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설…"이제라도 시작돼 다행"(종합)

신고리 원전 3, 4호기(오른쪽 3호기, 왼쪽 4호기)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이 부산 고리 원자력발전소에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절차에 착수한다. 발전소 인근 주민과 원전 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수원은 7일 서울 중구 방사선보건원에서 2023년도 제1차 이사회를 열고 '고리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건식저장시설은 고리원전 부지 내에 위치하며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된 금속용기를 건물 안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통상 원전 운영으로 발생된 사용후핵연료는 일정기간 습식저장조에서 냉각·저장 과정을 거쳐 열을 식힌다. 이후 공기에 의한 자연냉각이 가능한 상태가 되면 방사선 차폐기능이 뛰어난 금속, 콘크리트 등으로 제작된 저장용기와 건식저장시설로 옮겨진다.

설계, 인·허가 및 건설 등 사업기간은 7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고리 원전의 저장용량이 포화되기 전인 2030년 운영을 목표로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고리 원전의 부지내 사용후핵연료 예상 포화연도가 2031년이다.

고리 원전내 건식저장시설은 2043년 준공 예정인 중간저장시설로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하는 조건에서 한시적으로 활용된다. 저장시설 용량은 중간저장시설 가동 전까지 필요 최소량인 핵연료 2880다발 규모로 건설된다.

한수원은 저장시설 건설로 가동중인 원전의 안정적 운영뿐만 아니라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의 해체를 위한 사용후핵연료 반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리 원전 인근에서 30년을 거주한 이승일씨(71세)는 "지금이라도 건설에 착수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원전이 건설된 이후에 주민의 삶이 많이 윤택해졌고 안전성이 확보돼 위험도 느끼지 않는다"며 "전기요금, 가스요금, 청년 학자금 지원 등 인근 주민에게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된다면 향후 다른 원전에서도 추진해야 하는 건식저장시설에 대한 주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였던 노명섭 대경기술 연구원장은 "우리나라는 중간저장시설, 영구저장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현실적으로 건식저장시설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건식저장시설의 안전성은 이미 외국에서도 입증된 상태"라고 말했다.

노 연구원장은 "가동중인 원전과 저장시설 포화도를 고려해봤을 때 다른 원전도 건식저장시설 건설이 시급하다"며 "이같은 결정은 원전해체 기술 개발과 원전 관련 생태계를 활성화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건식저장방식은 원전을 운영 중인 33개국 중 24개국이 채택한 안정성이 입증된 저장방식"이라며 "설계방향이 구체화되면 설명회·공청회 등을 통해 지역과 소통하면서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며 정부 기본계획에 따라 고리 지역과 협의해 합리적인 지역지원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수원은 인·허가, 건설 기간을 고려해 지난 2일 한빛과 한울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신청한 상태다. 한빛 원전내 사용후핵연료 저장 포화연도는 2031년이며 한울 원전은 2032년으로 올해 안에 저장시설 건설에 착수하지 못할 경우 원전 가동을 중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고리 원전의 경우 저장시설의 시급성과 적기 건설을 위해 2017년 예타 면제가 결정된 바 있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