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침대와 샤워실도 있는 특수 소방차의 정체

이층 침대에, 전자렌지, 인덕션, 화장실까지 딱 봐도 엄청 큰 캠핑카처럼 생겼는데, 사실은 119에서 운용하는 소방차라고 한다. 왜 이런 침대나 화장실, 에어컨 같은걸 만들어 놓은 걸까? 유튜브 댓글로 “이런 캠핑카 같은 소방차는 왜 만들었는지 알려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이 차량의 정식 명칭은 ‘119 재난현장 회복차’다. 그러니까 불을 끄는 게 주목적은 아니고 소방관들이 불을 끄다가 힘들 때 쉴 수 있도록 회복을 돕기 위해서 만든 특수차량이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재난 현장이라고 하는 곳이 열악하다 보니까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장소도 확보되지 않은 경우들이 많거든요 장시간 수색이나 구조나 진압 이런것들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방관들이 상당히 피로도가 쌓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런 것들 때문에 이동식으로 재난현장에 이런 회복 차량들을 운영을 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소방관들은 대형 산불이나 물류 센터 같은 곳에서 큰 불이 잡히지 않으면 꼼짝 없이 몇 날 밤을 새며 불을 꺼야 했는데, 너무 힘들 땐 이렇게 그냥 바닥에 누워서 눈을 붙여야 했었다. 특히 2015년 4월, 차량 570여대가 불에 탄 대형화재였던 부산 중고차매매단지 화재 당시, 그을음이 잔뜩 묻은 소방관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진은 안쓰러움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소방관들의 이런 모습들이 알려지면서 화재 현장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제기됐고, 2016년 지자체 최초로 서울시에서 ‘재난현장 회복팀’을 만들면서 ‘119 재난현장 회복차’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버스형이 9대 (중앙119구조본부 2대, 서울, 부산, 광주, 대전, 세종, 경기, 경남), 트레일러형이 2대(중앙119구조본부 2대)가 구비되어있다.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회복차량 4대는 대구(영남권), 전남 화순(호남권), 충주(충청강원권), 경기 남양주(수도권)에 있다. 버스형은 트레일러형보다 신속한 이동이 가능하고, 트레일러형은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소방청은 설명했다.

버스형은 이렇게 고속버스를 개조해서 편히 누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트레일러형은 2층 침대와 냉ㆍ난방기, 산소호흡기, 공기청정기, 냉장고와 전기 인덕션, 전자레인지 등이 설치돼 있고 길이가 16m, 실내 총 면적이 약 48㎡(약 15평) 정도라서 소방관들은 최대 40명까지 들어가 쉴 수 있다고 한다. 

트레일러형 회복차량의 가격은 대당 4억원, 버스형 회복차량은 대당 3억원이라고 한다. 이 신기하게 생긴 트레일러형 재난회복차가 폭설이나 산불진압에 특화된 벤츠 유니목 차량 아니냐는 얘기도 있는데 중앙 119구조본부에 물어보니까 특수차량 제작전문인 국내 업체 작품이라고 한다. 

재난회복차는 그동안 화재현장이 아닌 다른 재난이나 응급상황들에도 사용됐었다. 한창 코로나19가 유행하던 때, 지친 의료진들을 위한 휴식차로 쓰이기도 했었고, 새만금 잼버리 행사 때는 온열질환을 앓는 청소년들을 보호하는데 쓰이기도 했다.

전국에 11대밖에 없는데 17개 시도 지자체 중 7개 지자체에만 있어서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 나온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관할이 다르더라도 그런 차량(재난현장 회복차)이 필요할 때 다른 쪽에 지원을 해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끔 한다라던지 사실 한번 사 놓으면 (사건이 나지 않을 때는) 1년 내내 쓰지 않는 상황들도 발생하기 때문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하느냐라고 하는 부분들에 초점을 맞추는게 필요할 것 같아요."

다행스러운 건 현대차가 올해 버스형 재난 회복차량 8대를 기부해 기존에 없던 지역에 추가 배치가 가능해졌다는 거다. 큰 공단이 많아 대형 화재 높은 울산이나 산불이 잦은 강원 등 그동안 재난 회복차량이 없었던 지역에도 배치될 예정이다.  

사실 2020년 발생했던 울산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 당시에 동원령이 발령돼 119재난 현장 회복차 출동 요건이 충족됐음에도, 주변 도시에 있던 119 재난현장 회복차가 출동하지 않아 소방관들이 이렇게 바닥에 누워있는 모습이 포착돼 비판을 받기도 했었는데 목숨을 걸고 대형 산불이나 화재 진압에 앞장서는 소방관들이 안전하고 충분한 휴식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보다 더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