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학위받고도 배달 일…"40년 만에 최대 위기" 중국, 잃어버린 30년 되나?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10. 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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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스팟] 숫자에 감춰진 중국 경제 현실은 - 권란 베이징특파원
 

지구 저편엔 또 무슨 일이 벌어졌나, 우리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깊이 있고 생생한 글로벌 지식뉴스를 전해드립니다.
 

고학력자들까지 배달 아르바이트에 몰리는 최악의 실업난.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의 터널. 당국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에도 중국이 결국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닮아갈 거란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권란 베이징 특파원과 지금 중국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석사 학위도 배달... 취업난 어떻길래

Q. 최근에 인상적으로 본 게 SBS 8뉴스에서 보도가 됐던 '배달왕의 사망' 소식이었는데, 이게 또 중국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요?


A. 네, 9월 초 저장성 항저우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항저우 시내의 한 길가의 오토바이 위에 한 남성이 잠든 것처럼 보였는데 전혀 미동이 없어서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까 숨져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이 남성이 55살 배달원으로 밝혀졌습니다.

하루에 한 4~5시간만 잠을 자고 나머지 시간에는 전부 다 배달 일을 했다고 하는데요. 하루에 한 100건 정도 그렇게 해서 500위안(우리 돈 9만 4천 원) 정도를 벌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항저우에서는 배달왕으로도 통하던 인물이었습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만 해도 약 3km 거리 기준으로 10위안, 우리 돈으로 2,000원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인데 지금은 5위안 정도로 확 낮춰졌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배달원의 숫자가 계속해서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대 배달 플랫폼 메이투안이라는 데가 있어요. 거기서 나온 통계를 보면 배달원 수가 745만 명입니다. 1년 전에는 624만 명이었어요. 그러니까 1년 동안 한 120만 명이 늘어난 숫자죠. 그리고 2위 배달업체 얼러미를 보면 거기에 등록된 배달원만 해도 한 400만 명이 된다고 해요. 지금 중국에서 배달원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1,000만 명에 달한다, 이런 추산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가 굉장히 길게 이어지면서 심각한 취업난이 중국에서는 꽤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중장년층의 같은 경우 직업을 잃었는데 다시 재취업이 어렵다 보니까 배달원으로 뛰어드는 사람이 많고요. 청년층 같은 경우에도 대학을 졸업하거나 아니면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새로운 직업을 구하지 못하다 보니까 배달 일을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특히나 예전 같은 경우에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농민공들이라고 불렀거든요. 건설 현장 건설업 노동자로 일을 많이 했었습니다. 건설 경기가 위축되다 보니까 이들이 갈 데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가장 손쉽게 갈 수 있는 배달원으로 많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배달 일을 하는 고학력자가 많다는 것도 놀라웠어요.

A. 재작년에 명문대죠, 베이징외대 졸업생의 졸업 연설이 굉장히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베이징외대 졸업생 대표 (2022년)
제가 만약 대학에 가지 않았다면 마음 편히 배달원이 됐겠죠. 이제 대학을 졸업해서 체면이 서지 않습니다.

심각한 취업난을 반영했다 이런 평가들이 나왔었는데, 졸업 연설과는 반대로 이렇게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도 배달원에 뛰어드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메이투안에 등록된 745만 명의 배달원 중에서 석사 학위를 가진 사람이 8만 명이다, 그리고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30만 명이다 이래서 굉장히 화제가 된 적이 있거든요.

배달원들을 만나보면 '자기 동료 중에서는 이런 학력이 높은 사람이 굉장히 많다. 그런데 학력이 무슨 소용이냐 돈을 벌어야지' 이렇게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배달원ㅣ텐진대 졸업
저는 가오카오(중국 수능) 점수가 600점이 넘었죠. 배달원 중에 고학력자가 많습니다. 학력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국 정부가 돌연 6월 이후에 청년 실업률을 발표하지 않기 시작했어요. 청년들의 불만이 고조되니까 통계를 다른 방식으로 바꿔보고자 한 건데요, 올해 초에 청년층에서 재학생을 제외하고 통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올 초반에 계속해서 13, 14%를 꾸준히 유지를 하고 있었는데 대졸자들이 한꺼번에 졸업하는 시기, 올 7월에 17.1%를 찍었습니다. 그리고 8월에는 18.8%를 찍었습니다. 집계되지 않은 다른 것까지 다 합치면 거의 40~50%는 될 거라는 추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적 없었는데... 초저가 아니면 안 팔린다

Q. 대표적으로 추석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월병 판매 이게 또 큰 변화를 보였다면서요?

A. 네, 월병은 중추절 추석 음식일 뿐만이 아니라 추석 선물로도 굉장히 인기 있는 품목이에요. 베이커리 산업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올해 월병 생산량이 작년보다 6%가 떨어졌고 소비량 판매량도 한 9% 떨어졌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경기가 안 좋고 지갑이 얇아지다 보면 가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외식이잖아요. 제가 얼마 전에 취재를 갔다 온 곳은 '샤부샤부'라고 전통 훠궈를 조금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식당인데요. 한때는 연매출이 1조 원대도 그렇게 자랑했던 식당이었는데 최근 3년 반 사이에 매출이 계속 감소하면서 2,000억대 적자를 봤다고 해요. 그래서 파격적인 가격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평일 점심 세트 메뉴가 49.9위안, 우리 돈으로 한 9,000원 조금 넘는 가격인데 그 정도를 주면 훠궈의 국물 베이스와 채소, 고기, 그다음에 애피타이저, 음료까지 모두 포함해서 푸짐하게 주더라고요.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우리 다 굶어 죽는다'는 거죠.

