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로 간 한국 팀장 "한국 싫다고 떠나는 건 비추천"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해외 이주·해외 생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영어? 돈? 운? 결국, 당사자의 '마음'과 '목적의식'이 아닐까요. 

네덜란드 암스텔베인에 위치한 한국 유명 게임회사 지사에 근무 중인 한상민님은 '한국이 싫으니까 떠날 거야' 보다는 '이런 점을 꼭 배우기 위해 떠날 거야'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표현했습니다. 유럽으로 이직한 이유와 현재 직무, 해외 취업의 장/단점에 대해 상민 님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덜란드에서 게임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상민입니다.

Q. 네덜란드에 온 이유는?

아이 교육 때문에 아내와 해외 이주를 자주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던 중 네덜란드에서 근무 중이던 지인이 현재 회사의 공석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별 기대없이 지원을 했는데 합격을해서 준비 없이 급하게 넘어오게 됐습니다.

Q.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한국 게임회사의 네덜란드지사에서 근무 중입니다. 모바일사업 팀장으로 모바일 게임의 런칭과 운영 전반에 걸쳐서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게임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특히 유저들에게 재미있는 게임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한국에서 일할 때와 달라진 점을 느끼시나요.

근본적으로 회사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아주 큰 차이는 없습니다. 또한 게임산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한국과 네덜란드에서의 근무 차이는 크게 없는 편 입니다. 오히려 지사가 본사에 비해 역할들이 축소된 부분이 있어 그 부분에서 오는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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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게임업계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전산 학원에 다녔습니다. 당시 키보드에 팩을 꽂는 기계가 있었어요. 전산학원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수업이 끝나면 해당 기계를 통해 게임을 시켜줬습니다. 인생 첫 게임이었고 그때부터 게임을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이후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업무 상 콜롬비아로 발령이 나셨고 가족 모두 콜롬비아로 넘어가 약 7년을 거주했습니다. 한국에서 어린시절 TV에서 나오는 영화, 만화를 보면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는데 콜롬비아에서는 언어가 낯설다보니 TV보다는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그러한 배경들이 쌓여서 게임산업 쪽으로 오게 된 것 같습니다.

Q. 해외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한국 사회는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이 심한 것 같습니다. 24시간 운영하는 식당도 많고요. 한국인들은 놀 때는 신나게 놀고 일 할 때는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워낙 경쟁이 심한 사회이다 보니 정말 특출난 사례를 제외하면 본인의 능력들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게 아닌가 아쉬움이 듭니다.

Q. 네덜란드 생활, 한국과 어떻게 다른가요.

해가 중천으로 뜨지 않는다는 점이요. '그게 무슨 소리야?'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네덜란드는 흐린 날씨가 많아요. 오늘 날씨가 좋다고 해서 내일도 좋을 거라는 보장이 없어요.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해가 뜨면 모두 밖으로 나가는 편이고 저 역시 그렇게 변했습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한국과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이케아에서 부부가 말다툼 하는 걸 목격했는데요. '네가 말한 건 나도 동의하는 바야. 하지만 어쩌고 저쩌고...' 이런 식으로 말을 하더라고요. 네덜란드 사람들이 직선적이고 솔직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는데, 부부싸움도 논리적으로 하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Q. 커리어 목표는?

유저들을 더 이해하고 같이 갈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싶습니다. 유럽 유저뿐만 아니라 북미 쪽 유저들이 게임에 대해서 어떤 걸 바라는지 캐치하고 적용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게임사와 유저들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간격이 존재하거든요. 그 부분을 최대한 좁혀보는 것이 커리어적인 욕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이 재밌고 서비스가 재밌어야 유저들도 더 많이 와줄 테니 더 열심히 일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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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해외에서 일해 보고 느낀 점

개인적으로 어디 살아도 아주 큰 변화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이란 늘 기대치(expectation)라는 게 있으니깐요. 유럽이든 한국이든 어디에 살든 본인의 기대치에 충족하지 못하면 그것에 실망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습니다. 그래서 해외 생활에 대한 꿈을 꾸실 때 기대치를 잘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안전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때, 한국은 비교적 안전한 국가입니다. 또한 대중교통 이용이 쉽고, 택시도 저렴하고, 백화점도 크고 가족 및 친구들도 모두 한국에 있기 때문에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지요. 반면 유럽은 한국에 비해 행정속도, 일처리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간혹 우편으로 서류를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지요. 한국에 정말 좋은 점들이 많습니다. 나와 보시면 훨씬 와닿으실 거예요.

Q. 해외 취업을 고려 중인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국이 싫어서 해외로 무조건 떠날 거야' 보다는 '이런 점을 꼭 배우기 위해 떠날 거야' 이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이런 점이 싫어!'해서 해외로 나가도 아마 그 비슷한 것들이 외국에도 분명 존재할 거거든요. 그러면 '내가 선택을 잘못했나?'라는 걱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쌓이고 쌓이면 사는 곳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고, 또 돌아가면 예전에 생각했던 문제가 그대로 있을 겁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해외취업(해외생활)을 선택하셨으면 합니다.

잡화점 dlab@donga.com 공동제작=업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