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막상 뉴욕을 여행하려면 할 것도, 볼 것도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계획을 짜고 어디부터 가야할지 막막하기도 합니다. 한진관광에서는 뉴욕을 여행하려는 분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특별한 뉴욕 인문학 여행 상품을 준비했습니다. 세종사이버대 교수이자 국립중앙박물관 강사인 전원경 교수가 동행하며, 뉴욕 3대 미술관을 관람하고 오페라, 클래식, 재즈 공연을 감상하는 일정입니다. 특히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뉴욕필하모닉의 협연 공연도 관람할 예정인데요, 벌써 상품 예약이 마감됐을 정도로 호응이 컸다고 합니다.
브릭스 매거진에서 뉴욕 인문학 여행을 이끄는 전원경 교수를 만났습니다. 문화‧예술의 수도로서 뉴욕의 저력은 무엇인지, 인문학 테마 여행은 어떻게 기획됐는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Q. 인문학 여행지로서 뉴욕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유럽을 찾는 예술 투어는 점점 그 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뉴욕은 유럽의 대표적인 도시들 못지않게 미술관과 공연의 수준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예술 투어가 기획된 적이 거의 없었어요. 아마 웬만한 여행자들치고 뉴욕을 안 가보신 분들이 거의 없고, 또 한 도시만 집중적으로 투어를 한다는 개념이 아직 낯설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뉴욕은 예술 투어로 기획 방문하기에 적당한 도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워낙 큰 도시기 때문에 한 도시만 방문해도 지루할 틈이 없고, 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오페라, 휘트니 미술관, MOMA 등 뉴욕만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예술 자본이 많이 있으니까요.

Q. 거대한 다민족, 다문화 도시였다는 뉴욕의 특징은, 뉴욕, 더 나아가 미국의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다들 아시다시피 미국은 이민자들에 의해 구성되고 부강해진 나라입니다. 19세기-20세기 초반 이민자들은 거의 다 뉴욕을 통해 미국에 첫 발을 디뎠지요. 20세기 초반 미국 주식회사의 80퍼센트 이상이 뉴욕에 본거지를 두고 있었다고 해요. 그만큼 뉴욕은 신대륙 미국의 다양성, 풍요로움을 대표하는 도시였습니다. 미국의 국력이 유럽 국가들을 넘어설 정도가 되자 자연히 뉴욕의 부호들은 유럽의 미술 작품을 사 모으게 되었습니다. 예술가는 단시간에 키워지지 않으니 미국인들이 예술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음악가든 미술 작품이든 ‘수입’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거죠.
이들은 또 카네기홀이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을 건설하고 조직하면서 런던이나 파리 못지않은 문화 수도로 뉴욕을 키우려 했지요. 예를 들면 ‘진주 귀고리 소녀’를 그린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은 네덜란드의 레이크스뮤지엄이 아니라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입니다. 레이크스뮤지엄이 4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5점을 소장하고 있거든요. 미국의 문화 예술 역량은 예나 지금이나 뉴욕에 총집결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거기에는 이런 역사적 배경이 숨어 있는 거지요.

Q. 저서에서 “좋은 술은 여행하지 않는다”는 하루키의 말을 인용하며 뛰어난 예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그것이 탄생하고 연주되는 현장으로 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뉴욕에서 꼭 보거나 들어야 할, 뉴욕의 작품을 추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건 너무 많아서 뭐부터 손꼽아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인데요, 역시 휘트니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에드워드 호퍼의 수많은 뉴욕 그림들 아닐까요? 호퍼는 뉴욕에서 학교를 다니고, 평생 뉴욕에서 작업을 하다 사망했습니다. 그는 1913년부터 1967년까지 워싱턴 스퀘어에서 작업을 했지요. 비록 가장 유명한 <밤의 사람들Nighthawks>은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 있지만 호퍼가 바라본 뉴욕과 뉴요커의 모습은 휘트니 미술관에서 넘치도록 만끽하실 수 있을 겁니다. 휘트니 미술관은 전 세계에서 호퍼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니까요.
흔히 호퍼가 그린 뉴욕이 고독하고 외로운, 몰인정하고 살풍경한 도시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요, 휘트니 미술관에서 호퍼가 그린 다른 도시와 시골 풍경을 보시면 호퍼에게는 오히려 뉴욕이 유일한 쉼터이자 안식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Q. 현대 미술은 어렵다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이번 인문학 여행에서 찾아가는 MOMA에서 현대미술을 조금 더 친근하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현대 미술은 저도 어렵습니다. (웃음) 다만 고전과 근대 미술이 도상학을 통해 그림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비교적 명쾌하게 알아들을 수 있다면, 현대 미술은 생각의 언저리라고나 할까요? 우리가 말로 잘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감정을 화가가 그리거나 만든 방식이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감상자의 입장에서도 개개인의 주관에 맞게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절대적인 해석, 정답의 해석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게 현대 미술의 특징이지요.

