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에 큰 개 끌고와 ‘행패’… 법원은 왜 무죄를 선고했나

박준우 기자 2024. 9. 21.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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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의 한 행정복지센터에 큰 개를 끌고 와 공무원에게 욕설하며 20분간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현행범 체포된 60대 민원인이 약식 명령에 불복한 정식재판에서 '주취 가능성'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A 씨는 지난 2월 26일 오후 2시 45분쯤 관공서인 원주시의 한 행정복지센터에 자신이 키우는 대형 개를 데리고 들어가 '지방공무원이 갑질한다'며 큰 소리로 욕설하는 등 20분간 소란을 피운 혐의로 약식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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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원주의 한 행정복지센터에 큰 개를 끌고 와 공무원에게 욕설하며 20분간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현행범 체포된 60대 민원인이 약식 명령에 불복한 정식재판에서 ‘주취 가능성’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김도형 부장판사는 경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된 A(6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월 26일 오후 2시 45분쯤 관공서인 원주시의 한 행정복지센터에 자신이 키우는 대형 개를 데리고 들어가 ‘지방공무원이 갑질한다’며 큰 소리로 욕설하는 등 20분간 소란을 피운 혐의로 약식 재판에 넘겨졌다.

이 일로 현행범 체포되기도 한 A 씨는 벌금 60 만원에 약식 기소된 것에 불복해 지난 6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당시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A 씨가 행정복지센터에서 공무원들에게 욕설하고 개를 끌고 들어와서 소란을 피운 행위는 현장 CCTV 영상과 진술 등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경범죄 처벌법에는 ‘술에 취한 채 관공서에서 몹시 거친 말과 행동으로 주정하거나 시끄럽게 한 사람은 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A 씨의 행위가 대단히 부적절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차치하고, 기소된 죄명인 경범죄 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하려면 술에 취한 채로 이 같은 행위를 해야 했다고 봤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 영상이나 진술에는 ‘A 씨가 술에 취한 상태라거나 술에 취해 있었다’는 내용이 없고, 112 신고에서도 ‘남성 민원인이 난동을 부린다. 개를 데리고 왔다’는 취지만 있을 뿐 술에 취해 있다는 내용은 없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경찰의 사건 발생 검거보고서에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A 씨를 현행범 체포했다’고 기재됐지만, A 씨가 술에 취해 있었다거나 ‘술주정’을 한 것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A 씨가 4년 전 교통사고로 만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따른 심한 불안과 분노, 정서 및 충동 조절 장애로 어려움을 겪어 계속 치료받고 있다는 병원의 소견서로 볼 때 행위의 원인이 ‘술에 취한 것’ 때문이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상급법원에 항고했다.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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