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와 커피 공방, 주택이 한 집에 자리한 가평 주택

커피를 내리고 삶을 음미하는 집 : 가평 두루커피

삶과 꿈을 씨실과 날실 삼아 ‘둘인 듯 하나’인 카페와 집으로 직조해낸 이곳에서는 오늘도 부드러운 커피향이 오가는 이들을 감싼다.


서울 도심 빌딩 숲에서 벗어나 점차 주변 산이 높아지고 녹음이 짙어지기 시작할 무렵, 2차선 도로에서 살짝 벗어나 벚나무가 드리우는 하천을 따라가다 보면 커피색을 닮은 외벽의 나지막한 카페를 만나게 된다. 차동성, 이효진 씨 부부가 가꿔나가는 ‘두루커피’다.
두루커피의 역사는 15년을 훌쩍 넘는다. 원래 서울 북촌에 있던 카페 및 공방이었지만, 카페와 로스팅 공방과 집이 서로 나뉘어 불편했고, 북촌이 점차 명소가 되면서 복잡해지는 분위기에 부부는 다른 공간을 찾고 만들 준비를 했다. 알맞은 땅을 찾아다니다 2년 만에 가평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아백제’ 성상우 소장과 함께 집을 그리고 지었다. 이곳에 터를 잡은 지 4년. 카페와 공방 그리고 집으로, ‘나눈 듯 하나’인 이곳이 처음 지어졌을 때 거뭇했던 코르텐강 벽은 이제 자연스러운 붉은 빛이 되었고, 그만큼 부부의 전원생활도 무르익고 있다.

도로와 맞닿은 면으로는 시인성이 중요한 카페 공간을 두었다. 자연스럽게 주거 공간은 외부로부터 프라이버시를 보호받게 되었다.
동측면에서 바라본 주택의 모습. 외장재 차이와 매스의 형태 때문에 여러 건물의 집합처럼 보인다.
카페 공간의 마감재는 뒤틀림을 막기 위해 2.3T에 달하는 두꺼운 코르텐강을 사용했다.
마당에서 커피 한 잔을 나누는 건축주와 성상우 소장.

주택은 한 채지만, 크게 카페와 공방, 살림집, 세 부분으로 나뉜다. 그리고 세 부분은 수직의 층 구분보다 외부와의 접촉면을 늘리기 위해 수평하게 펼쳐졌다. 주택은 직주근접하면서 업무와 일상의 분리를 위해 공간과 마당의 배치, 동선까지 여러 고민을 거쳤다. 카페마당과 바깥마당, 안마당으로 나뉘는 세 마당은 각 공간에서 다양한 풍경을 누리면서 공간과 시야를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Section


육중한 구조목이 만드는 트러스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카페 공간.

Detail


(왼쪽)폴딩 도어를 통해 카페 공간을 유연하게 확장해 사용한다. / (오른쪽)카페의 장비와 소품들은 설계 때 모든 수치를 측정 및 반영해 정리되었다.

