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애 있는 친구는 화장실 못가요”…승강기 없는 학교, 아직도 전국에 1266곳

초중고 10% 이동시설 미설치
장애 시설 예산 배정안돼 빠듯
승강기·휠체어 리프트 등 없어
문정복 의원실 “학습권 제한”

장애 아동 A씨는 학교에 가면 물이나 국 등 액체류를 마시지 않는다. 교내 장애인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는데 다음 과목 수업을 들으러 다른 교실로 이동하다보면 시간이 빠듯해서다. 지름길이 있지만 장애인 이동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 우회해서 이동해야 한다. A씨는 “수분섭취를 잘 하지 않아 요로 감염이나 방광염에 걸린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1일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만1953개 초·중·고등학교 중 승강기와 경사로, 휠체어 리프트 등 장애인 이동 관련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학교는 1266개(10.6%)로 집계됐다. 전국 학교 10곳 중 1곳은 장애인 이동 관련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셈이다.

장애인용 소변기와 대변기가 설치되지 않은 학교는 각각 693개(5.8%), 196개(1.6%)에 달했다. 장애인 주차구역이 제대로 되지 않은 학교는 655개교였다. 주 출입구 높이제거의 경우에는 279개교(2.3%)가 미설치, 583개(4.9%)가 기준에 맞지 않게 설치됐다. 경보 및 피난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학교도 1128개교(9.4%)에 달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블록이 설치되지 않은 학교는 528곳(4.4%)였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나 재보수를 위한 예산을 따로 배정하지 않는 데다 항상 빠듯한 특수학급 예산에서 장애인 관련 시설 확충을 담당하도록 하는 관행이 ‘장벽 없는 학교’를 만드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장애아동의 교육접근권, 이동권은 유엔아동권리협약과 우리나라의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복지법 등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실익이 없어 장애아동들은 학교 측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요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강송욱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는 “학생들이 평균 3년이면 학교를 졸업하는데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3년이 훌쩍 넘어버려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요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교육당국 및 지자체가 충분한 재원을 마련해 학교의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를 주기적으로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교내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으로 인해 장애 학생들의 이동과 학습권이 제한되고 있다”며 “시설 확충을 비롯해 아이들 누구나 차별 없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