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뚫은 K김밥, 대체 비결이 뭡니까”…해외 학자들이 질문 쏟아냈다
韓스타트업 과감한 도전 눈길
치즈스틱 만들던 가공업체
냉동김밥 만들어 전세계 수출
한국사 만화·드론기업도 훨훨
해외석학들 한국형 혁신 주목
콘텐츠 개발업체인 ‘단꿈아이’는 한국사 애니메이션 콘텐츠로 미주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2019년 설립한 이 회사는 설민석 한국사 강사의 강연을 토대로 만화 등으로 콘텐츠화 했다. 한국사 대모헙, 세계사 대모험, 삼국지 대모험 같은 학습만화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단권으로만 600만불의 수출을 올리며 콘텐츠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일 경남 진주시 경상국립대 이스포츠경기장에서 이틀째 열린 ‘진주 K-기업가정신 국제포럼’의 중소기업세션에선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성공 비결에 참가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도전과 끈기’의 K-기업가 정신이 핵심이다.
조은우 ‘복을 만드는 사람들’ 대표는 “우리나라가 원조인 김밥 대신에 일본식 김밥이 인기를 끈다는 말에 한국이 원조인 김밥을 우리가 만들어야 겠다는 신념이 생겼다”며 “대한민국 간편식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사명감으로 도전했다”고 밝혔다.
산업용 드론제작업체인 엠지아이티의 정우철 대표도 “산업용 드론을 생산해오면서 매월 해외 박람회에 참가해 세계 각국의 드론 제품 등을 보며 최신 트렌드를 익혔다”며 “절박한 마음으로 도전하는 사람이 더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기술 혁신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장군 단꿈아이 대표는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를 담은 유니크한 한국사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자동 번역 시스템 개발은 물론 애니매이션, 뮤지컬, 굿즈 같은 분야로 콘텐츠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의료 시뮬레이션 소프트업체 빅스스프링트리의 서정호 대표도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교육·의료 분야 트레이닝 솔루션 개발로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제조업의 극복을 위해선 기업가의 과감한 결단과 실행력을 꼽았다.
냉난방 기기 제조업체 장한기술의 유해성 대표는 “기존의 냉난방 관련 기계생산에서 탄소중립 관련 기술 개발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며 “파도가 친다고 항로를 바꾸어선 안된다. 오너가 과감히 결단하고 위기가 와도 뚝심있게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맹명관 중소기업혁신전략연구원 교수는 “남명 조식 선생의 ‘책을 뚫고 현실을 보라’는 가르침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신이 K-기업가 정신의 핵심”이라며 “이러한 정신이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세계 각 대학 주요 교수들이 여러 나라의 기업가정신을 비교하는 세션도 열렸다. 해외 석학들은 중국·일본·베트남을 비롯한 인접 국가와 구별되는 특유의 한국 기업가정신에 주목했다.
홍이 선 홍콩시티대 교수는 “한국의 기업가 정신은 문화적 동질성으로 인해 동아시아 다른 지역과 유사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라를 걱정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점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다니엘 헬러 일본 츄오대 교수도 “일본에도 사는 사람에게 좋고, 파는 사람에게 좋고, 세상에도 좋은 거래라는 의미의 ‘산포요시’ 기업가정신이 있지만 이를 계승·발전시키기보다는 미국의 것을 추종하려 한다”며 “자국에서 성공한 기업의 핵심 인물이나 그 정신에서 배울 점을 찾는 한국의 최근 시도는 앞으로 큰 강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헬러 교수는 한국의 기업가정신 중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일본은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단순 노무자의 아이디어라도 생산성 개선에 도움된다면 차용하는 존중의 문화가 뿌리내려 있다”며 “한국은 노사 간의 다툼이 심각한 것으로 아는데 이를 받아들이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제언했다.
응우옌 비엣 코이 베트남 하노이 국립대 부총장은 “한국 기업은 규모를 키우려 하지만 베트남은 사업이 커지면 분리해서 팔아버린다”며 “베트남 기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배워야 할 점”이라고 부연했다.
김도성 서강대 경영대학장은 “한국은 중국 같은 큰 나라와 비교해 물적·인적 자원이 제한됐기 때문에 혁신이 요구됐다”며 “어려움을 극복하려 했던 노력이 한국 기업가정신의 바탕이며 이를 더욱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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