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인터뷰] 은퇴식도 미룬 염기훈의 간절함, "절대 강등 안 당합니다"

(베스트 일레븐=수원)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기 전, 중계 카메라가 염기훈의 얼굴을 비췄다. 어두운 표정으로 피치를 바라본 염기훈은 후반 오현규의 추가골이 터지자 펄쩍 뛰며 마침내 환한 웃음을 보였다.
수원 삼성은 16일 오후 2시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FC와 파이널 라운드 4번째 경기에 나섰다. 2경기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수원은 수원 FC를 3-0으로 제압하고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다. 이제 10위 수원은 11위 김천 상무와 승점 3, 9위 FC 서울과 승점 2 차이다. 9위를 노리는 수원김천과 파이널 라운드 최종전만을 남겨놓았다.
수원 처지에서는 잔류 싸움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였다. 정신력을 강조한 이병근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을 경기장 안팎에 배치해 후배들을 이끌도록 했다. 최고참 염기훈, 양상민, 민상기 등이 많은 도움이 됐다. 염기훈은 교체 명단에 속해 가까이서 경기를 지켜보며 후배들과 소통했다.
경기 전 어두운 표정으로 벤치에 자리한 염기훈은 "꼭 이겨야 하는 경기다"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후배들이 뛰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묻자, 그는 "일단 꼭 이겨야 되는 경기였다. 경기장에 올 때부터 마음이 무거웠다. 워낙 우리가 처한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오늘은 어떤 마음가짐이라는 것보다도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경기를 안 뛰더라도 벤치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장에 들어갔다"라고 답했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도, 교체 명단에 포함돼 대기하는 선수들도, 부상이나 여러 이유로 관중석에 자리한 선수들도 마음이 무겁기는 매한가지다. 염기훈은 "솔직한 마음으로는 뛰면서 마음이 무거운 게 더 나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벤치에 있으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리니까, 조금이라도 팀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서 경기 뛰면서 마음 무거운 게 더 낫다. 지금 상황에서는 뛰든 안 뛰든 우리가 승리를 하는 게 제일 우선이기 때문에 지금은 내 욕심보다는 팀이 꼭 승리하도록 같이 나가고 싶다."

욕심을 버리고 팀을 위해 뛰고 싶다는 염기훈은 그래서 올해 말로 예정됐던 자신의 선수 은퇴식까지 미루며 팀의 생존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2022시즌을 끝으로 축구화를 벗기로 한 그는 팀 상황이 더 좋아진 후에, 내년에 박수 받으며 기쁘게 피치를 떠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염기훈은 "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퇴식을 미루게 됐다. 모든 게, 우리 팀이 처한 상황이 그만큼 힘든 것 같다. 선수뿐만 아니라 구단, 코칭스태프, 팬분들도 힘들다. 이 위기를 잘 극복해서 박수 받으면서 은퇴를 하고 싶은 생각이 크다"라고 희망사항을 이야기했다.
2010년부터 수원에 몸담으며 나름의 호시절도 누렸던 그다. FA컵 우승을 세 차례나 경험했고, K리그 상위권에서 2·3위에 오르며 우승 경쟁을 벌이던 시즌도 있었다. 그렇기에 염기훈은 "너무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강등이라는 위치에 처했지만, 선수들은 강등을 당한다는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다. 플레이오프에 가서라도 꼭 이길 거라는 생각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 그런 것들이 오늘 경기에서 보인 것 같다. 절대 강등 안 당할 거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후배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었는지 묻자, 그는 "우리가 아직 기회가 없는 게 아니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나는 은퇴해도 후회할 것이고, 후배들도 선수생활을 하며 분명히 이 시간이 후회로 남을 것이다. 한 번 있을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또 우리의 자존심보다 팀을 위해 뛰자는 이야기도 했다. 후배들이 내가 이야기하기도 전에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좋았고, 그래서 오늘 같은 경기도 있었다"라며 후배들이 알아서 수원 FC전을 잘 대비했다고 칭찬했다.
현재 9, 10, 11위에 위치한 팀 모두 생존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16일 대구 FC가 잔류를 확정하면서, 9위 서울, 10위 수원, 11위 김천이 승강 플레이오프행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됐다. 수원 FC전을 마치고 난 후 서울과 성남 FC의 경기를 보겠다고 한 염기훈은 "다른 팀을 응원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솔직히 우리가 성남을 좀 응원하고 싶다(웃음)"라고 서울과 격차를 좁히기 위해 성남에 힘을 실었다(서울은 성남에 0-1로 패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에게 1%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마지막 경기도 우리가 지금처럼 승리를 하고 기적을 바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간절함을 내비쳤다.
글=김유미 기자(ym425@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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