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상법 후폭풍] 직격탄 맞은 SK, 6조 자사주 선택지 소멸

SK 서린빌딩 전경 /사진제공=SK

상법 개정으로 자기주식 의무 소각이 도입되면서 SK의 재무·지배구조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하며 지배력 보완과 구조 개편에 활용해온 기존 방식이 제도적으로 차단됐기 때문이다.

올 2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차 개정 상법은 상장사가 자기주식을 새로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하도록 의무화했다. 기존 보유분 역시 일정 유예기간 이후에는 소각을 원칙으로 한다. 임직원 보상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보유가 허용되며 이 경우에도 매년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달 열리는 SK㈜ 정기 주주총회는 자사주 처리 방향이 처음으로 논의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합병 자사주 15%…지배구조 변수 부상

6일 재계에 따르면 3차 상법 개정안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곳은 SK그룹 지주사인 SK㈜다. SK㈜는 현재 SK스퀘어를 통한 SK하이닉스 간접 출자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K㈜가 보유한 자사주는 1798만2486주로 총 발행주식수(7306만 8838주)의 24.61%에 달한다. 주요 그룹 지주사 가운데 롯데지주(3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현 주가 기준으로는 약 6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자사주는 기업이 경영권 방어와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활용해온 대표 수단이다. 특히 지주사 체제에서는 총수 일가의 직접 지분율을 보완하는 간접적인 통제 장치로 기능해왔다. 인적분할이나 합병, 계열사 편입 과정에서 지분 구조를 조정하거나 거래 대가로 활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SK㈜가 보유한 자사주 24.61%는 성격이 다른 두 갈래로 나뉜다. 9.52%(695만7461주)는 기업가치 제고와 주가 안정을 목적으로 시장에서 직접 매입한 물량이다. 나머지 15.09%(1102만5025주)는 2015년 SK C&C와의 합병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SK C&C가 보유하고 있던 SK 지분이 합병 이후 자사주로 전환되면서 현재 보유 구조의 근간이 형성됐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자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최태원 회장의 SK㈜ 지분율은 17.90%, 특수관계인 포함 합산 지분율은 약 25.42%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발행주식 수에는 포함되기 때문에 경영권 공격이 발생할 경우 우호 세력에 매각해 의결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자사주가 모두 소각될 경우 수치상 대주주 지분율은 일부 상승하지만 외부 세력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은 줄어들게 된다. 그만큼 경영권 방어 여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무 부담도 만만치 않다. 현행 세법은 자사주 소각 시 소각 시점 주가가 취득가액보다 높으면 그 차액을 배당으로 간주해 의제배당 과세를 적용한다. SK C&C 합병 당시 발생한 합병차익에 대해서는 그간 과세가 이연돼 왔는데 합병 취득분까지 소각 대상에 포함될 경우 이연됐던 이익이 확정되면서 과세 대상이 된다.

업계에서는 SK㈜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경우 부담해야 할 법인세가 약 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회계상 조정이 아니라 실제 현금 유출을 수반하는 비용이다.

경영권 방어 약화 우려

자사주 소각 자체는 유통주식 수 감소로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지주사인 SK㈜의 경우 자사주가 단순한 주주환원 수단을 넘어 지배구조 설계의 일부로 활용돼 왔다는 점에서 영향이 더 크다.자사주를 활용한 비현금성 거래 수단이 제한되면 향후 지배구조 개편이나 계열사 정리 과정에서 현금 또는 외부 자본 조달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자사주 의무소각으로 SK㈜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제거되는 동안 대안 제도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국내에는 미국의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처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경영권 방어 장치가 사실상 없다. 과거 2003년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이 지분 14.99%를 확보하며 최태원 회장 퇴진을 요구했던 사태보다 더 취약한 환경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간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이라는 오너 리스크도 변수다. 대규모 재산분할이 확정될 경우 최 회장 측 SK㈜ 지분의 유동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자사주 처리 방향은 소송 진행 상황과도 맞물릴 수 있다.

SK㈜ 관계자는 "유예기간 내 자사주 소각 일정과 방식, 세금 부담 최소화 방안, 향후 지배구조 안정성 확보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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