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어 마셨을 뿐인데···병원 갔더니 '척추 돌출', 믹솔로지 주의보[일터 일침]
도수 높은 술, 신체엔 부담···척추질환 악화시킬수도
허리디스크 등 척추질환 있다면 평소 음주량 조절해야
추나요법·침·한약 병행하면 허리통증 원인 해결에 도움
#얼마 전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한 양 사원(28). 일상 속 생활습관을 바로잡는 게 치료 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의료진의 말을 듣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척추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술, 커피를 줄이라는 조언 탓이다. 평소 애주가로 입소문이 난 데다 대면근무 재개와 함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영향으로 부쩍 모임이 잦아진 터라 '과연 절주 원칙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다음날도 업무를 마치고 친한 동료들과 함께 칵테일 맛집을 찾은 양 사원. 칵테일 두어 잔 정도는 괜찮으리라 생각하며 적당히 취기가 오를 때까지 술자리를 즐겼다. 하지만 반복되는 술 약속은 여지없이 척추에 부담으로 작용했고, 허리 통증도 더욱 심해졌다. 결국 다시 찾은 한방병원에서는 허리디스크가 더 돌출됐다는 소견을 들었다. 의료진이 당부한 금주와 척추 건강은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2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는 등 완전한 엔데믹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직장인들의 대면근무 일수가 늘면서 직장가 상권의 소비가 회복됐고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코로나19 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 카드사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도 회식보다는 트렌드 소비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업종별 카드 이용 건수를 살펴봐도 직장가보다 가로수길, 홍대 등 이른바 ‘핫플레이스 상권’에서의 주점 소비 증가율이 무려 206.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볼, 칵테일처럼 위스키에 다양한 음료를 섞어 마시는 ‘믹솔로지(Mixology)’ 트렌드가 등장하면서 위스키의 인기가 부쩍 높아진 것도 특징적인 현상이다. 한 대형마트가 공개한 실적현황에 따르면 위스키 매출액의 전년대비 증가율은 2021년에 65.8%, 지난해 50%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이후 직장인의 단체 회식 및 소주, 맥주로 대표되는 폭음 문화가 잦아든 것은 의료진 입장에서 볼 때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양 사원의 사례처럼 알코올 함량이 높은 술에 대해 낮은 경각심을 갖는다면 되려 건강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위스키와 같이 도수가 높은 술은 그만큼 신체적 부담도 커진다. 알코올 분해를 위해 사용하는 단백질의 양이 많아지면서 척추 주변 근육이 약해질 뿐만 아니라 허리디스크와 같은 척추질환을 빠르게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술은 체내 수분을 배출시키는 동시에 디스크(추간판)로의 수분 공급을 방해한다. 이는 디스크를 딱딱하게 만들어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도 떨어지게 만든다.
따라서 허리디스크, 척추측만증 등 척추질환을 갖고 있거나 간헐적으로 허리에 통증이나 뻐근함을 느끼는 직장인이라면 음주량을 조절하고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한방에서는 추나요법, 침치료,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방통합치료를 통해 허리 통증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먼저 틀어진 뼈와 근육, 인대 등을 밀고 당기며 배열을 교정하는 추나요법을 실시해 디스크에 누적된 과도한 부담을 줄인다. 이후 척추 주변 혈자리에 침으로 자극을 가하면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이완하고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와 함께 환자의 체질에 맞는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디스크에 영양분을 공급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척추질환은 치료와 함께 음주 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금주를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음주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과일, 달걀과 같이 알코올 분해를 돕는 안주를 함께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달걀에는 아미노산 성분인 메티오닌이 함유돼 있어 숙취 해소와 간 기능 회복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술자리에서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척추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틈틈이 스트레칭을 실천하는 것도 좋다. 사무실이나 술자리에서도 간단하게 따라 할 수 있는 동작 중 하나로는 ‘이상근 스트레칭’이 있다. 먼저 의자에 앉아 왼쪽 발목을 오른쪽 허벅지 위에 올린다. 천천히 숨을 내쉬며 상체를 앞으로 숙인 뒤 15초간 자세를 유지한다. 이때 등은 곧게 펴고 상체를 무리해서 숙이지 않도록 한다. 양쪽을 번갈아 3회씩 반복하면 코어 근육 강화와 함께 허리 및 골반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다.
술이 백해무익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직장인의 경우 사회생활의 일환으로 음주를 단호하게 끊어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도수 높은 술이나 잦은 음주는 척추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음주량을 조절하고 자세에 신경을 쓰도록 하자. / 송주현 노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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