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령이 오리지널 의약품 판권을 사들여 내재화하는 전략으로 수익성 개선 속도를 높이고 있다. 회사는 올 3분기 빅파마로부터 인수한 고마진 항암제 포트폴리오 효과에 힘입어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생산 내재화 등 비용 효율화가 마진 체력을 끌어올렸다.
순이익 역시 대폭 확대됐지만 이면에는 환율 리스크라는 명암도 존재한다. 최근 외화자산이 확대되면서 환율 민감도가 커진 탓이다. 향후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실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BA 효과' 역대 최대 분기 실적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령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2800억원, 영업이익 2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 51.3% 늘어난 수치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5년 전 처음 승부수를 띄운 '레거시 브랜드 인수(LBA)'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보령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권리를 사들인 뒤 직접 생산·판매하는 방식을 통해 고마진 제품군을 확보해왔다. 2020년 일라이 릴리로부터 인수한 '젬자'는 2년 뒤인 2022년 자체 생산 체제로 전환을 완료했다. 2023년 사들인 '알림타' 역시 전 분기 내재화를 마쳤다.
젬자는 올 3분기 매출액 6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51억원 대비 19.9% 증가했다. 액상 제형을 추가하며 처방 편의성을 높인 덕이 컸다. 다만 알림타는 자가생산 전환을 위한 재고조정으로 매출액이 지난해 3분기 195억원에서 올해 73억원으로 62.7% 고꾸라졌다. 보령 관계자는 "직전 분기 중순부터 자사생산 전환 완료했다"며 "전환 전 분기 매출 대비 당분기엔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LBA 전략은 회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4.2% 수준이던 매출총이익률(GPM)은 올해 9월 누적 기준 60.6%로 16.4%포인트(p) 이상 올랐다. 올 3분기 매출원가는 1767억원(원가율 63.1%)으로 전년 1798억원(66.3%) 대비 3.2%p 낮아졌다.
보령은 최근 사노피로부터 세포독성 항암제 '탁소텔'의 글로벌 사업권을 인수해 수익성 확대 기반을 넓힌 상태다. 생산·유통·허가권을 확보해 고부가 항암제 매출 비중을 키우고 내재화 전략과 연계해 마진 개선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날의 검' 미국 자산, 환율변동 리스크
이번 보령 실적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당기순이익 변동 폭이다. 보령의 올 3분기 순이익은 334억원으로 전년 동기 94억원 대비 263.5% 증가했다. 직전 분기(89억원)와 비교해도 283.5% 늘었다.
3분기 달러 강세로 외화자산 가치가 상승한 덕이 컸다. 보령의 올 3분기 금융손익은 154억원으로 순이익의 약 46%가 환차익 등 금융수익에서 발생했다.
당장은 달러 강세가 실적에 우호적으로 작용하지만 환율 변동 리스크가 상존한다. 지난해 말 보령이 공시한 환율 민감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변동할 경우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132.6억원에 달한다. 회사가 지난 2분기 144억원의 금융손실을 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영향으로 회사의 1~9월 누적 순이익은 432억원으로 전년 동기(564억원) 대비 23.4%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령의 외화 노출 확대는 최근 미국 중심 투자 및 글로벌 사업 확장 전략과 맞물린다. 회사는 2020년 미국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2022년 액시엄스페이스에 약 6000만달러(한화 약 858억원)를 출자하는 등 미국 기반 바이오·우주 헬스테크 투자 비중을 키워왔다. 2023년 12월엔 자본금 약 5억원을 들여 액시엄스페이스와 합작법인 브랙스스페이스를 설립했다. 액시엄스페이스 장부가액은 지난해 말 약 8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713억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보령 측은 "최근 글로벌 투자 비중이 커지며 환율 변동 영향이 순이익에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누적 순이익이 하락한 건 올 초 계엄 사태 이후 원화 가치가 떨어진 게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강달러 기조가 올해 말까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보령 입장에서는 외화 자산이 실적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만 대외 변수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관세 협상으로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실제 달러 수요는 꾸준히 나가도록 되어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는 환율 하락을 이끌만한 뚜렷한 재료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수요를 소화할 공급이 얼마나 뒷받침될지가 관건이어서 당분간 대외 여건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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