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은 빼고'…더본코리아가 계산한 몸값 공식[공시줍줍]

최성준 2024. 9. 16.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본코리아 증권신고서]①공모가 산정방식
가맹사업 비중 84% 더본…공모가는 식품제조회사와 비교
상장 프랜차이즈 등 진짜 경쟁업체는 제각각 이유로 제외
유명 외식사업가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가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는데요. 증권신고서란 다수의 투자자에게 증권(주식·채권 등)을 팔아 사업자금을 마련하려고 할 때 본인들이 어떤 회사인지 금융당국과 시장투자자에게 신고하는 서류이죠. 특히 더본코리아처럼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회사는 처음으로 회사 정보를 구체적으로 외부에 알리는 절차이기도 해요.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이상 없음' 판정을 내려야 더본코리아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증권을 사달라고 권유할 수 있어요. 더본코리아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 공시줍줍에서 시리즈로 정리해볼게요. [편집자]

'빽다방', '홍콩반점' 등 우리에게 친숙한 다수의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더본코리아가 본격적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 절차를 밟고 있어요. '연돈볼카츠 사태'로 주춤했지만 빠르게 봉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한거죠.

더본코리아는 주당 희망공모가격을 2만3000~2만8000원으로 결정했는데요. 이를 상장후 총발행주식수(1446만6030주)와 곱한 금액, 즉 상장후 예상 시가총액은 3323억~4050억원이에요.

더본코리아는 어떤 근거로 4000억원이라는 몸값을 결정하게 됐는지, 과연 합당한 가격이라 볼 수 있을지. 증권신고서를 보면서 판단해 보기로 해요.

우선 더본코리아는 주가수익비율(PER)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희망공모가격을 정하기로 했어요. PER은 기업의 주가와 순이익의 관계를 확인하는 지표인 만큼, 회사의 영업활동으로 거둔 수익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반영할 수 있어요.

영업활동에 대한 지표로 공모가를 정한 만큼 먼저 더본코리아의 현금흐름표를 살펴볼까요.

더본코리아의 현금흐름표는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의 형태를 보이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은 장사를 잘해 회사에 돈이 들어오고(영업활동 +),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고(투자활동 -), 부채관리를 위해 빚을 갚는(재무활동 -) 현금흐름을 갖고 있어요.

2012~2024 상반기 더본코리아 현금흐름표 변화

2012년부터 현금흐름을 보면 대부분 '플러스(+), 마이너스(-), 마이너스(-)' 형태를 보였고,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요.

손익계산서상 이익도 성장하고 있어요. 연결기준 순이익은 지난 2022년 160억원에서 2023년 209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13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어요.

아까 더본코리아는 주가와 순이익을 확인하는 지표인 PER을 비교해 희망 공모가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죠. 더본코리아는 PER 비교를 위한 순이익을 상반기 기준 최근 4개분기(2023년 3분기~2024년 2분기) 순이익인 299억4400만원으로 정했어요.

다만 아직 더본코리아는 상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가가 없죠. 그래서 다른 상장회사의 PER을 더본코리아에 적용해 적정 주가를 찾기로 한 거예요.

일반적으로 비교 기업은 같은 업종이거나 유사한 업종에서 찾아요. 그런데 더본코리아는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상품 종합 중개업'이에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같은 업종은 LX인터내셔널, DI동일. 코스닥에서는 케이티알파, 골프존뉴딘홀딩스, 이엘씨, 이상네트웍스, 서울옥션, 케이옥션이 있어요. 그런데 더본코리아와 유사한 영업활동을 한다고 보긴 어렵죠.

그래서 식료품제조, 음료제조, 음식료품 도매·소매, 음식점·주점업으로 분류된 회사 93개 기업 중에서 비교기업을 찾기로 했어요.

93개 기업 중에서는 더본코리아와 유사한 재무실적을 가진 회사를 추려냈어요. 올해 상반기 실적을 공시했으면서, 지난해와 올해 반기 기준 영업이익·순이익 흑자를 기록한 기업 중 시가총액이 1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인 회사만을 남겼죠.

이 과정에서 '신마포갈매기', '연안식당' 등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코스닥 상장사 디딤이앤에프를 제외했어요. 디딤이앤에프가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에요.

다음으로는 식품 관련 매출이 50% 이상인 기업이거나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회사만을 남겼어요. 끝으로는 상장한 지 1년이 넘으면서, 6개월내 합병·분할 등 시장조치사항이 없었고, PER이 8배보다 낮고 30배보다 높은 기업을 제외하고, 남은 기업 중 PER이 가장 낮거나 높은 기업을 빼서 최종 비교군을 선정했어요.

