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근로기준법 적용땐 농가 ‘직격탄’

오은정 2023. 3. 1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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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각지대 해소 입장
농축산업분야 ‘촉각 곤두’
1차산업 예외조항 없애면
근로자 1인당 월임금 급증
전문가 “점진적 도입 필요”
이미지투데이

정부가 최근 ‘주 52시간제 개편안’을 통해 ‘근로기준법’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밝히면서 농업계도 이를 주시하고 있다. 현재 농업분야 근로자는 근로시간과 휴게·휴일을 적용받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6일 주 52시간제 개편 방안을 내놓으면서 건강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1차산업과 감시(監視)·단속적(斷續的) 근로자 등에 대한 근로시간·휴게·휴일 적용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 1차산업, 감시·단속적 근로자 등에 대한 근로시간 적용 제외는 변경 없이 유지되고 있다”며 “취약근로자의 적용 제외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근로시간 적용 사각지대 해소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은 임금·근로시간·휴식 등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한 법이다. 다만 여러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이 법 제63조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휴게·휴일을 적용하지 않는 업종을 명시하고 있다. 대상은 농축수산업분야와 감시·단속적 근로자다. 이들 업종은 예외적으로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수당 없이 1주 40시간 이상 근로할 수 있고 휴게시간을 따로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 조항을 손보려는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근로자의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근로시간 적용 예외 대상은 없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따라 감시·단속적 근로자는 2021년 근로조건을 개선한 별도 규정(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이 마련됐다. 농업분야도 최근 들어 다른 업종처럼 근로시간과 휴게·휴일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농업분야의 근로시간·휴게·휴일 적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근로기준법 제63조를 개정해 근로시간·휴게·휴일을 한번에 적용하면 농가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연구용역을 통해 받은 ‘농업분야 근로기준 개선영향 및 표준화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제63조를 개정해 농업분야에 근로시간·휴게·휴일을 적용하면 5인 이상 사업장은 ▲연장근로수당 ▲주휴일 적용 ▲유급휴일수당 등에 대한 부담이 새로 생긴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법정근로시간을 제한하지 않아 연장근로수당·유급휴일수당의 부담이 없다. 

이에 따라 5인 이상 사업장은 근로자 1명당 한달에 39만3239원, 연 581만8066원의 임금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자 1명당 한달에 31만8402원, 연 382만819원의 임금이 증가한다. 이는 2022년 최저시급 9160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이다. 지난해보다 5.0% 오른 2023년 최저시급 9620원을 적용하면 임금 상승분은 더 커진다.

게다가 농업분야는 계절성이 강한 특성 때문에 근로기준법 적용이 쉽지 않다. 농번기에는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할 때가 많고 법정공휴일이라고 작업을 중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초 근로기준법 제63조에서 농업분야를 근로시간 적용 예외 업종으로 정한 이유도 농업이 기후·계절 등 자연조건의 영향을 받아 인위적인 근로시간 규제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일용직 근로자 비중이 높은 농업분야의 노동 특성도 일률적인 근로시간 적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용직 근로자는 하루 단위로 근로관계의 정산이 이뤄지면서 휴일 등에 관한 규정은 필요치 않다. 또 근로형태가 정형화돼 있지 않아 근로 기간·시간에 따라 유급휴일, 연장근로 제한 등의 적용 셈법도 복잡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농업분야에 법정근로시간·휴게·휴일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상시근로자수에 따른 점진적 도입 ▲근로시간 특례 적용 ▲작물별 연간 총근로시간제도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윤호 대현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농업분야 근로자도 다른 직군과 동일하게 근로기준법상의 권리를 마땅히 누려야 하지만 농업만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장의 상시근로자수나 규모에 따라 근로시간 적용을 점진적으로 도입하거나 작물별로 연중 총근로시간을 면밀히 살펴 작물에 따라 근로시간 제한을 다르게 두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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