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혼례' 무료 개방…예식비에 허리 휜다
▲ 4일 인천 중구 월미공원에 있는 한옥집 양진당 전경. 시는 전통혼례를 치를 수 있도록 양진당을 무료로 대관하고 있지만 혼례를 진행하는 데 최소 수백만원이 들어 이곳을 찾는 예비부부들 발길이 뜸한 상황이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인천시가 전통혼례를 치를 수 있도록 무료로 개방한 월미공원 내 한옥집에 예비부부들 발길이 뜸하다.
대관료가 들지 않음에도 혼례를 진행하는 데 최소 수백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점이 높은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인천시 월미공원사업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월미공원 내 한옥집 양진당에서 치러진 전통혼례 건수는 연평균 '0.8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2020·2022년에는 한 건도 없었고 2021년 1건, 지난해 3건의 혼례가 진행됐다.
그나마 올해는 6월 말까지 5건의 혼례가 치러지는 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시는 2014년부터 예비부부가 도심 속 한옥집에서 단아한 멋과 전통이 깃든 혼례를 할 수 있도록 공공결혼식장인 양진당을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문제는 예비부부가 대관료를 부담하진 않지만 전통혼례 업체를 직접 선정해야 하는 데다 결혼식을 진행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수도권에 있는 모 전통혼례 업체에 확인해 보니, 양진당에서 전통혼례를 치르는 데 드는 기본비용(초례상·혼례복 등)은 기본형 198만원과 고급형 250만원으로 나뉜다.
여기에 선택 품목인 ▲본식 사진 촬영(2인 기준) 160만원 ▲축하 공연 80만원 ▲머리 손질·화장(신랑·신부) 35만원 ▲음향 장비 30만원 ▲폐백 음식 21만원 ▲혼구용품 15만원 등을 더하면 500만원이 넘는다.
출장 뷔페까지 이용하면 1인 가격 5만5000원을 기준으로 하객 100명을 초대했을 때 550만원이 추가로 든다.
1000만원이 훌쩍 넘는 일반 예식 비용보다는 저렴하게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지만 전통혼례 비용도 만만치 않다 보니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예비부부로선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시설 소유권을 쥔 시가 양진당을 대관만 해줄 뿐 시설 홍보나 예비부부 혼례비 지원 등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올해 5월 인천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소은(28·여)씨는 “인천시가 대관료 없이 전통혼례 장소를 빌려주는지 처음 알았다”며 “다문화 가정이 많은 인천에서 전통혼례를 치르는 예비부부들이 많아지면 한국의 전통 예식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월미공원사업소 관계자는 “양진당에서 연평균 10건 이내 혼례식이 열리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몇 년간 실적이 저조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예비신부가 양진당에서 전통혼례를 하겠다고 신청하면 허가만 해주고 있으며 홍보는 따로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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