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불확실성.. 삼성 '컨트롤타워' 재건으로 돌파

김동욱 기자 2022. 9. 28.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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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새 판 짜는 삼성] ② 권한에 걸맞은 책임 부여가 관건

[편집자주]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복권을 계기로 삼성의 경영 시계가 한층 빨라졌다.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해제로 강력한 총수 리더십을 복원, 그동안 주춤했던 대형 인수합병(M&A)을 비롯해 주요 현안 해결에 힘을 싣고 있다. 2017년 사라진 컨트롤타워가 조만간 복원되고 미완의 과제였던 지배구조 개편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삼성의 행보를 따라가 봤다.

삼성전자가 컨트롤타워를 재건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2020년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보폭 넓히는 이재용… '뉴 삼성' 가속페달
②커지는 불확실성… '컨트롤타워' 재건으로 돌파
③'뉴 삼성'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글로벌 경영환경이 악화하면서 국내 최고 대기업집단인 삼성이 컨트롤타워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조직을 보유하지 않으면 급변하는 환경에서 신속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은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후 사업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컨트롤타워를 재건할지 주목된다.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컨트롤타워 부재… 삼성, 경쟁력 악화 우려


삼성을 제외한 국내 주요 그룹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신속·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컨트롤타워를 운영한다. SK그룹은 각 계열사 선임 경영진들이 모여 계열사 자율경영을 지원하는 조직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협의체로 운영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그룹 내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조정실이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LG그룹과 롯데그룹은 각각 지주회사인 ㈜LG와 롯데지주가 그룹 사업을 진두지휘한다.

삼성도 과거에는 그룹 차원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컨트롤타워를 운영했다.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고 이병철 선대회장이 1959년 설립한 비서실을 시작으로 1998년 구조조정본부, 2006년 전략기획실, 2010년 미래전략실 등의 이름으로 운영되다가 2017년 해체됐다. 미래전략실은 운영 당시 대외 로비와 총수 일가 승계 지원 등의 업무를 봤다는 이유로 비판받았는데 이 부회장이 2016년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말하면서 이듬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후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 경쟁력 제고(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ERC)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3개의 TF를 운영해 각 사업을 이끄는 중이다. 하지만 삼성의 규모를 봤을 때 그룹 전반을 이끌어나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TF는 그룹 중장기 전략 수립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아 사실상 계열사별로 자율경영을 하는 상태다. 그룹을 이끄는 핵심축이 없으니 60개에 달하는 계열사(59개)들의 사업간 시너지 효과도 떨어진다.

삼성이 최근 들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이뤄내지 못한 것도 컨트롤타워 부재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있다. 지난 5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직속으로 신사업 TF를 꾸리면서 대규모 M&A가 추진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으나 결과물은 나타나지 않았다. 반도체업계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서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파운드리 업체 M&A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취업제한' 풀린 이 부회장, 컨트롤타워 재건할까


올해 하반기 삼성이 컨트롤타워를 재건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 /사진=머니투데이
재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삼성이 컨트롤타워를 재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미·중 갈등 격화, 원자재 가격 및 원/달러 환율 상승 등 최근 들어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그룹 사업을 총괄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조직이 절실하다는 것이 재계 시각이다.

지난 20일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7~9월) 매출(79조2992억원)은 전년 동기보다 7.2% 늘지만 영업이익(13조1846억원)은 같은 기간 16.6% 줄어들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3분기 TSMC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가 가격 하락 등 불황을 겪고 있어서다.

올해가 삼성 컨트롤타워 재건의 적기라는 얘기도 들린다.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이 명분이 돼주면서 이 부회장에 적용됐던 취업제한도 해제돼 법적 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뒤 지난해 8월 가석방됐다. 형기는 지난 7월29일 만료됐으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간 취업제한을 적용받았다. 이 부회장에 적용된 취업제한은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을 맞아 경제인 복권 및 사면을 단행하면서 해제됐다.

삼성이 미래전략실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고 투명한 컨트롤타워를 만들기 위해서는 권한에 걸맞은 책임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컨트롤타워가 일방적인 지시자가 되지 않도록 통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은 법적인 실체가 있는 지주회사가 아님에도 모든 계열사 사업에 관여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미래전략실이 삼성과 정치권을 잇는 역할을 한 것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웠던 영향이 컸다.

2016년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은 "삼성그룹 의사결정은 이사회가 아닌 미래전략실에서 이뤄진다"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하니 무리한 판단을 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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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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