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제조업 1000억달러 稅공제” 트럼프 “수입품 최대 200% 관세”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4. 9. 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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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미국 대선]
경합지 러스트벨트 표심 공략 총력… 해리스 “자동차-철강 등 전략지원”
트럼프측, FTA국가에도 관세 예고… 대선후 세계 산업지형 변화 불가피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에 가장 큰 손실을 입힌 대통령이다.”(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해리스는 미국 내 일자리를 중국으로 보내려 한다.”(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색채가 강한 제조업 부활 공약을 앞다퉈 내놓았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주 등 이른바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가 대선 판세를 좌우할 핵심 경합지로 부상하자 이 지역 표심을 잡기 위해 “내가 제조업을 지킬 적임자”라고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누가 당선되든 강한 미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 전 세계 산업 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해리스-트럼프 모두 “제조업 부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집권하면 제조업 부흥, 중산층 지원 등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피츠버그=AP 뉴시스
해리스 후보는 25일(현지 시간) ‘중산층을 위한 새로운 전진의 길’이란 경제공약집을 통해 중산층 감세, 부자 증세, 물가 안정 등 13개 경제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이 중 9번째 공약 ‘미국 혁신과 산업 역량 투자’에서 향후 10년간 1000억 달러(약 133조 원)의 세액공제를 통한 제조업 육성 정책을 소개했다. 해리스 후보가 내놓은 제조업 공약의 핵심은 △첨단 기술과 전략 산업 투자 △제조업 일자리 보호 기업 지원 △중국 등 경쟁자에 대한 단호한 조치 등이다.

특히 지원 대상 전략 산업에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블록체인, 항공우주 등 첨단기술 산업은 물론이고 철강과 자동차도 포함됐다. 반도체법 등을 통해 첨단산업을 유치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확대해 철강 같은 기간산업 보호를 위해서도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해리스 후보는 이날 MSNBC 인터뷰에서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반대한다며 “철강은 경제뿐 아니라 안보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 외 약 1억 명의 중산층, 스타트업 등에도 다양한 세제 혜택을 부여할 뜻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25일(현지 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민트힐에서 집권하면 외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법인세 등을 인하해 미국 제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민트힐=AP 뉴시스
트럼프 후보는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법인세를 인하해 제조업을 미국으로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같은 날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유세에서 “나는 (집권 중) 관세로 미국 산업을 전멸 상태에서 구했다”며 “(수입품에) 50∼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는 하루 전 조지아주 서배너 유세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신(新)산업주의 공약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규제가 없는 기업특별구역 설치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법무실장을 지낸 스티븐 본 변호사는 25일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가 개최한 학술행사에서 트럼프 후보의 고율 관세 공약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의미다.

● ‘뉴노멀’된 美 우선주의

두 후보가 경합주에서 경쟁적으로 제조업 보호·육성 공약을 내놓은 것을 두고 특정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관세 등 무역 장벽을 구축하는 산업정책이 미국의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 정책이 기업 자율성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간 논란이 됐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중국에 맞서 산업을 보호하려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민주당도 이를 수용했다고 평가했다.

두 후보는 이날 서로의 경제 정책도 강하게 비판했다. 해리스 후보는 MSNBC 인터뷰에서 “부자인 트럼프는 자신의 공약이 미국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의 관세 공약은 (물가를 인상시켜) 각 가정이 연간 4000달러(약 532만 원)를 더 지출하게 하고,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후보는 “관세를 공격하는 해리스는 일자리를 중국으로 보내려 한다”고 맞섰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성명에서 “해리스의 경제 연설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초래한 경제적 재앙에 대한 구체적 내용과 해결책도 없었다”며 “급진 좌파의 광기로 미국인을 가스라이팅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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