명 스트립을 달고 각 조명에 독립 제어 기능을 줘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계단 쪽에는 타공 패널을 써서 자석식 페그보드와 수납장 역할을 동시에 한다.
안방과 욕실

계단을 오르면 녹색 문이 안방을 알린다.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침실은 시멘트 그레이로 차분하게 잡고, 유리창으로 욕실의 초록 색감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했다. 천장에 밝은 녹색을 더해 예상치 못한 시각적 효과를 냈다.

욕실 타일은 집주인이 직접 고른 테트리스 패턴이다. 가벼운 철제 프레임으로 세면대와 거울 수납장을 만들어 타일 패턴이 가려지지 않는다. 기존에 없던 창문을 새로 내고 독립형 욕조를 설치했다. 누수 문제도 이번 기회에 배관을 전면 재설치하며 해결했다.
아이 방과 욕실

3층에 두 자매의 방이 나란히 있다. 파란 문과 분홍 문으로 각자의 방을 구분했는데, 문 디자인은 아이들이 손으로 그린 제안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각 방의 분위기도 그 문에서 이어진다.

욕실은 두 방을 연결하는 U자형 동선으로 설계했다. 두 세면대가 나란히 서 있고, 화장실과 샤워 공간이 분리된다. 문 근처 벽에 유리 벽돌을 매립해 방 안 상태를 은은하게 알 수 있다. 가까운 자매 사이를 유지하면서도 각자의 공간을 갖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