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2027년엔 '생숙 대란' 끝날까요?
사실상 '퇴로' 열어주자 '떼법' 지적도
생숙 전환점? 대책 실효성 얼마나 될까?
"버티면 전부 합법화해 준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2023년)
"주거 가능한 줄 알고 분양받은 분들이 많다. 이들의 애로를 터치해 줘야 한다."(2024년)
둘 다 생활숙박시설(생숙) 소유주를 두고 국토교통부에서 나온 말입니다. 하지만 시각은 일 년 만에 뒤집혔습니다. 그동안 생숙 소유주들은 '준주택 인정'을 요구해 왔는데요. 이를 단호하게 반대하던 국토부가 생숙을 사실상 주거용으로 바꿀 수 있게 지원키로 했습니다.
생숙 시장의 전환점이 다가오는 걸까요? 하지만 오피스텔 용도 전환을 위한 비용 부담 등이 또 다른 걸림돌로 꼽히고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오히려 잘못된 투자 신호를 주면서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행강제금 봐주기 '6.2년'
생숙은 2012년 1월 장기체류 외국인 관광수요 증가에 대응해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숙박 시설'로 도입됐습니다. 애초에 주거 시설이 아닌 숙박 전용 시설로 태어난 거죠.
하지만 2017년 이후 부동산 상승기가 오자 생숙이 '아파트 대체재'로 부상했죠. 기존에도 전입신고가 가능해 주거용, 전월세 임대용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놓고 주택처럼 쓰려는 수요가 많아진 겁니다. 생숙은 비주택이라 청약, 대출, 세금 등의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기도 하죠.
하지만 규제는 대부분 피하면서 주택으로 쓴다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분양권 전매도 가능하니 투기 수요가 붙으면서 당시 생숙의 청약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기록하는 과열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거든요.
이에 정부는 2021년 1월14일 생숙을 주택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고요. 같은 해 5월11일 관련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습니다. 생숙 분양사업자 및 수분양자에게 주거용도 사용 시 책임을 지게 한 내용이죠.
생숙을 주거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불법'으로 명확히 규정했고요. 그럼에도 숙박업 외 용도로 쓴다면 시가 표준액의 10% 범위 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했죠. 다만 '선의의 피해자'를 돕기 위해 일부 퇴로를 열어줬습니다.
2021년 10월14일부터 2년간 생숙에서 오피스텔 변경 시 바닥 난방, 발코니 등의 건축 기준을 일부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그 기간은 이행강제금 부과도 유예하기로 했고요.
하지만 생숙 소유주들은 이 정도 특례만으론 오피스텔 용도 변경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왔고요. 결국 정부는 지난해 9월25일 이행강제금 부과 시점을 2024년 말로 1년2개월가량 더 미뤘습니다.
소유주들은 생숙을 아예 '준주택으로 편입시켜 달라'고 요구해 왔죠. 오피스텔이 '집으로 쓸 수 있는 사무실'인 것처럼 레지던스도 '집으로 쓸 수 있는 숙박시설'로 말입니다.
과거에 공공연히 그랬던 것처럼, 주택 대용으로 쓸 수 있는 것으로 알고 분양을 받았다는 게 이런 요구의 근거입니다. 준주택으로 허용한다면 분양권 취소 소송, 중도금 상환 연체, 관련 사업자 및 금융기관 부실 위험 등의 생숙에서 파생된 각종 사회적 비용 낭비나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도 주장했죠.
그러나 국토부는 단호했습니다. 당시 이행강제금 부과 시점을 한 차례 더 미룬 것과 관련해서도 "숙박업 신고에 걸리는 시간, 실거주 임차인의 잔여 임대 기간 등을 고려해 숙박업 신고 계도 기간을 부여했다"고 설명했고요.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도 지난해 8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누구는 시간이 지나면 합법화해 주는거냐 하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다음 달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선 "버티면 전부 합법화 해준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몇 가지 원칙을 갖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고요.
올해 들어서는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8월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최근 생숙 논란과 관련해 여러가지 실효적인 해법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추가 대책 검토를 시사했는데요.
이행강제금 유예기간 만료 시점을 한 달 반 정도 앞둔 이달 16일 대책을 내놨습니다. '생숙 합법사용 지원방안'을 통해 퇴로를 확 열어준 건데요. ▷관련 기사:'레지던스→오피스텔' 전환 쉬워진다…이행강제금도 추가 유예(10월16일)
오피스텔 변경 시 걸림돌이었던 주차장 확보, 복도폭 규제를 일정 비용을 부담하면 풀어줄 수 있게 했고요. 내년 9월까지 변경 신청만 하면 이행강제금도 2027년까지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장우철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이날 관련 백브리핑 자리에서 "생숙 한 채 갖고 있는 분들이 상당수다", "주거 가능하다고 알고 분양받았다는 분들(2023년 8월 기준 숙박업 미신고 생숙 중 39%)이 많다"고 했죠.
그동안은 생숙 소유주들을 '투자자'로 봤다면 이제는 '서민' 또는 '선의의 피해자'로 바꿔 보는 듯합니다. '떼법' 선례?…"정책 일관성 가져야"
이로써 생숙 숙박업 미신고자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 유예 시점이 벌써 세 차례, 총 6년2개월(소유주가 내년 9월까지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신청할 경우)이나 미뤄졌습니다.
일각에선 이를 '특혜'라고 보고 있는데요. 이미 숙박업 신고를 마치고 본래의 목적대로 사용 중인 생숙업자도 있고요. 선의의 피해자로 보기 어려운 투자자들에게도 용도 변경 허들을 낮춰주는 셈이니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거죠.
'떼쓰면 다 통하는 떼법'이라는 질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아울러 이행강제금 부과 유예가 만료되는 2027년엔 대통령 선거가 있는 것도 눈총을 받습니다. 대선 부동산 공약 중 하나로 또 다른 '봐주기식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고요.
다만 이번 대책이 생숙 시장의 '전환점'이 되면서 침체했던 시장에도 온기가 돌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실제 여러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생숙 투자처를 문의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고요. 수도권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인 만큼 생숙의 용도 전환이 주택 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시각도 나오는데요.
그렇다고 전망이 마냥 '장밋빛'은 아닙니다. 대책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다수 있거든요. 주차장, 복도 폭 등의 기준이 완화되긴 했지만 그만큼 소유주들이 1인당 수천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추진이 쉽지 않고요.
지원방안이 효과를 내기 위해선 법령개정 등 후속 조치도 순조롭게 진행해야 하는데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주차기준 완화,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은 지자체의 조례개정 등이 필요하고요.
인근 지역의 주차대란 우려, 수분양자 동의 등도 문제로 꼽힙니다. 서울 내 첫 용도변경 허가 사례인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용도변경을 동의하지 않은 수분양자 한 명을 강제 계약 해지 하는 등 또다른 갈등을 빚기도 했고요.
시장의 혼란을 더 키우지 않으려면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 생숙을 잘 활용하면 나중에 대체재로 활용할 수도 있고 사기 분양 등에 따른 수분양자의 고충을 돌본다는 측면에선 대책의 방향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는데요.
그러면서도 "하지만 계속 '곡소리'를 내면 정부가 받아준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고, 이런 식으로 제도를 손보다 보면 향후 정책 근간 자체가 무너져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며 "더 이상 벌칙을 유예하는 식으로 갈 게 아니라 기본 원칙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일관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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