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가 이번 겨울 만들어낸 가장 큰 이야기는 거창한 선언도, 화려한 마케팅도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진행된 한 영입이, 오히려 누구보다 인상 깊은 파장을 남겼다. 일본에서 이미 충분한 커리어를 쌓았고, 한때 차세대 에이스로 불렸던 타케다 쇼타가 SSG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한 순간이었다.

이 영입은 단순한 ‘아시아쿼터 첫 사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타케다가 걸어온 길을 들여다보면, SSG가 단순히 즉시전력 투수를 데려온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커리어 전체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재생 프로젝트’를 선택했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타케다 본인의 의지, SSG의 빠른 움직임,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서 발견한 ‘필요한 무엇’이 있었다.
타케다는 일본 야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었다. 2011년 NPB 드래프트 1라운드, 소프트뱅크가 에이스 후보로 지명한 투수. 데뷔 시즌부터 완성형에 가까운 경기 운영으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2015년 13승, 2016년 14승을 올리며 리그 정상급 선발로 자리 잡았다. 그 시기는 오타니 쇼헤이와 함께 대표팀 유니폼을 입던 시기이기도 했다. 당시 일본 내부에서조차 “센가보다 잠재력은 더 높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거대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커리어의 그림자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2024년 초 팔꿈치 인대 재건술, 이른바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그의 시간은 잠시 멈춰섰다. 그 여파로 최근 두 시즌 동안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실전 투구는 이어갔지만 소프트뱅크는 그를 내년 계획에서 제외했고, 결국 타케다는 방출 통보를 받았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그 다음이다. 타케다는 여러 NPB 팀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그저 ‘과거의 이름’이 아니라 여전히 5선발 정도로 경쟁력 있다고 본 구단들이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그가 선택한 건 일본 잔류가 아닌 SSG였다. 이유는 명확했다. 자신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민 팀이 SSG였고, 그는 그 인연을 ‘선택의 이유’로 삼았다.

게다가 타케다는 계약 전에 직접 인천을 찾아왔다. 랜더스필드, 웨이트룸, 재활 시설, 그리고 선수들이 훈련하는 공간까지 두 눈으로 확인했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진행 중이던 SSG 마무리캠프에도 예고 없이 찾아가 이숭용 감독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었다. 이렇게까지 먼저 움직인 외국인 선수는 흔치 않다. 단순히 계약금을 보고 온 선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숭용 감독이 그를 만난 뒤 남긴 말도 인상적이었다.
“근성, 태도, 책임감… 선수만 보러 간 게 아니고 사람을 본 느낌이었다.”
지도자로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건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신뢰의 시작이다.

SSG가 타케다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가 아니다. 먼저, 회복 이후 실전에서 보여준 구위가 여전히 살아 있었다. 2군 경기에서 최고 149㎞까지 던졌고, 본인은 “155㎞까지는 충분히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토미존 수술 두 번째 해에 구속이 크게 올라오는 것은 흔한 사례다. 실제로 많은 MLB 투수들이 수술 2년 차에 오히려 전성기를 맞았다.
두 번째 이유는 ‘운영 능력’과 ‘경험’이다. 타케다는 빠른 템포, 낙차 큰 커브, 좌타자에게 유독 강한 포크볼,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노련함까지 갖춘 투수다. 이런 유형은 KBO에서 특히 강점을 발휘한다. 제구가 정교하고 포크볼을 잘 던지는 일본 투수는 국내 타자들에게 늘 까다로운 존재였다.
세 번째 이유는 팀 내부 사정이다. SSG는 앤더슨과 화이트의 잔류가 불투명하다. 김광현은 있지만, 나머지 자리는 빈다. 김건우, 문승원, 전영준 등이 경쟁해야 하지만 확실한 ‘로테이션 고정 투수’가 더 필요했다. 타케다는 부족한 마지막 조각을 정확히 채워주는 존재였다.

타케다의 태도는 구단과 선수단 모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일본에서부터 함께 훈련해온 SSG 스티브 홍 스트렝스 코치는 그의 생활 방식과 준비성을 두고 “야구에 미친 사람이라는 말이 딱 맞다”고 말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은 14년치 운동 일지, 팔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집에 마련한 초음파 기계, 그리고 후배들이 먼저 찾아와 조언을 구할 정도의 리더십.
그는 이미 ‘영입된 선수’가 아니라 ‘팀에 온 리더’였다. 스스로 말했듯
“나는 다시 성장하고 싶다. 진화하고 싶다.”
이런 태도를 가진 선수를 팀이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SSG는 올해 여러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외국인 투수 문제, 불안정한 로테이션, 젊은 투수들의 성장통까지 겹치며 시즌 운영이 쉽지 않았다. 그런 팀에 타케다는 단순히 숫자 한 자리를 채우는 존재가 아니다. 젊은 투수들에게는 롤모델이고, 로테이션에는 안정감을 주는 존재이며, 팀 전체 분위기를 바꾸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그는 단순한 ‘NPB 출신’이 아니라, 한때 일본 대표팀에서도 중심이었던 투수다. 잠재력을 아직 전부 꺼내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던 선수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한국 무대를 ‘두 번째 전성기’의 장소로 삼겠다고 결심한 것 자체가 팀에게는 엄청난 메시지다.
타케다 쇼타의 선택은 새로운 출발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야구에서 중요한 건 언제든 다시 던질 수 있는 ‘두 번째 피치’다. 그는 지금 그 두 번째 피치를 KBO에서 던지려고 한다. 그리고 SSG는 그 투구가 팀을 변화시키는 시작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 영입은 오래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영입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순간에 만난 이야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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