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 이런 험한 동네가 다 있네!”

공장에 버림받은 염전마을
주적주적 비가 내리던 지난 13일 오전 11시 30분 인천시 서구 원당대로205번길 '금호마을(오류동 5통)' 앞. 궂은 날씨만큼이나 금호마을 공기도 매캐한 냄새로 싸하다.

금호마을은 뷰티풀 파크(검단 일반산업단지·면적 225만719㎡) 동쪽 끝자락에 걸친 외딴 섬의 모양새다. 1100개 기업이 들어찬 뷰티풀 파크 안에는 도금업체 46곳과 아스콘 업체 16곳, 레미콘 업체 3곳이 있다. 이 업체들은 특정 유해 물질과 지정악취 물질 배출사업장이다. 입주 부적격 업종으로 애초 뷰티풀 파크에 들어올 수 없는 생산시설이었다.

사라진 녹지, 풀린 업종 제한
iH는 분양실적이 낮아 적자가 예상되자 입주제한 업종을 풀었고, 환경오염유발 사업장이 자리 잡았다. 금호마을과 가까운 아스콘 생산공장이 직선거리로 500여m밖에 안 떨어진 연유다.
금호마을 동쪽으로 수도권 제2 순환고속도로(인천~김포)가 지나간다. 이 고속도로 검단·양촌나들목에는 양촌·학운산업단지 쪽에도 있는 진출입로가 뷰티풀 파크 쪽에는 없다.
뷰티풀 파크로 가려면 검단·양촌나들목 요금소를 나와 금곡교차로에서 우회전한 뒤 왕길역 사거리(검단1교차로)에서 또 오른쪽으로 틀어 오류역을 지나 10㎞를 돌아가야 한다. 차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40~50분가량을 이 도로에서 갇혀있기 일쑤다.
마을 남쪽으로는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과 제3-1매립장이다.

오르고 또 오른 착한 분양가
검단 공업지역 중소기업협회와 검단 비상대책위원회가 2008∼2009년 민원을 넣으며 녹지율 감소 문제를 따졌다. iH는 "분양가를 낮춰 착한 조성원가로 산업시설용지를 공급하기 위해서였다"고 둘러댔다. 산업시설용지로 바꾼 이 완충녹지는 길 없는 맹지로 지금까지 팔리지 않고 있다.

신검단개발사업㈜이 도시개발사업으로 민간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검단·오류 도시개발구역(서구 오류동 1005 일원 20만4390㎡)의 녹지구역 비율은 19.3%(3만9562㎡)이다.
1990년 이전 염전과 일부 논(옛 오류농장)이었던 주변이 공장으로 채워지면서 금호마을의 환경은 아찔할 정도다.
"요즘 세상에 저런 험한 동네도 다 있네!" 저절로 혀를 끌끌 차기 마련이다. 2019년 11월 환경부가 '주거 부적합' 판정을 내린 서구 왕길동 사월마을은 '저리 가라'고 할만하다.

산단에 덮친 강소특구 생산거점
인천시는 지난달 9일 강소연구개발특구 생산거점지구인 iH의 검단2일반산업단지 실시계획을 승인 고시했다.
iH는 검단2산단을 환경산업 인프라를 연계한 기술집약형 허브로 구축하고 친환경 산업단지 조성으로 북부권 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강소연구개발특구 조성은 2018년 7월 6일 문재인 정부의 첫 환경부 수장인 김은경 장관의 제안으로 출발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수도권매립지 매립종료가 인천 최대 현안 중 하나였다. 김 전 장관은 매립종료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강소연구개발특구 조성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 전 장관이 직접 나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특구 조성 브리핑도 했다.
당시 박남춘 인천시장은 "강소연구개발특구와 매립종료는 맞바꿀 사안이 아니다"라며 "강소연구개발특구 지정여부는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다"라고 맞섰다.

수도권매립지 매립종료 여론 달래기
과기부는 이듬해 8월 31일 인천시의 특구 생산거점지구 검단2산단 개발계획 수립과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했다. 인천시가 지정 신청한 지 8일 만의 일이었다.
iH는 지난 3월 27일 오류왕길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강소특구 공청회와 검단2산단 추진상황 주민설명회'를 열고 "글로벌 유망 연구소기업을 키워 특구 성공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iH는 2027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올해 안에 토지보상 협의와 단지조성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예상 사업비는 4236억 원이다.
공원과 저류지 등을 뺀 검단2산단의 순수 녹지비율은 당초 6.3%에서 6.1%(4만6928㎡)로 줄었다.

"산단 안 생태보호종 대체서식지 안 돼"
6만7156㎡에서 9만8293㎡로 늘어난 공원 3곳(근린공원 1곳, 수변공원 2곳)은 기존 검단천(유수지)에 얹혔다.
맹꽁이와 금개구리 등 생태보호종 대체서식지도 단지 안 검단천 지류에다가 조성한다. 더군다나 대체서식지는 도금업체가 집단 입주한 뷰티풀 파크 안 요진코아텍 빌딩 코 앞이다. 친환경 '녹색 산단 조성'라는 목표가 빛을 잃을 수 있는 대목이다. 검단2산단 안 말고 다른 곳에 대체서식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환경단체의 시각이다.

수월해 보이는 토지보상, 그러나…
iH는 지난달 26일 검단2산단 편입토지 241필지에 대한 보상계획을 공고했다. 토지보상법에 따라 감정평가법인 등이 산정한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보상가를 정한다.
보상대상 땅은 ㈜썬플라워리조트 소유의 옛 오류농장 논이 전부다. 썬플라워리조트는 인천 토종 중견기업 선광의 계열사다.
iH는 2300억~2400억 원 정도의 공사채를 발행해 토지보상비로 쓴다. 3.3㎡당 보상가를 80만~90만원 선으로 잡고 있다. 검단·오류 도시개발구역 사업시행자인 신검단개발사업이 2022년 썬플라워리조트로부터 사들인 땅값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보상가 잣대 실거래가 평당 110만원
썬플라워리조트는 최근 1만 3200㎡를 J 기업에 팔았다. 매매가는 3.3㎡당 110만원 정도였다.
보상가 협의 때 iH는 이 매매가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썬플라워리조트도 가장 최근의 실거래가를 보상가의 잣대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쉽게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상가를 놓고 서로 의견이 엇갈려 협의 보상이 깨졌을 때 검단2산단 조성은 장기전에 빠질 수 있다. iH가 강제수용 방식을 택하더라도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심의·재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심하면 행정소송으로 번질 수도 있다.
iH는 2026년 하반기에 시작할 산업시설용지 분양 가격을 3.3㎡당 450만원 선으로 계획하고 있다. 학운6산단의 회사 소유분 공장용지가 3.3㎡당 450만 원에 팔리고 있다. 신검단개발의 평균 분양가도 3.3㎡당 400만 원대였다.
iH는 검단산단의 적자가 예상되자 땅 이전등기 때 입주업체에 3.3㎡당 적게는 4만3000원에서 많게는 14만3000원씩 추가 부담금을 물려 250여억원을 걷었다.
/박정환 대기자 hi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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