베이징에서 처음으로 스타를 단 미슐랭 식당이 있거든요. 그곳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봤습니다. 실제로 찾아가 보니까 문이 닫혀 있었고요. 문 앞에는 뭐라고 붙어 있었냐면 '임대료 체납으로 인해서 이곳이 폐점을 했다'고 붙어 있었습니다. 안에는 집기들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고 미슐랭을 상징하는 간판만 바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더라고요. 식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들의 체납 금액만 해도 몇억 원대가 된다고 해요. 그래서 이 금액조차도 다 지급하지 못하고 약간 야반도주하듯이 갑자기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명품 지고 핑티 뜨는 중국

Q. 반대급부로 뜨는 게 핑티 소비, 핑티 소비라는 말은 중국어인가요?

* 핑티(平替) 소비 : 중국 젊은 세대들 사이 뜨는 소비 트렌드, 명품 대신 '가성비 대체품'을 구매하는 현상

A. 핑자티다이핀(评价替代品)이라고 이게 무조건 유명 브랜드의 짝퉁이다 이건 아니고요. 유명 브랜드의 성분이라든지 품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거품을 빼고 가성비 있는 제품을 만들어서 낸다는 겁니다. SK-Ⅱ 에센스 굉장히 고가잖아요. 똑같은 성분의 에센스를 중국 국산 브랜드로 만들면서 가격은 한 3분의 1 정도로 낮춰서 판매해서 젊은 세대들한테 굉장히 인기를 얻고 있고요. 실제로 중국 SNS상에 보면 이런 핑티 제품과 실제 오리지널 제품을 비교하는 영상들도 굉장히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Q. 명품 업체들이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데 실제로 그런가요?

A. 명품 브랜드들이 많이 모여 있는 SKP 백화점이라는 데가 있어요. 그곳을 가보면 사실상 텅텅 비어 있습니다. 지난 6월에 유명한 돌체앤가바나라든지 베르사체 이런 곳에서 거의 절반 값의 세일을 단행한 적도 있어요. 상하이의 양대 산맥으로 불렸던 백화점이 있거든요. 그 백화점들이 지난 6월과 7월에 잇따라서 문을 닫았고요.

또 우한에서도 한 30년 전통의 최대 백화점이 있었는데 지난달 말에 결국에는 폐점하고 말았습니다. 소비자들의 소비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소비 방식이 변화하면서 명품이라든지 백화점들이 점점 몰락해 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방 40년 만에 최대 위기" 중국도 잃어버린 30년?

Q. 얼마 전에 뉴욕타임스를 보니까 "중국 경제 개방 40년 만에 최대 위기다" 이렇게까지 분석했는데, 실제로 중국 경기가 이렇게 안 좋아지게 된 원인, 어떤 것들을 들 수 있나요?

A. 바로 부동산 위기입니다. 부동산 산업의 경우에 중국 GDP의 한 3분의 1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굉장히 큰 규모였거든요. 지난달에 국가통계국이 발표를 하나 내놨는데요, 신규 주택 판매 가격이 전달에 비해서 떨어졌다는 겁니다. 전체 도시의 약 90% 이상, 전국 70개 주요 도시에서 떨어졌다는 거니까 중국 전역의 상황이 다 안 좋다는 겁니다. 특히나 베이징, 상하이 같은 1선 도시 같은 데서도 주택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미분양이 계속 늘고 있어서 정부에서 계속해서 주택 부양책 등을 내놓고 있어도 그동안 잘 먹히지 않았어요.


사무실 같은 경우에도 공실이 굉장히 많이 늘었습니다. '어디에 새로 개발한 부동산 업체다, 그런데 우리가 비행기표, 숙박, 숙식 다 제공할 테니 와서 모델하우스만 한번 보고 가 달라 안 사도 된다' 이런 얘기까지 하고 '사은품도 뭘 주겠다' 하면서 판촉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이 봤습니다.

금구은십(金九銀十)이라고 해서 '9월은 골드고 10월은 실버다', 그래서 주택 경기가 가장 살아나는 시기로 보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금구은십이라는 단어는 사라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출해서 산 사람들 같은 경우에도 집값이 자기가 산 가격보다 더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다 보니까 더욱 심리가 위축돼서 소비가 더 줄어들고 있는 거죠.

Q. 우리나라는 지금 집값이 계속 올라가지고 '오늘이 가장 싼 가격이다' 그러는데 중국은 '오늘이 가장 비싼 가격이다' 이런 위기감이 있는 거군요 거꾸로.

A. 부동산이랑 연결돼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지방 재정입니다. 지방 정부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직접 시공하거나 아니면 시행사를 만들어서 부동산을 개발하는 형태였는데, 부동산이 무너지니까 지방 정부의 부채도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쌓인 지방 정부의 부채가 지난해 말만 해도 100조 위안, 약 2경 원대에 달한다는 그런 통계도 있습니다.

중국에서 금융업계에 종사하거나 아니면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경기가 정말 안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실제로 임금도 많이 깎였다고들 해요. 벤처 기업의 98%가 망했다는 기사가 나왔었거든요. 정부가 나서서 반박하긴 했는데 실제로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98%까지는 아니겠지만 굉장히 많은 회사가 많이 망했다'는 분위기는 있습니다.

부동산 버블 경제로 시작해서 디플레이션이 계속 장기화하는 이런 모습이 약간 일본과 닮았다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로 중국 정부도 심각성을 인정하는 모습입니다. 중국 정부가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아주 대대적인 부양책을 내놨습니다. 인민은행장과 중국의 3대 금융 수장이 일제히 나와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했어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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