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투명인간은 오래된 상상이다. 영국 SF 거장 허버트 조지 웰스의 1897년 소설 ‘투명인간’이 발간된 이래, 줄기차게 대중의 관심을 끌어온 투명인간 기술은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물체가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빛의 반사와 산란 때문이다. 어떤 물체를 보이지 않게 만들려면 부딪히는 빛을 그 주변으로 굴절하게 만들어 뒤쪽으로 보내야 한다.
미국 듀크대학교 물리학자들은 2006년 투명 망또를 만들 이론적 설계를 제시했다. 이들은 빛의 경로를 조작하는 메타물질을 이용해 빛이 물체를 피해 흐르도록 만들 수 있다고 봤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는 없는 특이한 광학 특성을 갖는 미세 구조의 재료로 굴절률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빛을 극단적으로 휘게 만든다. 메타물질 자체가 가상이지만, 이 연구는 투명화 기술 연구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은 2020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한 실험 보고서에서 두족류의 특수 단백질을 응용한 사람 세포의 투명화 기술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화살꼴뚜기(학명 Doryteuthis opalescens)의 위장술에 주목했다. 화살꼴뚜기류는 두족류 중에서도 피부색을 자유롭게 바꾸는 생물로 유명하다. 특히 암컷은 외투막(연체동물의 체표가 연장돼 내장낭을 싸고 있는 것) 줄무늬를 불투명한 흰색에서 거의 투명하게 바꾼다. 투명화 능력의 비밀은 백색 소포라는 특수세포로, 이곳의 막결합 입자는 리플렉틴이라는 단백질로 구성된다. 이 배치가 바뀌면 빛의 투과율이나 반사율이 변화한다.
이 신기한 메커니즘을 인간 조직에 재현하기 위해 연구팀은 신장 세포를 이용했다. 유전자를 재편해 구형 나노구조로 묶인 리플렉틴을 완성했고, 이를 함유한 세포를 염화나트륨에 담근 결과 농도에 따라 빛의 투과율이 달라졌다.
영국 스타트업 인비저블 실드는 2022년 투명인간을 실현하는 스텔스 실드를 내놓았다. 커다란 투명 판인 스텔스 실드는 특수 렌즈로 제작됐다. 이 렌즈가 판에 통과되는 빛을 굴절해 뒤에 숨은 사람이나 물건의 형체를 지우는 방식이다.

인비저블 실드 연구팀은 여러 렌즈의 형상이나 각도, 깊이를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빛을 굴절·확산하는 작은 특수 렌즈를 만들었다. 이를 복수 배열해 관찰자의 육안으로 피사체를 안 보이게 하는 스텔스 실드를 완성했다.
스텔스 실드는 배경의 색이나 무늬는 그대로 비쳐 보이지만, 실드의 바로 뒤에 있는 피사체는 보이지 않는다. 이를 응용해 투명 망토를 만들 수만 있다면 완벽에 가까운 투명인간 기술이 완성된다는 게 회사 입장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2024년 일반 식용색소 타트라진(황색 4호)으로 생체 조직을 투명하게 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서로 다른 연조직의 굴절률을 일치하게 만들어 빛이 산란하지 않고 물질을 통과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팀은 실험에서 타트라진을 바른 닭가슴살은 빛이 산란하지 않고 진행돼 조직이 투명하게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타트라진의 농도를 높이면 빛의 굴절률이 올라가는데, 닭가슴살의 근육 단백질 굴절률과 일치할 때까지 농도를 높이자 투명도도 올라갔다.
살아있는 쥐의 두피에 타트라진을 바르는 추가 실험에서 뇌를 지나는 혈관 움직임이 관찰됐다. 쥐의 복부에 시도해 보니 장의 활동과 심장의 고동, 호흡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채혈이나 레이저 문신 제거, 암의 조기 발견 및 치료에 응용될 가능성도 기대했다.
이처럼 발달하는 투명인간 기술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우선 선행연구 중에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으려면 가시광선 전체 영역을 조작해야 하지만 현재 기술은 특정 파장이나 좁은 대역에서만 유효하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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