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말 잔치만…상속세 개편 이번엔 될까

최인영 2025. 10. 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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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으니까 집을 팔고 떠나야 하는데 너무 잔인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상속세 관련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가족이 죽은 것도 억울한데 갑자기 세금 내야 해서 내쫓긴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느냐. 이번(정기국회)에 개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상속세 공제 한도'만큼은 손보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겁니다.

■ 월급만 안 오르는 게 아니네!

재산을 상속한다고 다 세금을 내진 않습니다. 금액은 빼주고, 남는 금액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깁니다.

소득세도 그렇고, 법인세도 그렇듯이, 상속세에도 공제 제도가 있습니다.

현행 상속세 공제는 최대 10억 원(일괄 공제 5억 원+배우자 공제 5억 원)입니다. 이 10억 원을 빼고도 남는 재산에 대해 상속세가 매겨집니다. 재산액에 따라 세율은 10~50%입니다.

공제 한도는 28년째 제자리입니다. 1997년 상속세가 마지막으로 개편된 이후 그대로입니다.

다 오르는 데 내 월급만 안 오르는 게 아니라, 상속세 공제 한도도 안 오르는 겁니다.

세금에서 빼주는 공제는 그대로인데, 집값이 오르다 보니 상속세 과세 대상도 계속 늡니다.

2020년 1만 181명 → 2024년 2만 1,193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부유층 대물림을 막는 세금 수준은 이제 뛰어넘었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이유입니다.

■ 개편① "18억 원까지 공제"


이재명 대통령은 임광현 국세청장이 의원 시절 대표 발의한 법안이자 대선 공약이었던 상속세법 개정안을 콕 집어 언급했습니다.

상속세 일괄 공제액을 5억 원 → 8억 원으로, 배우자 상속 공제 최저한도 금액을 5억 원 → 10억 원으로 높이는 게 뼈대입니다.

상속세율과 과세 구간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18억 원짜리 재산까지는 상속세가 0원이 됩니다.

다만, 이번 정기국회에 처리하자는 대통령 발언이 실현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해 본회의에 계류됐습니다. 이전 회기에 계류된 법안은 대표 발의자가 다시 발의하거나, 다른 의원이 수정안으로 재제출해야 합니다. 올해 본회의에 자동으로 다시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해당 개정안은 지난해 본회의에 계류된 상태라 새로 법안을 발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세수 문제나 부동산 양극화 등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 쪽 의견도 들은 후에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국회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부도 법안 처리 방침이나 일정을 명확히 못 정했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내용 등을 바탕으로 조세소위에서 함께 논의될 것"이라면서 "기존 안을 토대로 논의하거나, 이후 새로운 의원안이 발의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리하면, 현재로서는 처리할 법안이 국회에 없는 상황. 정부든 의원이든 공제 한도를 올리는 법안을 새로 발의해야, 그다음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세수 감소입니다.

상속세 공제 한도가 18억 원으로 늘어난다면 향후 5년간 수조 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됩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해당 개정안대로 시행된다면 매년 1조 2천억 원의 세수 감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부자 감세 논란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2023년 기준 전체 피상속인(사망자) 대비 상위 6.8%만 상속세 납부 대상이었습니다.

■개편② 유산취득세는 어디로?

상속세를 매기는 방식을 바꾸는 논의도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입니다.

지금은 '물려주는' 재산에서 먼저 상속세를 뗀 다음, 남은 재산을 유족들이 물려받는 유산세 방식입니다.

이걸 '물려받는' 유족들이 먼저 재산을 나눈 뒤에, 각자 상속세를 떼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자는 논의입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3명이라면, 각각이 받은 금액에 따라 따로 세금을 내게 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자녀 수가 많을수록 전체 세금 부담은 줄어듭니다.

정부는 지난 3월 유산취득세 도입을 위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이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그 사이 정권은 바뀌었지만, 국회는 그대로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제출한 유산취득세 개편안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기재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 전환 방안이 아직 유효하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정부안으로 제출돼 있다"고 답했습니다.

"상속세 개편은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사안"이라며 "공제 확대 문제를 포함해 제안된 입법과 의견을 폭넓게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열쇠는 정부·여당의 의지

지난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이형일 기재부 1차관은 "(상속세의 대안인) 유산취득세 정부안이 국회에 이미 제출돼 있다. 추후에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보통 기재부가 세제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매년 11월쯤 조세소위를 열고 정부와 함께 이를 논의합니다.

이후 기재위가 예산안과 함께 세입 부수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후 12월쯤 개정안이 통과되는 절차입니다. 상속·증여세법 개정안도 이번 세제 개편안과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서는 유산취득세 법안만 논의가 가능합니다. 대통령이 공언한 공제 한도 상향도 논의하려면 별도의 법안이 발의돼야 합니다.

11월 말이 되면,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느냐 마느냐에 여야는 정치력을 집중합니다. 다시 말해, 지금부터 11월 중순 정도까지가 상속세 개편이 될지 안 될지를 가를 골든타임인 셈입니다.

그래픽: 반윤미, 조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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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영 기자 (inyo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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