이 과정에서 유가증권시장 유일의 프랜차이즈 기업 #[교촌에프앤비](교촌치킨)가 제외됐죠. 상장 기간, 시장조치사항, PER 범위 요건은 통과했지만, PER이 29.65배라는 점이 걸린 것인데요. 평균값을 구하기 위해 최저값과 최고값을 뺐는데, 최고값에 해당한 거죠. 

사실 교촌에프앤비은 최근 순이익이 감소하면서 PER이 오른 것인데요. PER은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순이익이 줄어도 PER이 오르기 때문이에요. 참고로 지난해 온기 기준 교촌에프앤비의 PER은 12.94배였어요.

이런 과정을 거쳐 더본코리아가 공모가 산정을 위해 최종적으로 삼은 비교 기업은 CJ씨푸드, 대상, 풀무원, 신세계푸드 4개사에요. 모두 프랜차이즈 사업과는 거리가 먼 식품 제조 및 유통회사인데요.

더본코리아도 간편식(HMR) 등 유통사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프랜차이즈 매출 비중이 83.8%(올해 상반기 기준)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유사 회사라 보기 어려운 점이 있죠. 더본코리아는 아직 간편식 사업을 포함한 유통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7% 밖에 되지 않거든요.

더본코리아 사업부문별 매출액

더본코리아도 스스로 프랜차이즈 회사와 경쟁 관계라는 점을 알고 있어요. 더본코리아는 증권신고서에 앤하우스(메가커피), 컴포즈커피를 경쟁기업이라고 적었거든요.

더본코리아의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을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빽다방이 37.3%로 3분의 1을 넘게 차지해요. 회사의 주력 프랜차이즈가 빽다방인 만큼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인 앤하우스와 컴포즈커피를 경쟁회사로 인식한 거죠. 그렇지만 이들 기업은 상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기업으로 삼을 수 없었어요.

결과적으로 디딤이앤에프, 교촌에프앤비, 앤하우스, 컴포즈커피 등 더본코리아와 진짜 경쟁 또는 유사업체라 할수 있는 곳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빠지면서 사실상 유사기업이라 보기 어려운 곳과 비교로 공모가격을 결정했어요.

앞서 PER 비교를 위한 더본코리아의 순이익은 최근 4개 분기(2023년 3분기~2024년 2분기) 299억4400만원으로 정했다고 했죠. 따라서 비교회사 4개(CJ씨푸드, 대상, 풀무원, 신세계푸드)의 평균 PER도 최근 4개분기를 기준으로 구했고 이렇게 나온 값은 15.78배. 더본코리아의 순이익에 이를 대입해 주당 평가가액을 계산해보니 3만465원이 나왔어요.

마지막으로 더본코리아는 할인율을 적용해서 희망공모가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는데요.

회사는 주당 평가액 3만465원에 8.09~24.50% 할인율을 적용해 2만3000~2만8000원이란 희망공모가를 산출했어요. 아쉬운 점은 할인율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인데요.

최근 5개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할인율 평균값은 22.2~36%였거든요. 만약더본코리아가 이 평균값으로 할인율을 적용했다면, 희망공모가는 약 1만9500~2만3700원이 되는 셈.  

이렇게 정해진 희망공모가격에 회사가 상장 과정에서 발행하는 신주(300만주)를 곱하면 더본코리아가 확보하는 자금을 확인할 수 있어요. 공모가 하단(2만3000원) 기준 690억원이에요. 더본코리아는 식음료(F&B) 관련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데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어요.

무려 600억원의 자금을 도소매 전문 식품기업을 인수하는데 사용한다고 해요. 회사는 인수를 통해 공급능력과 가격경쟁력을 늘리고 가맹점의 원가 부담을 낮출 계획이라고 설명했어요.

또 28억원을 들여 푸드테크 관련 회사의 지분을 사들인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자동화 주방기기, 서빙 로봇 등을 개발하는 회사에 투자하면서 가맹점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에요. 남은 자금은 신메뉴 개발, 신규 브랜드 개발 등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에요.

이렇게 더본코리아가 원하는 몸값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주식 공모로 벌어들인 자금은 어디에 활용할 계획인지 확인해 봤는데요. 다음으로는 더본코리아 상장에 걸림돌이 지목됐던 '연돈볼카츠 사태'과 관련한 내용을 증권신고서에서 알아보도록 할게요.

최성준 (csj@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