Q. 뉴욕은 건축으로도 유명한 도시입니다. 교수님께서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시는 건축물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단연 크라이슬러 빌딩을 꼽겠습니다. 이 빌딩의 상층부는 뉴욕을 무대로 하는 ‘미드’에도 많이 등장하는데요, 1930년에 완공되었으니 한 세기 전의 빌딩인데도 전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여전히 우아한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연필 모양의 미끈한 빌딩인데 상층부의 곡선 마무리는 마치 거대한 조각 작품 같습니다. 아르데코 스타일이 고층 빌딩에 어떤 방식으로 접목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기도 하지요.
유럽 도시들과는 달리 뉴욕의 역사적 건물들은 고층 빌딩들입니다. 초대형 자본과 최신 기술과 건축가의 탁월한 아이디어가 만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되는지를 뉴욕의 고층 빌딩들은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작품 해설, 도슨트를 하실 때 가장 염두에 두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모든 미술 작품은 길고 긴 사연 끝에 탄생합니다. 그 사연은 천국에 가고 싶은 부자의 강력한 갈망일 수도 있고, 아름다운 미인의 모습을 영원히 남기겠다는 화가의 열망일 수도 있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햇빛을 캔버스에 영원한 모습으로 포착하겠다는 인상파의 야심일 수도 있지요. 요컨대 모든 작품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Every picture tells a story. 저는 그 스토리를 충실하게 보는 분들께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설명합니다.

Q. 미술과 음악을 접목한 공연이자 강연을 진행하고 계신데 두 장르의 만남은 예술 감상에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나요?
미술과 음악 작품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게 저의 솔직한 생각입니다. 저희가 어린 시절, 백일장을 하러 야외에 나갔을 때 선생님들은 동일한 주제를 주시고 시를 쓰든 산문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마음대로 하라고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그 주제가 자연이든 신앙이든 사랑이든 간에 예술가는 각자 자기가 원하는 대로 피아노곡을 작곡하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조각을 하기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과 음악을 접목한 공연이라기보다 그냥 렉처 콘서트를 한다고 저는 생각하고요, 관객들 입장에서는 여러 장르를 한 번에 감상하기 때문에 덜 지루하고 더 행복하시겠지요. 예를 들면 ‘물’이라는 주제의 예술 작품은 모네의 수련과 노르망디 그림도 있고 쇼팽의 ‘뱃노래’나 슈베르트의 ‘물 위에서 노래함’도 있거든요. 이런 작품들을 함께 듣고 보면 더 기분이 좋아지시겠지요.

Q. 인문학 여행을 떠나고 싶으신 또 다른 도시가 있으신가요?
지금까지 주로 다닌 도시들은 런던, 빈, 암스테르담, 브뤼셀 등이고 이제 뉴욕을 새로 가게 된 셈인데요, 앞으로 또다시 새 예술 투어를 기획한다면 스위스 취리히와 독일 뮌헨을 잇는 코스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두 도시 모두 너무 번잡하지 않으면서 좋은 미술관과 수준 높은 콘서트가 열리는 곳이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취리히나 뮌헨을 방문하는 예술 투어는 거의 없는 듯합니다.

그리고 북이탈리아의 라벤나에서 비잔틴 모자이크를 감상하고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파도바에 가서 조토의 스크로베니 예배당을 방문하고 그 후에 돌로미티에 올라가 자연을 만끽하는 투어도 오랫동안 제가 꿈꾸고 있는 코스입니다. 요컨대 음악, 미술, 근교의 자연이 모두 함께 있는 도시들이라면 언제든 방문하고 싶어요. 일단 올가을과 내년에는 뉴욕 투어에 좀 집중하려 하고요, 많이 안 알려졌지만 네덜란드의 ‘튤립과 고흐’ 투어도 내년 봄에 가능하면 다시 가고 싶습니다.


인터뷰 | 신태진 에디터
인터뷰 및 자료 협조 | 한진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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