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문제 감싼 中·러에 탈북자 일침…"北미사일 中 향할수도"(종합)
황준국 "北인권, 한반도·세계평화·안전과 연관"…韓美日, 공동성명 발표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강건택 특파원 =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인권 상황과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공식 회의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며 북한을 감쌌다.
그러자 이 자리에 참석한 탈북자가 중국 등의 태도를 정면 비판했고, 한미일도 북한의 인권 상황은 안보와 직결된 문제라며 정식 안보리 회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온 중국과 러시아는 1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비공식 협의에서 회의 개최 자체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중국 유엔대표부 소속 싱지성 참사관은 "인권 문제는 안보리 안건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가 안보리의 설립 목적인 만큼 북한이라는 특정 국가의 인권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이날 회의는 안보리 회의 방식 중 가장 비공식 협의 형태인 '아리아 포뮬러'(Arria-Formula)로 열렸다.
안보리 회의장을 사용하지도 않고, 안보리 이사국뿐 아니라 모든 유엔 회원국에도 문호가 개방된 일종의 간담회이기 때문에 형식이나 안건도 자유롭다.
그러나 중국은 이날 회의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싱 참사관은 "한반도의 긴장을 해소해야 한다"라며 "오늘 회의는 건설적이지 않고, 무책임한 것"이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이 그렇게 걱정된다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어라"라는 주장을 폈다.
특히 중국은 이날 회의의 유엔 웹TV 중계를 반대해 무산시킨 것과 관련, "TV 중계는 유엔 자원 낭비"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러시아도 비슷한 논리로 안보리의 북한 인권 논의 자체를 비난했다.
러시아 유엔대표부 소속 스테판 쿠즈멘코프 선임참사관은 "안보리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회의를 여는 것은 법적으로 근거가 없다"며 "북한 국민을 화나게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인권이라는 잣대로 적대국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북한 주민은 미국과 서방의 제재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보리 이사국들도 어쩌지 못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감싸기에 속 시원한 정면 반박에 나선 것은 북한의 인권 탄압 실태를 알리기 위해 회의에 초청된 탈북자였다.
탈북자 이서현 씨는 마무리 발언에서 북한 인권과 안보를 분리하는 중국의 태도를 비판하면서 "언젠가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가 중국을 향하지 않으리라고 얼마나 보장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인권 개선은 여러 모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중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의 딸로 가족과 함께 지난 2014년 탈북해 미국에 정착했고, 컬럼비아대를 졸업했다.
이날 증언에서 이씨는 중국에서 유학하던 2013년 북한의 장성택 일파 숙청으로 가장 친한 친구를 비롯해 무고한 사람들이 북한으로 끌려가 정치범수용소에 갇혔다고 고발했다.
한미일을 비롯한 각국 대표들도 안보리가 북한 인권 상황을 주요한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북한 인권문제는 인권 외에도 한반도 및 국제 평화·안전과도 관련된 문제"라며 중국과 러시아의 주장을 반박하고, "북한의 핵무기 추구와 전체주의적 주민 통제는 동전의 양면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해결 노력을 배가하지 않고서는 북핵 해결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황 대사는 북한 정권의 유지 배경으로 주민에 대한 가혹한 탄압을 꼽은 뒤 "북한 인권 문제를 개선해야 북핵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대사도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식량 대신 탄약을, 사람 대신 미사일을 선택했고 이를 통해 국제 비확산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미일은 회의를 마치고 토머스-그린필드 대사가 대표로 낭독한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국내외 노동착취와 같은 인권침해에 의해 뒷받침됐다"며 "모든 안보리 이사국이 북한의 인권침해와 그것이 평화·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기 위한 안보리 공개토의를 지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는 수년 전부터 북한 인권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안보리는 2014년부터 정기적으로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한 공식 회의를 열었지만, 2018년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때문에 공식 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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