주택은 중목구조와 경량목구조를 혼합한 구조로 지어졌다. 그래서 카페 공간은 중목구조 특유의 트러스 구조체를 노출해 인테리어 요소로 삼았다. 카페는 모조리 새로운 것으로 바꾸기보다는 북촌 시절의 가구와 설비 등을 많이 가져왔는데, 이를 위해 사소한 물건들 하나하나 치수를 도면에 반영했다. 덕분에 카페는 자연스럽게 시간이 녹아든 느낌이다.
카페 출입구 반대편, 독특한 형태의 주택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아늑한 안마당이 나온다. 현관을 지나면 왼편으로는 거실과 주방, 침실이, 오른편으로는 욕실과 다른 침실, 그리고 아내의 아지트 역할을 하는 다락이 자리한다. 일로든 휴식으로든 카페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에 거실과 주방은 비교적 콤팩트한 규모를 가졌다. 하지만 높은 천장과 안마당의 존재 덕분에 집은 갑갑하지 않다.
직접 손 글씨로 썼다는 ‘두루’ 간판과 함께 건축주 동성 씨는 ‘두루’라는 이름에 대해 “커피콩에서 따온 두(豆)와 품어 안는다는 뜻의 루(摟)를 합쳐 이름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맛있는 커피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전원주택 입지는 이웃이 반(半)”이라는 팁과 함께 오후에는 동네 행사에 얼굴을 비춰야 한다며 웃는 그. 부부는 이곳에서 매일 아침 커피콩을 볶고, 오는 이들에게 따뜻한 커피를 내린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가평군
대지면적 : 1,000㎡(302.5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 다락
거주인원 : 2명
건축면적·연면적 : 196.87 ㎡(59.55평)(주거 – 115.1㎡, 카페 – 65.5㎡, 로스팅 공방 – 16.2㎡)
건폐율·용적률 : 19.69%
주차대수 : 1대
최고높이 : 5.6m
구조 : 기초 – 철근 콘크리트 매트구조 / 지상 – 일반 목구조 + 중목 혼용
단열재 : 수성연질폼 140㎜ + 압출법단열재 50㎜(중부 1지역 적용)
외부마감재 : 외벽 – 코르텐 강, 스터코 외단열시스템, 벽돌타일 / 지붕 – 컬러강판
담장재 : 일반 4" 시멘트 블록 위 모노타일 두겁
창호재 : 살라만더 82㎜ 3중 창호, 이플러스 알루미늄 창호
철물하드웨어 : 메가타이
에너지원 : 기름보일러
조경 : 청산 조경
전기·기계·설비 : 지엠 엔지니어링
구조설계(내진) : 마루 엔지니어링
시공 : 브랜드하우징
설계 및 디자인 감리 : a0100z space design


Plan & Diagram


주택 부분 앞에 자리한 바깥마당. 시멘트 블록으로 적당히 시선을 가려줬다.
(왼쪽)안마당은 가장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외부 공간이다. 산딸나무를 메인으로 조경했고, 한편에 툇마루를 놓아 조용한 안마당을 만끽한다. / (오른쪽)현관 안쪽에는 긴 벤치를 두어 오가는 데 편리함을 더했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중목 노출 및 친환경 도장 / 바닥 – 주거동 : 구정마루 강마루, 카페·로스팅공방동 : 콘크리트 에폭시 마감 / 천장 – 중목 트러스 노출, 자작나무 합판
욕실·주방 타일 : 바스디포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이누스
조명 : 중앙조명(분당)
계단재·난간 : 화이트 오크 원목집성재 + 평철난간(다락계단)
현관문 : 살라만더 현관문, 카페 자동문 수제제작
중문 : 영림임업 중문
방문 : 영림임업 ABS 도어


꼭 필요한 만큼만 콤팩트하게 담아낸 주방 겸 식당. 대신 천장이 높고 안마당, 바깥마당 양쪽으로 시야가 열려있어 갑갑하지 않다.
거실과 바로 면하고 있는 침실. 바깥마당 조망을 즐길 수 있다.
거실에서 본 복도. 복도를 따라 욕실과 침실이 이어 자리한다.
다락에서는 미싱이나 독서 등을 아늑하게 즐긴다.
도로에서 바라본 두루커피.

Process Points


건축가_ 성상우, 오혜정 : a0100z(아:백제) space design

a0100z 는 2004년 성상우와 오혜정이 설립한 디자인 모임이다. 이들은 설립한 이래, ‘집은 집(集, 모이는 곳)이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물질이 구축되는 모임의 방식과 사람의 삶이 땅에 새겨지는 방식(人文)을 건축적으로 표현한다. ‘함께(다양한 구성원의 모임)’와 ‘문턱이 닳는 집(직주일체)’이라는 시리즈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경계의 사이에서 이어지고 반응하는 ‘경계(境界)에 반연(攀緣)하다’라는 주제를 연구 중이다. a0100z@naver.com | www.a0100z.com

취재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취재협조_ 두루커피 (instagram)dooroocoffee.gp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5년 5월호 / Vol. 315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