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함량이 높은 여름 해산물 '쥐치'

여름철에는 수온이 상승하면서 산란을 마친 해산물들이 살을 찌우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잡히는 생선은 지방이 오르고 감칠맛이 강해져 맛이 가장 좋다. 그래서 여름은 해산물의 계절이라고도 불린다.
그중에서도 '쥐치'는 외형이 화려하지 않고 맛도 평범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회로도 즐길 수 있을 만큼 부드러운 살결과 감칠맛이 뛰어나다. 단백질은 많고 지방은 적어 다이어트 식단에도 어울린다.
지금이 딱 제철인 쥐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암초 지대에 무리지어 사는 '쥐치'

5~8월이 제철인 쥐치는 복어목 쥐치과에 속하는 어종으로, 최대 20cm 정도까지 자란다. 몸은 타원형에 가깝고 옆으로 눌린 형태이며, 주둥이가 뾰족하다. 단단한 앞니를 가지고 있어 바위나 암초에 붙은 해조류나 조개류, 새우, 게 등을 갉아먹는다.
몸빛은 노란색이나 회갈색이며, 어두운 갈색의 점무늬가 흩어져 있다. 같은 무리 안에서도 서열이 높을수록 무늬가 뚜렷하고 짙게 나타난다. 비늘이 매우 거칠어 만졌을 때 껄끄러운 느낌이 강하고,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는 노란색, 꼬리지느러미에는 띠무늬가 있다.
쥐치는 바다 수심 100m 내외의 암초 지대에서 군집 생활을 한다. 천천히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유영하다가도 먹이를 발견하면 빠르게 움직인다. 평소에는 수심이 깊은 곳에 있다가 산란기가 되면 얕은 수심 10m 근처로 이동해 알을 낳는다. 이렇게 낳는 알의 수는 무려 15만 개에 달한다.
쥐치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

쥐치는 시장이나 횟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생선이지만, 맛과 식감은 고급 식재에 뒤지지 않는다.
쥐치는 살이 단단하면서도 질기지 않아 횟감으로 제격이다. 뼈가 연해서 통째로 썰어도 먹을 수 있으며, 복어처럼 얇게 저미면 식감이 더욱 쫀득해진다. 맛은 담백하며, 씹을수록 맛이 깊어진다.
특히 쥐치의 간은 별미로 꼽히는 고급 음식이다. 이 부위를 먹어보면 고소하고 부드럽게 녹아내리는데, 홍어간이나 아귀간처럼 독특한 맛과 질감을 지녔다. 그래서 이들 세 가지를 묶어 '바다의 3대 푸아그라'라 부르기도 한다.
쥐치는 회뿐 아니라 조림, 찜, 튀김, 구이 등에도 쓰인다. 게다가 껍질이 잘 벗겨지고 뼈가 부드러워 요리 초보자도 부담 없이 손질할 수 있다.
머리 위쪽의 가시와 지느러미를 가위나 칼로 제거한 뒤,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낸다. 그런 뒤 머리 부위에 칼집을 내고 손으로 껍질을 잡아당기면 살이 깔끔하게 분리된다.
손질한 쥐치를 10~12cm 정도 크기로 포를 떠서 간을 하고 말리면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쥐포’가 된다.
단백질로 꽉 차있는 쥐치의 효능

식품의약품안전처 영양성분 자료에 따르면, 쥐치 100g에는 단백질이 19.1g 들어 있다. 이는 같은 양의 고등어(약 18g)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단백질은 근육 합성과 유지에 필수적이며, 체내 호르몬, 효소, 항체 생성에도 필요한 영양소이기 때문에, 운동을 병행하며 체중을 감량하는 사람이나 노화로 인해 근육량이 감소한 중장년층에게 특히 좋다.
또한 단백질 식품은 포만감이 오래가 과식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쥐치를 식단에 포함하면 과식을 줄이고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된다.
또한 쥐치는 등푸른생선 못지않게 오메가-3 지방산(EPA, DHA)을 함유하고 있다. 이 지방산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EPA는 혈소판 응집을 억제해 혈액을 묽게 만들고, 혈관 내 염증 반응을 줄여 고혈압과 동맥경화 예방에 좋다.
DHA는 뇌세포막의 구성 성분으로 신경전달을 돕는다. 기억력 개선, 주의력 향상, 인지 기능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성장기 아동과 고령자의 식단에 포함하면 좋다. 눈 망막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시력 보호와 황반변성 예방에 좋다.
쥐치에는 비타민D도 풍부하다. 비타민D는 칼슘 흡수를 도와 뼈 밀도를 유지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햇볕을 충분히 쬐지 않는 사람이나 실내 활동이 많은 현대인은 음식으로 비타민D를 섭취해야 한다.
또한 쥐치에 인은 치아와 뼈를 구성하며, 근육 수축이나 신경 전달에도 필요한 성분이다. 하루 두세 번 생선을 섭취하기 어려운 경우, 제철 쥐치를 활용한 일주일 한두 번 섭취만으로도 영양 균형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쥐치에는 100g당 약 270mg의 칼륨이 함유돼 있으며, 이 성분은 체내 나트륨을 배출시켜 혈압을 낮추고 부종을 완화한다. 염분 섭취가 많은 한국 식단에서 칼륨의 섭취는 중요하다.
또한 쥐치에 들어 있는 니아신(비타민B3)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고, 피부 건강과 에너지 대사를 돕는다. 피로감이 심하거나 기력이 저하된 상태일 때 니아신이 포함된 생선을 섭취하면 신진대사에 좋다.
쥐치는 미량이지만 아연과 비타민B12도 포함하고 있다. 아연은 세포분열과 면역세포 생성에 필수적이며, 상처 회복과 감염 방지에 효과가 있다. 비타민B12는 적혈구 생성을 돕고 신경세포를 보호한다.
특히 육류 섭취가 적은 사람이나 채식을 병행하는 경우 생선류를 통해 비타민B12를 보충하면 결핍을 막을 수 있다.
쥐치 섭취 시 주의해야 하는 점

쥐치는 먹이사슬 중간 이상에 있는 어종으로, 일부 개체에서는 중금속이 축적될 수 있다. 해양 오염이 심한 지역에서 잡힌 쥐치는 카드뮴이나 수은 등 유해 금속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임산부나 성장기 아동은 중금속 섭취에 민감하므로, 쥐치 같은 어류를 자주 먹을 경우 원산지와 수산물 검사 이력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냉동 제품보다는 활어 상태로 유통되는 신선한 쥐치를 선택하고, 회보다는 익힌 조리법을 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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