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텐 간 불법전단물 철거 여학생의 행동이 정말 재물손괴에 해당할지에 관한 글

오늘 경기 용인에 사는 어느 한 10대 여학생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불법 전단지를 뗐다가 용인경찰서로부터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는 기사가 뜸.

그렇다면 과연 공동주택 단지 안에 관리사무소 허락(승인)을 받지 않은 게시물을 자진 철거한 경우 재물손괴죄가 성립할까?
1. 우선 법령부터 살펴 보자. (바쁘신 분들은 패스 ㄱㄱ)
형법 제366조에 따르면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재물손괴등)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짐.
한편,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 제3호는 "입주자 등이 공동주택에 광고물·표지물 또는 표지를 부착하는 행위를 할 경우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임.
-> 결국 제 아무리 관리사무소의 동의를 받지 않은 전단물이라 해도 이것이 "타인의 재물"에 해당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는 없음. 
그렇다면, 관리사무소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게시물을 누군가가 떼낼 경우, 이 행위를, 앞서 살펴본 공동주택관리법령을 근거로 한 행위이므로 정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즉, '정당행위'로서의 위법성 조각사유 인정 여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음.
공동주택관리법 제63조 제1항 제7호와 동법 시행규칙 제29조 제2호는 "입주자등의 공동사용에 제공되고 있는 공동주택 단지 안의 토지,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에 대한 무단 점유행위의 방지 및 위반행위 시의 조치"를 관리주체(아파트의 경우 보통 관리사무소) 업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음.
쉽게 말하면, 아파트 단지 안에 전단물을 게시하기 위해서는 관리사무소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이를 위반해 게시된 표지물에 대한 조치는 관리사무소의 업무범위에 속하는게 맞음.
그런데 공동주택관리법령 어디에도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표지물이나 게시물에 관해 관리주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또는 아파트 입주민이 스스로 철거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음.
-> 따라서 관리사무소의 승인이 없는 "불법" 전단물이라 해도 이를 "민사소송 등 법적 절차를 거치치 않고" 떼어낸다면 재물손괴죄가 성립될 수 있음.
2. 법원은 어떻게 봤을까?
1) 2021년 7월 대구지방법원 사례 (2021년 서울동부지방법원, 인천지방법원 사례도 동일 취지)
"소장 물러나라"라는 불법현수막을 아파트 관리소장이 자체 철거한 사안임.
법원은, "관리주체 동의를 받지 않고 게시된 표지물에 대한 조치는 관리주체의 업무에 속하지만, 불법 표지물을 관리주체 등이 스스로 철거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는 이유로 관리주체 동의 없이 걸은 현수막을 제거한 관리소장에게 벌금형 집행유예를 선고했음.
즉, 관리소장도 함부로 철거 못함.
2) 2023년 서울동부지방법원 사례
이번 사안과 유사한데, 이 사안은 서울 강남구 소재 주상복합아파트 내 엘리베이터에 부착된 불법 공고문을 입주민 A가 스스로 제거한 사안임.
법원은, "자기 작성명의의 문서라도 타인의 소유에 속할 때에는 재물손괴죄의 대상이 되고 문서의 내용이 허위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소유자의 의사에 반해 제거한다면 이는 재물손괴죄가 성립된다"면서도 양형 요소를 고려해 입주민 A에게 선고를 유예함.
3. 결론적으로는, 아파트 내 불법 전단물을 임의로 철거하는 행위에 대하여 법원은 일관적으로 형법상 재물손괴죄를 적용하고 있음.
따라서 이번 사안에서 경찰이 여학생의 행위에 재물손괴 혐의를 의율한 것은 법리적으로는 맞음.
다만, 이것이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소위 "통상적인 법감정에 반한다"는 비판은 끊임없이 있었지만 아직 입법적으로 해결되지 못했음.
최근 판결례만 보면 여학생이 전과자가 될 가능성은 낮지만, 어떻든 그 동안 공동주택관리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한 이슈가 아직도 입법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것에 따른 안타까운 사안인 듯 함.
4. 세 줄 요약
1. 여학생에 재물손괴죄를 적용한 것은 법리적으로 맞음.
2. 그러나 현실과 괴리감이 크다는 비판은 꾸준히 있었음.
3. 조속히 보완 입법이 되어야 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