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리스 前 주한美대사 “강제동원 해법 발표는 미래 향한 조치… ‘3國 핵 계획’은 성급”

박영준 2023. 3. 1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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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단독 인터뷰
“韓·日 합의는 역사 무시한 것 아냐
과거 기억과 동시에 미래 향해야
16일 열리는 양국 정상회담 기대
北 비핵화, 대화·군사적 준비 병행
주한대사 근무, 인생 하이라이트”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는 동시에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 9일(현지시간) 세계일보와 만나 최근 윤석열정부가 일본에 제시한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법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역사를 기억하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대를 위한 미래 지향적 대안도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강제동원 해법이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미 해군 4성 장군 출신으로 태평양사령부(현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뒤 한국에서 일했던 해리스 전 대사를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로 한·일 관계와 한·미·일 군사 협력이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터뷰 수 시간 전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일정이 발표됐고, 북한은 서해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한·일 관계 개선이 대북 확장억제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북 확장억제를 위해 한·미가 핵 기획과 실행,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공유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분위기다.

“한·일 강제동원 해법 발표는 매우 중요한 합의다. 이 합의는 역사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역사다. 특히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 강점기를 포함한 끔찍한 역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모든 문제는 끔찍한 여성 위안부 역사를 포함해 그 끔찍한 역사에서 파생된 것이다. 다만 역사를 바라보고 역사에서 배우고, 선대를 기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후손을 위한 길을 닦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강제동원 해법 발표, 기시다 총리의 일본 초청을 포함한 지난 몇 달 동안 일어난 일은 미래를 향한 조치다.”

―한·일 정상이 16일 만난다.

“좋은 신호가 될 것이고 기대가 크다. 한·일이 떨어져 있기에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이 너무나 중요하다. 특히 한·미·일 3국 관계는 안보 분야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위협 요인 등을 고려할 때 더없이 중요하다. 도전하는 중국, 공격적인 북한, 영토 야욕을 드러낸 러시아가 있다. 어느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고, 3국 간의 안보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국에 자체 핵무장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동맹을 의심하고 동맹에 대해 거래적인 태도를 취했던 이전 미국 행정부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에 강력한 확장억제를 약속했다. 2만5000명의 주한미군이 있고, 주한 미국인 약 10만명이 있다. 북한의 위협을 포함, 모든 외부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조약이 있다. 우리가 더할 수 있는 것은 한국에 믿음을 주기 위해 확장억제에 대한 약속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가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일 3국 간 협력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윤석열정부는 미국의 핵 능력, 기획, 집행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관여하기 원한다.

“한 번에 한 걸음씩 나아가자. 확장억제를 위한 협의는 충분히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 하지만 다른 것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능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미국 주도 나토식 핵공유 가능성은.

“한·미·일 3국 간 핵 계획을 세우기에는 너무 이르다. 나토는 다자 안보 동맹이고, 태평양의 경우 미국은 한국, 일본과 각각 양자 동맹을 맺고 있지만 3국 동맹은 없다. 3국 간 핵 계획은 너무 성급하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까.

“핵실험을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고, 핵실험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미 연합군은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억지력은 그들이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대응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에 몰두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러시아는 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다.”

―협상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한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제재 완화, 핵 보유, 한·미동맹 분열, 한반도 지배라는 네 가지를 원한다. 우리는 북한과의 외교가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희망만으로는 행동으로 옮길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대화와 군사적 준비는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해 제재를 완화하거나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줄여서는 안 된다. 유화에 의한 억제는 전혀 억제가 아니다.”

―올해가 한·미동맹 70주년이다.

“한·미동맹이 한국뿐 아니라 역내 안보와 번영을 크게 향상했다고 믿는다. 지난 70년 동안 역내 안정에 기여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미동맹의 장래가 더 밝다.”

―한국에서의 기억은.

“제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주한국대사로 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문화를 사랑한다. 한국은 세계 문화 강국이 되었다. 방탄소년단, 기생충 등 한국인이 만들어낸 모든 것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그래서 재임 중 경험한 음식, 사람, 모든 문화적 경험이 정말 좋았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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