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닮았다고? 실존 인물과 싱크로율 200% 자랑한 배우들
실화 바탕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본인이 연기한 실존 인물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지녔다. 수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살아 숨 쉬는 실존 인물의 특징과 외모를 옮겨내야 하는 건 물론, 배우 개인의 해석도 담아야 하는 작업. 덕분에 개봉 전부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올해 10월엔 <어프렌티스>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프렌티스>는 11월 5일 진행될 미국 대통령 선거 레이스에 한창인 도널드 트럼프의 과거를 담은 영화다. 언제 어디서든 시끌시끌한 이슈를 몰고 다니는 그의 성장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작품.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8분에 이르는 기립 박수를 받았으나, 트럼프 대선 캠프 측으로부터 고소를 곁들인 비난을 받으며 올해 최고의 문제작으로 올라섰다. <어프렌티스>와 함께 최근의 작품 속 실존 인물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한 배우들과 그들의 캐릭터를 한자리에 모아봤다.
어프렌티스 (2024)
세바스찬 스탠 / 도널드 트럼프 역
'견습생'이라는 뜻을 지닌 <어프렌티스>를 제목으로 앞세운 이 작품은 미국의 45대 대통령이자 기업인인 도널드 트럼프의 과거를 다룬다. 뉴욕 부동산 업자의 아들이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정치 브로커로 활동하는 변호사 로이 콘을 만나 자신의 야망에 눈 뜨는 과정을 담은 작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윈터 솔저, 버키 반즈 역으로 유명한 세바스찬 스탠이 도널드 트럼프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 전 세계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의 전기 영화, 그 중심에 서길 택한 세바스찬 스탠의 결정에 반대의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누군가 '하지 말라'고 이야기할 때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품 선택의 이유를 밝힌 세바스찬 스탠은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여러 무대에서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의 연설 패턴을 분석해, 시대에 따른 캐릭터의 입체적인 변화를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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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실라 (2023)
케일리 스페이니 / 프리실라 프레슬리 역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프리실라>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아내였던 프리실라 프레슬리의 회고록 '엘비스와 나'를 각색한 영화다. 슈퍼스타 엘비스 프레슬리가 군 복무를 위해 독일로 향했던 1959년,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엘비스와 프리실라가 서로에게 강렬히 이끌리며 이들의 서사가 시작된다. 로큰롤의 황제와 아직 학업을 마치지 못한 평범한 소녀의 센세이션한 로맨스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기 충분했으니. 영화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결혼식을 올린 뒤 파경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내며 프리실라의 내면을 파고든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엘비스의 염문설, 자신을 향한 통제까지. 점점 꿈꾸던 삶과 멀어지는 현실은 프리실라의 내면에 혼돈의 파장을 일으킨다. 사랑에 빠진 소녀의 설렘부터 차차 몸집을 불리는 고독까지. 겹겹이 쌓인 프리실라의 다채로운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뚜렷한 존재감을 새긴 케일리 스페이니는 이 작품을 통해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볼피컵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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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 (2022)
오스틴 버틀러 / 엘비스 프레슬리 역
<프리실라> 이전에 <엘비스>가 있었다. 20세기 엔터테인먼트를 상징하는 로큰롤의 황제. 그를 스크린에 옮겨낸 배우는 당시 할리우드의 라이징 스타로 불렸던 오스틴 버틀러다. 얼굴부터 피지컬까지, 엘비스와 외형적으로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 배우였기에 예비 관객의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 바즈 루어만 감독 특유의 화려한 연출을 온몸으로 받아낸 오스틴 버틀러는 신들린 연기력으로 실존 인물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성공했다. 엘비스 특유의 액션, 몸짓은 물론 발성까지 완벽하게 뒤바꾼 그의 연기에 모두가 찬사를 보냈는데, 엘비스 프레슬리의 딸 리사 마리 프레슬리는 영화 속 오스틴 버틀러의 목소리를 아버지의 목소리로 착각했을 정도였다고. 어린 시절부터 취미로 함께했던 기타, 피아노 연주 실력을 발판 삼아 보컬 연습까지 동행하며 엘비스의 명곡을 직접 소화한 오스틴 버틀러는 이듬해 거의 모든 시상식의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제8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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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라운 시즌 4~시즌 6
(2020 - 2023)
엠마 코린, 엘리자베스 데비키 / 다이애나 스펜서 역
<다이애나> 속 나오미 왓츠, <스펜서>의 크리스틴 스튜어트 등 할리우드의 수많은 배우들이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연기해왔다. 다양한 '다이애나 스펜서' 캐릭터 중 이 두 배우의 캐릭터를 빼놓아선 안 될 터. 실제 사건을 픽션으로 극화해 엘리자베스 2세의 일생을 담아낸 넷플릭스 오리지널 전기 드라마 <더 크라운>에선 두 명의 다이애나 스펜서를 만날 수 있다. <더 크라운> 시즌 4에서 다이애나 스펜서와 똑 닮은 아우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배우는 엠마 코린. 순수하고 밝은 소녀였던 다이애나가 숨 막히는 결혼 생활을 통과하며 점차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는 과정을 섬세히 묘사한 그는 이 작품을 발판 삼아 할리우드의 중심에 들어서는 데 성공했다. 영국 왕실의 압박, 매 순간 자신의 삶을 담아내는 카메라 플래시를 견디며 단단하면서도 위태로운 삶을 이어간 30대의 다이애나 스펜서는 엘리자베스 데비키가 연기했다. 희미한 미소 뒤 공허한 슬픔을 품고 있던 다이애나 스펜서의 얼굴을 정확히 포착해냈다는 점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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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2023)
킬리언 머피 / 오펜하이머 역
손대는 작품마다 대작을 탄생시켜왔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그 작품의 주연이 감독의 오랜 페르소나인 킬리언 머피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영화 <오펜하이머>.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조명한 이 작품은 천재 물리학자로 이름을 떨치던 그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극비로 진행된 미국의 핵무기 개발 계획 '맨해튼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자칫하단 인류의 종말을 불러올 수도 있는 실험을 주도하며 끈질긴 탐구를 이어가던 과학자의 얼굴부터 수없는 생명을 앗아간 끔찍한 무기를 창조해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인간으로서의 얼굴까지. 킬리언 머피의 탄탄한 연기력을 엔진 삼아 오펜하이머의 심연을 다각도의 레이어로 쌓아낸 작품. 슬림한 육체로 강인한 카리스마를 뽐낸 실존 인물의 아우라를 따라잡기 위해 킬리언 머피가 선택한 방법은 극한의 다이어트. 매일 저녁 식사를 아몬드 1알, 사과 1쪽으로 대체하며 극강의 예민함을 유지했다는 배우의 노력이 개봉 이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역할로 킬리언 머피는 2024년 골든 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미국 배우조합상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나우무비 유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